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19시부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송년회 풀코스.

음식
59,758 Hypes

지난주 ‘최자로드 연말특집 – 낮 편’은 대낮의 먹부림 코스를 제안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방어로 시작해서 탄탄면으로 입가심하는 흠잡을 게 없는 메뉴다. 춘천행 ITX에서 먹기 위해 포장해온 레바논 케밥은 문자 그대로 ‘숨어 있는 미래의 맛집’의 발견. 우리 같은 돼지들 입장에서는 무소불위 식단의 완성이었다.

새벽까지 달리기 마련인 연말 모임에 임하기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하나둘씩 가게들이 문을 닫겠지만, 문 열려 있으면 어디든 들어간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새벽에 더 진가를 발휘하는 2차 집과, 애주가들이 택시 타고서라도 찾아간다는 해장국집까지 송년회 풀코스를 준비했으니까. ‘최자로드 연말 특집 – 밤 편’의 서막을 여는 곳은 춘천. 최자가 돼지가 멸종한다면 ‘인생 마지막 고깃집’으로 선택하겠다는 엄청난 고깃집이 여기에 있다.

“만약 돼지가 멸종해서 딱 한 군데의 고깃집에 마지막으로 갈수 있다면 난 이 집 돼지불고기를 먹겠어. 내 인생의 마지막 돼지고기!”

19:00 PM
최자 인생의 마지막 돼지고기

최자가 ‘먹을 때는 무리해도 된다’는 기치 아래, 두 시간 동안 기차까지 타고 찾아온 고깃집. 종로4가 예지상가 시계골목에서 시작해 66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3~4개월간 발효시켜 유산균과 육즙이 느껴지는 돼지 불고기를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맛집이다. 2년 전까지 서울 성북동에서 영업하다가, 춘천으로 이사를 왔다.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서울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었어. 이 집 고기맛에 빠진 지 7~8년쯤 됐지. 갑자기 없어져서 너무 속상했는데, 춘천에서 재개업했다고 인터넷에 누가 올렸더라고. 짝퉁이겠지 했는데 그 사장님이 맞았어. 몸이 편찮으셔서 춘천으로 오셨대.”

최자가 언급한 ‘그 사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돼지를 굽는 신선. 적어도 외국인들의 시선에는 그렇게 비친다. 이 집은 최자가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를 꼭 데려오는 곳인데, 올 때마다 ‘애들이 환장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기 신선이 돼지를 굽는다. 용이 춤을 춘다.”

“신선같이 긴 눈썹이 걔네들 눈에는 용같이 보이나 봐. 용이 춤추는 것 같대. 맛있지, 눈썹 신기하지, 에어맥스 신고 춤을 추며 고기 구워주시지. 신비함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계셔. 재밌는 게, 이 집 이름이 한국말로 하면 별다를 게 없는데 영어로 하면 웃겨.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이래.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대.”

사장님이 고기를 구울 때의 제스처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지만, 사실은 최상의 고기 맛을 탐구하는 몸짓. 숯불의 온도가 가장 높은 꼭짓점을 찾아 고기 석쇠를 공중 부양하는 셈이다.

“여기서는 고기 외의 다른 걸로 배 채우고 싶지 않아.”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여기는 돼지불고기 단일 메뉴가 끝이야. 보통 다섯 명이 오면 나는 최소 8인분에서 10인분은 시켜. 추가 주문을 안 받아주시는 경우도 많거든. 공기밥을 시키면 주시는 시래깃국도 맛있어. 근데 여기는 다른 것 먹을 여력이 없어. 고기 때려 넣기에도 바빠. 쌈 싸 먹기도 아까워. 다른 맛이랑 섞이는 게 싫어.”

“구운 상태로 포장도 가능한데 사장님이 당부하셔. 꼭 뚝배기에 김치랑 같이 넣어서 천천히 끓여 먹으라고. 한 번 포장해서 먹어봤지만, 맛은 있는데 여기서 먹는 맛이 안 나. 그냥 평범해져. 포장은 비추. 무조건 여기 와서 먹는 게 최고야.”

“군인 백 명이 워커발로 밟고 지나간 것 같아.
너무 부드러워서. 씹을때 조직이 물침대야”

“씹을 때 텍스처가 너무 대단하잖아. 이 집 고기는 지방을 다 걷어내서 거의 살코기 위주인데도 숙성을 잘 해서 엄청 부드러워. 입에서 육즙이 쫙 퍼지는 그 촉촉함에 씹는 순간 빠져들지. 물침대라는 말이 적당한 것 같아. 너무 맛있어. 정신을 못 차리겠어.”

제주 근고기처럼 깍둑깍둑 썰어낸 큼지막한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신기한 건 이렇게나 고기가 큰데, 뜨겁지가 않다.

“안쪽까지는 안 구워. 미디엄이야. 그래서 고기 안의 육즙과 유산균이 다 살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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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고기의 특징은 겉은 익히고 속은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는 미디엄으로 돼지를 굽는다는 점이다. 소고기도 아니고 돼지고기가 미디엄이라니. 아무리 양균 시스템의 발달로 돼지고기에 균이 없어진 지 오래됐다지만 정말 괜찮을까?

“이 집 고기 육즙은 다 유산균이야. 발효되면서 고기에서 자생적으로 무해한 균이 발생하거든. 발효랑 썩는 거랑은 다르잖아. 유산균이 살아 있으면 발효니까. 잘못되면 식중독에 걸리겠지만 이 집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유산균이 잘못된 적이 없어. 그만큼 철저히 관리하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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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유산균이 죽지 않게 항상 온도를 관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 하지만 이곳의 사장님은 온도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균을 배양하는 모든 과정을 오직 오감으로만 진행한다. 서울대 축산과, 화학과 교수들도 보고 놀랐을 정도.

“사장님이 유산균이랑 친구처럼 사셔. 아침저녁으로 빛깔부터 향기, 내음까지 상태를 확인하는 거야. 사람도 더우면 선풍기 쐬고 난로 쬐고 하듯이, 계속 냉장고에서 넣었다 뺐다 하면서 유산균이 살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는 거지.”

3~4개월에 걸쳐 약 1000번 냉장고 안팎을 들락날락하고 나서야, 우리가 지금 먹는 고기 한 통이 완성된다.

“이 김치 국물 찍어 먹어봐 푹!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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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김치가 서울 김치거든. 젓갈 같은 거 안 넣고 매콤하고 깔끔해. 김치 국물이 졸아들면서 고기에 배어드는 게 진짜 맛있어. 보기에는 안 매워도, 끓을수록 다섯 배는 매워져.”

이 집 김치는 100% 청양 고춧가루만 쓴다. 신경질 나게 맵기만 한 서양 고추와 달리 매우면서 달달한 맛이 매력이다. 위에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고 땀이 송송 맺힐 정도로 맛있게 맵다. 입만 살짝 매웠다가 금세 없어진다 마성의 매운맛.

“주먹고기 없죠?”

“여기는 숨은 메뉴들이 대박이야. 주먹 고기라고 고기 세 점 뭉쳐놓은 것처럼 큰 고기가 있거든. 일본에서는 모찌고기라고 불러. 잘 안 해주셔서 따로 여쭤봐야 해. 육즙이 일반 고기 두 배는 되고, 이거 한 점이 필레미뇽 하나 먹는 기분이야. 고기가 큰데 하나도 안 질겨. 잘 안 해주시긴 한데 숨은 메뉴 삼겹살도 꼭 먹어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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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는 필레 미뇽 같은 그런 감동이 있어.”

“서걱서걱한 식감과 함께 육즙이 입에 쫙 퍼지잖아. 김치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 대박이지. 돼지 육즙이 이렇게 맛있는 집은 어딜 가도 없어. 여기는 숙성된 고기가 가진 육집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집인 것 같아.”

한국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를 한 쪽을 태워서 바삭바삭하게 먹는 것에 익숙하지만, 좋은 돼지를 알맞게 덜 익혀서 먹는 것도 맛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정말 맛있는 필레미뇽을 맛볼 수 있는 좋은 호텔도 많지만, 이런 고기는 여기밖에 없지. 전 세계인들이 한 번씩 맛봤으면 좋겠어. 이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

“이 정도 고생으로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면 황송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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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이 집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농담이 돌 만큼 예약도 어렵다. 11테이블, 1라운딩 영업제도. 오전 10시부터 전화 예약을 시작해서 선착순 으로 하루에 딱 11팀의 손님만 받는다. 매주 수~토만 영업하고 일~화는 쉰다. 6시에서 7시 사이, 토요일은 5시 반에서 6시 반에 영업을 시작한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진짜 먹기 힘든 데였어. 선택받은 자만 먹었어. 그때는 전화 예약도 아니고 11시부터 오프라인 예약만 진행했는데, 직접 가게에 와서 이름 쓴 포스트잇을 테이블에 붙이고 가야 했다니까.”

“나한테는 원래는 소가 넘버원인데. 이거 먹을때마다 헷갈려.”

“소랑 돼지 중에 뭐가 넘버원인지. 헷갈리게 하는 맛이야. 설명하기 진짜 힘든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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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AM
홍어삼합 김치말이

다시 서울 도착. 시계는 어느덧 자정을 향해가고 있다. 연말연시 모임 장소 선택의 진정한 ‘센스’는 밤에 판가름 나는 법. 관건은 12시 자정부터다. 그 시간이 되면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다. 올해의 마지막 음식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저 그런 메뉴와 타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시간에 문 여는 맛집 중에 이런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라며 최자가 물었다.

“아끼는 옷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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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여는 메뉴는 삼합. 대뜸 아끼는 옷인지 물었던 이유다. 건대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26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홍어삼합 집을 찾았다.

“여긴 홍어 입문지로 최고야. 홍어라고 하면 일단 기피하고 보는데, 홍어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여기 거는 먹더라고. 홍어가 줄 수 있는 맛의 가능성과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전파하고 싶은데, 홍어 입문으로 여기만 한 데가 없어. 장님한테 새 세상을 보여줘야지.”

“첫 홍어를 이걸로 시작하는 걸 하느님께 감사해.”

“홍어나 상어, 가오리처럼 뼈가 연골로 된 생선들은 부패하지 않고 발효가 돼. 삭히면 썩는 게 아니라 단백질이 암모니아로 분해되거든. 그래서 오줌 냄새가 나는 거야. 소화도 되게 잘되고 몸에 정말 좋아.”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지가 등장했다.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냄새로 악명 높은 홍어삼합이 아닌가. 홍어 입문자로서 용기를 내어 젓가락을 내미는 찰나, 최자가 막아섰다.

“이거는 이모가 싸주셔야 그 맛이 나지.
어색하게 쌌다가는 그 맛이 안나.
먹어 봐 일단 먹어보고 얘기해.”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사실 다른 삼합 집도 재료 구성은 비슷해. 묵은지 대신 백김치나 묵은지 씻은 거 주는 데도 있고. 근데 여기는 이모가 만든 김치가 대박이야. 이모가 초장 찍고 참기름 찍고 미나리, 마늘, 고추 올리고 말아주시는 그 조합이 좋아. 재료가 좋아서 유명한 집이라기보다는 이모 솜씨야. 분위기랑 손맛이야.”

이모의 손맛을 더한 홍어삼합 김치말이로 홍어 입문 완료. 어라? 암모니아 맛이 덜하다. 최자의 말처럼 힘들지 않다.

“거봐, 어렵지 않다니까. 심지어 여기 외국인 친구한테 소개받은 집이야. 싱가포르 사람인데 걔가 여기 와봐야 한다는 거야. 처음엔 뭐 그런 데를 가느냐고 했는데, 한입 딱 먹어보고 서로 악수했지. 한국 사람이 홍어를 너한테 배웠다고.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이모가 싸준 홍어삼합 김치말이는 김치와 참기름 덕에 홍어 삭힌 맛이 중화된다. 첫 한 입에 김치 맛이 나고 그 다음에 초장 맛이 상큼하게 퍼진다. 다음은 홍어 차례. 단맛과 고소한 맛이 느껴질 때쯤 홍어 냄새가 마지막에 살짝 올라온다. 미나리랑 부추 맛이 돼지고기의 리치한 맛이랑 섞여서 입문자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조합을 이뤄낸다.

“이 술은 지우개야. 다 지워져.”

이곳으로 오는 길에 중국 식료품점에 들러 중국 술 한 병을 샀다. 사장이 자신 있게 추천한 공자다. 최자가 공자를 들고 있다. 공자를 모시고 있는 최자. 마지막에 홍어 맛이 살짝 느껴질 때 한잔 곁들이면 혀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근데 막걸리랑도 먹어봐야지. 막걸리랑 제일 잘 어울려 끝이야. 공자도 나쁘지 않은데, 삼합과의 매칭률이 막걸리가 95%, 공자가 65%.”

새로운 술과 삼합 조합에 한번 도전해봤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 오랜 세월에 걸쳐 매치가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홍어 삼합 막걸리는 거의 최자와 개코야.
그냥 진짜 잘어울리는 거지.”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사실 홍어가 캐주얼한 음식은 아니다. 홍어 냄새가 기피 대상인 건 사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와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도 편한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정말 편한 사람하고 올 수 있는 별식이라는 얘기.

“그래도 여기는 크게 음식 안 가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데려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홍어 시작하는 사람이 홍어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코스이기도 하고.”

“내가 또 한 명 전도했다.”

“처음에 잘못 입문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 먹어. 홍어에 대한 첫인상이 별로라서. 그런데 이 집처럼 제대로 된 걸 먹고 나면 나중에 더 센 걸 찾게 된다? 와사비도 처음에는 ‘어, 맵네 맛있네’ 하다가 센 걸 찾게 되잖아.”

최자에게는 홍어에 대한 추억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홍어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 사연.

“난 부모님이 전라도 분이셔서 아기 때부터 홍어 먹을 기회가 많았어. 한번은 어릴 때 아빠가 상어를 잡은 거야. 그걸 베란다에서 홍어 대신 삭히는데, 썩는 냄새가 진동했어.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고 동네에 소문이 나서 경찰까지 왔다니까.”

“약간 여기는 중국 속의 한국이잖아.
한국 속의 중국 속의 한국!”

“홍어는 약간 복잡한 매력이 있어. 차이나타운에 향이 강한 음식이 얼마나 많아. 세상의 지독한 냄새란 냄새는 다 모인 곳인데, 홍어 냄새는 중화의 강한 냄새를 다 지울 만큼 센 거야. 그 정도로 인상이 강하고 맛이 진한 음식이니까. 그러니까 중국 사람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들어와도 끝까지 버티는 거야. 제아무리 중국 음식의 향이 강해도 이 냄새를 지우지 못하는 거야.”

04:00 AM
애주가들의 종착역

이곳은 술 마시는 사람들한테는 미슐랭 가이드급으로 통하는 해장국 집. 해장이라면 도가 튼 애주가들이 한잔 걸친 뒤에 택시 타고서라도 찾아오는 맛집이다.

“이 집은 애주가들이 해장하는 곳. 연말에는 보통 2~3차까지 가잖아. 새벽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는데, 제대로 된 거 먹고 싶을 때 여기 오는 거야. 새벽 6시까지 하니까 일단.”

“국에 밥을 말아 먹어야 해. 얘기가 달라져.”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해장국 등장. 잡미 없이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그냥 먹으면 짜다 싶은데, 밥을 말아서 먹으면 딱 좋은 간이다. 최자의 추천대로 청양 고추 넣으면 인상이 딱 바뀐다.

“밥을 무조건 말아 먹어야 해. 선지도 맛있지만 고기를 이런 식으로 찢어주는 데가 별로 없어. 갈갈이 찢긴 고기와 밥 그리고 선지 찌꺼기가 함께 씹히는 게 너무 맛있어. 술 취했는데 일일이 찢어 먹으려면 얼마나 귀찮아. 근데 여긴 이미 다 되어 있어.”

서울에 지천으로 널린 해장국 집을 마다하고, 이 먼 곳까지 애주가들이 택시를 타고 찾아오는 이유가 뭘까?

“사실 이 시간대에 뭘 먹으면서 너무 맛있는걸 요구하는 게 민폐이긴 해. 그래도 타협할 수 없지. 이 동네 일대에서 이렇게 늦게까지 하는 집 중에선 여기가 제일 괜찮아. 술 마시면서 몸에 해로운 짓만 하다가, 그래도 든든하게 한 끼 먹고 집에는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새벽 4시에 어딜 가서 육회를 먹겠어?”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나랑 술 마시는 친구들은 다 돼지들이라서, 이 시간에도 제대로 구색 다 갖춰서 먹어.”

추가로 주문한 육회가 나왔다. 해장국은 그렇다 치고 아침에 모닝 육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니.

“이 집 육회는 산도가 높아. 여기 마장동 옆이잖아. 도축장 바로 옆이니까 신선할 수밖에 없지.”

“사실 광장시장 육회에 비해 엄청나게 더 맛있고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이 시간대에 갈 수 있는 선택지임을 감안 해야지.”

하긴, 새벽 3~4시에 이런 데가 어딨겠나. 확실히 이 시간에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은 별로 없으니까. 그래도 여기는 확실하게 추천할 수 있는 새벽의 맛집 중 하나다.

“국물은 정신적으로 해장이 되는 느낌이 있어.”

“여긴 언제부터 왔는지 기억도 안 나. 새벽까지 술 마시다 보면 이놈 저놈 모르는 술친구들이 생기잖아. 그러다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면 갈 데가 없거든. 맨날 가는 데는 가기 싫고, 어디 갈까 하다가 정신 차리고 나면 여기에 있더라고. 여럿이서 택시 타고 오는데 딸려오고 그런 거지.”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2017 hypebeast eats choiza road holiday special night

해장국만이 주는 위안과 안도감이 존재한다. 술자리는 어쩐지 국물을 먹어야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우거지나 콩나물처럼 술이 깨는 재료가 들어 있는 것과 별개로, 국물을 먹었을 때 정신적으로 해장이 되는 느낌이 있다. 국물을 먹고 있으니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 든다.

“봐봐, 이렇게 여섯 끼를 먹고 나니까 벌써 아침 7시잖아. 오늘은 정말 하루를 생동감 있게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야. 생동감 있게. 아까 춘천 가는 기차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뛰었니. 기차를 놓치기가 싫은 거야. 지는 것 같아서.”

모닝 방어를 먹으러 나왔다가 다음 날 아침 모닝 육회로 끝나는 하루. 이 예상 못 한 전개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먹다 남은 선지를 무심코 떠먹었다. 이상하다. 보통 선지는 식으면 비려서 잘 못 먹는데 비리지가 않다.

“나도 너랑 똑같은 생각했어. 돼지들은 생각의 길이라는 게 비슷하거든. 선지가 이렇게까지 깨끗한 맛이 나는 건 처음 봤어.”

“느꼈다. 행복”

“연말에는 원래 술부름이잖아. 여기는 방바닥 따뜻하고 나가라고 눈치 안 주고, 구석에 앉으면 기댈 수도 있어. 얼마나 좋아. 재밌고 맛있고. 술국 두 그릇과 육회 하나로도 이렇게 행복하잖아. 정말 조촐하게. 소박한 돼지들의 행복.”

“그냥 돼지들도 위험한데 제일 위험한 게 술 좋아하는 돼지거든.”

“술 좋아하면 배부른 걸 망각하는 돼지들의 습성이 있어. 위를 마비시키는 거지. 가끔 아침에 일어났는데 배부른 날이 있거든. 왜 배부르지 생각하다가 문득 깨닫는 거지. ‘아, 많이 먹었지 참.’”

이 집의 퀄리티 컨트롤을 책임지는 요소는 영업시간. 밤에 문을 열고 새벽에 끝난다. 점심 장사는 쉬기 때문에 재정비할 여유가 있다. 일요일 오후 4시부터 월요일 오후 6시 반까지는 휴무.

07:00AM
귀가

본 기사에서 소개되는 맛집들의 상호명과 위치 등의 세부 정보는 마지막화에서 일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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