Don C 인터뷰 - 나이키 에어 포스 1을 만든 조던 광신도

AF1 35주년 기념 AF100 컬렉션의 디자이너.

신발 
7,256 Hypes

지난 9월 16일, LA의 한 스튜디오가 수백 켤레의 에어 포스 1으로 가득 찼다. AF1의 35주년을 축하하는 행사 ‘더 원(THE ONES: The culture of the game)’. 나이키와 농구 문화가 나란히 걸어온 오랜 시간과, 그 역사의 산물인 AF1의 다채로운 아카이빙이 전시되었다.

성대한 AF1 생일 파티의 대미를 장식한 건, 얼마 전 공개한 AF 100 협업 시리즈를 사전 공개하는 비밀 부스였다. 이곳의 호스트는 돈 씨. 트래비스 스콧부터 오프 화이트, 아크로님, 로커펠라와 함께 AF100 협업자 명단에 오른 디자이너다. 그는 AF 100의 다섯 모델에 대한 설명과 함께 AF1을 바라보는 농구화 디자이너의 관점을 나눠주었다. 헤어지기 전 돈 씨에게 물었다.

어째서 래퍼들은 유독 에어 포스 1을 즐겨 신는 거야?
그것도 하얀 색만.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Part.1
All About Don C

나이키 에어조던 2 레트로 JUST DON
기본이 1,000달러. 2015년에 출시된 ‘나이키 에어 조던 2 레트로 JUST DON’ 블루의 리셀 판매가다. 발매 후 2년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출고가가 약 30만 원 이었는데 지금도 A급 상품이 130만~160만 원 선에 거래된다. 지난해에는 79만 9천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발매가로 출시된 후속편을 낳기도 했고. 아니 대체 돈 씨가 누구기에, 그가 디자인한 신발 하나가 100만 원 넘게 팔리는 거지?

Chicago’s own Don C
돈 크롤리(Don Crawley), a.k.a. 돈 씨(Don C).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칸예 웨스트의 ‘절친’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칸예의 필인(Fill-in) 디제이이자 투어 매니저로 늘 그의 옆을 지켰으니까. 나머지는 칸예의 곡 ‘I Am A God’의 벌스 ‘Virgil Pyrex, Don C Snapback’로 설명을 대신한다. 2008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칸예의 파파라치 폭행 사건을 기억하는가? LAX 공항에서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부순 혐의로 체포되었을 당시, 그와 함께 연행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그냥 안투라지가 아니라, 브로맨스로 인정해야겠다.

금융계 회사원이 디자이너가 된 사연
이 사건이 잠잠해질 때쯤 돈 씨는 패션계로 완전히 전향한다. 사실 이전에도 이력이 꽤 특이했다. 굿 뮤직(G.O.O.D 뮤직)에 발 들이기 전 그의 직업 역시 의외다. 평범한 금융업계 종사자가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운 이유는 단 하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돌연 직업을 선회한 돈 씨는 음악계를 거쳐 2011년 패션계에 안착했다. 미국의 인기 스트릿 브랜드, 저스트 돈은 이렇게 탄생했다.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JUST DON은 칸예빨?
저스트 돈은 커스텀 스냅백을 메인으로 하는 브랜드다.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는 소위 ‘럭셔리’ 스트릿 브랜드 대열에 올라 있다. 모자 하나가 50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이다. 협찬한 쪽은 브랜드일지 모르나, 실제로 협찬을 받은 건 저스트 돈 쪽으로 봐도 무방하다. 공항이며 집 앞이며 줄기차게 저스트 돈 스냅백을 쓰고 나타난 칸예의 ‘버프’도 인기에 한몫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6년 1월 30일은 스니커헤드에게 재미있는 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칸예 웨스트의 이지 부스트와 돈 씨의 조던2 저스트 돈이 동시 발매된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바꿔 말하면, 돈 씨는 이미 칸예의 ‘절친’이 아니라는 말이다. 패션계에서만큼은 칸예와 대등한 존재임을 증명했다. 혹자는 여전히 ‘칸예빨’이라 무시하지만, 조던 2를 다시 보게 만든 이 디자인을 보면 그런 질타도 쏙 들어갈 것이다.

조던 2 시리즈를 구하러 온 구원자
저스트 돈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나이키였다. 조금 특별한 조던 2를 만들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많고 많은 나이키의 핏줄 중에 왜 하필 조던을? 그의 닉네임이 ‘Chicago’s own Don C’라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그런 그에게 시카고 불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신발은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나이키와 돈 씨는 2015년부터 스냅백팩은 물론 최근 에어 조던 2 악틱 오렌지까지 다채로운 에어 조던 2 협업을 전개해왔다. 그중 고급스러운 로열 블루 컬러를 뽐내는 ‘에어 조던 2 레트로 저스트 돈’은 조던 2 협업 시리즈 중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자 소장가치가 높은 신발이라 ‘감히’ 단정 지을 수 있는 운동화. 이 협업을 기점으로 조던 역사에서 둘의 만남은 조던 2의 부활절처럼 기록된다. 3, 4 시리즈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조던 2를 구제했다.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AF100 컬렉션
이번엔 에어 포스다. 조던의 남자 돈 씨가 에어 포스 1 실루엣의 35주년을 기념하는 AF100의 협업 파트너 명단에 올랐다. 트래비스 스콧부터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 아크로님의 에롤슨 휴, 로커펠라의 카름 비그스 버그와 함께 에어 포스 1의 35주년을 기념하는 협업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사실 조던 2가 아니더라도 ‘돈 씨 x 나이키’ 이 두 이름 사이에는 어떠한 믿음이 있다. 인디고 SF 에어 포스 1같은 수작으로 스우시 마니아들의 마음을 훔쳐온 그이기에. 조던 광신도가 만든 나이키 에어 포스 1은 어떤 모습일까?

Part. 2
AIR FORCE 1 HI JUST DON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이력이 특이하다. 스니커를 향한 열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젊은 친구들이 슈즈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는 가능한 한 젊은 감각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고, 스니커즈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지. 스니커 디자인은 스포츠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스포츠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선수가 될 수는 없던 나로서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chicagodonc 이다. 시카고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데.

난 시카고 출신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80 년대 사람들과 달리 에어 포스 1에 일찍이 노출되지 못했다. 오히려 89나 90 시리즈를 보고 자랐지. 나는 이 신발들의 클래식한 실루엣을 정말 사랑한다. AF1 패밀리의 ‘가장’들에게 오마주하는 것이 나의 디자인 방식이기도 하고.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가족이 중요하다고 자주 이야기 하는데, 그런 점이 제품에는 어떻게 투영되나?

에어 포스 1이야말로 OG이며, 조상이고, 모든 것의 시작이다. 나는 항상 가족이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가족은 항상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건 충분치 않다. 항상 가까움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나를 찾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나는 에어 포스 1의 아이코닉한 실루엣에 경의를 표하고자 했고, 젊은 친구들로 하여금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도록 하고자 했다.

이번 협업에 에어 포스 패밀리의 특징을 어떻게 녹여냈나?

에어 포스 혈통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에어 포스 패밀리에는 에어 포스 2, 3, 5, 맥스, 180등이 있고 계속 뻗어나가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언제나 조상 격인 AF 1으로 회기한다는 점이다. 에어 포스 1 하이 저스트 돈의 경우, 굽은 2에서, 바인딩과 나이키 로고는 3의 디테일에서 영향을 받았다.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제품의 내측과 측면의 디테일도 다른데?

전반적으로 변화를 주고 색다른 텍스쳐를 가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프리미엄 가죽 제품에 최고 소재와 패브릭을 믹스 매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특정 방향으로 돌면 다른 룩을 선보일 수 있게 디자인한 거다. 내가 만든 제품 대부분의 특징은 장식 요소가 자수로 새겨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내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슈즈 디자인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농구였기 때문에 하이톱을 디자인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스포츠 컬처에서 추앙받고 있는 제품 실루엣에 하이엔드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에어 포스 1 제품 실루엣에 경의를 표하고, 에어 포스가 가진 우아함과 헤리티지를 존중하는 동시에 변화를 모색하는 모험이었다. 특히 화이트 온 화이트 (white on white)를 시도한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고.

아카이브를 정말 많이 뒤져봤겠는데?

굉장히 많이 파헤쳤다. 나이키가 구모델들을 가져다 주기도 했고. 1980년대 농구 선수들이 실제로 신었던 모델들의 실루엣을 직접 탐구하는 건 정말 신나는 작업이었다.

AF100 컬렉션 디자이너 돈 씨 인터뷰 nike air force af100 don c interview 2017

디자이너로서, ‘에어 포스는 올화이트가 진리’라는 명제에 동의하나?

보다시피 AF100의 다섯 모델 모두 올 화이트 운동화다. 올 화이트 모델은 디자인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모델을 흰색으로 통일하는 건 오직 신발의 순수한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흰색은 신발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요즘 친구들도 흰 운동화 위에 색을 칠하고 꾸미면서 자신만의 신발을 만들지 않나. 흰색 운동화는 스트릿 컬쳐의 주요한 지점이자, 스니커즈의 성배라고 할 수 있다.

당신도 ‘스니커 커스터마이징 키즈’ 중 한 명이었겠다.

항상. 난 늘 조던에 스우시가 없는게 정말 싫다고 말하는 아이였다고. 스우시 로고를 그려 넣지는 않았지만, 로고를 수놓거나 엄마 매니큐어로 칠하거나 했다. 나의 첫 에어 포스 1은 고등학교 때 올 블랙에 화이트 스우시가 들어간 하이톱 제품이었다. 절대 잊을 수 없지.

에어 포스 1은 스트릿 컬처와 힙합 신의 상징이 됐다. 태생은 농구화인데.

농구와 힙합은 비슷한 에너지를 가졌다. 어떻게 보면 뿌리가 같거든. 내가 아는 농구 선수들만 하더라도 대부분 힙합을 다 좋아한다.

스트릿 스타일이 패션 세계를 점령 중이다.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운동화를 제작하고 있고.

패션은 거리에서 무언가 빌려온다. 늘 그래 왔던 일이다. 요즘은 스트릿 패션이 늘 대화의 중심에 있다. 사람들이 그걸 이제 알아봐주고 인지하는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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