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디자인 총괄 마르쿠스 엥만의 관찰, 철학, 시도

“우린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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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시끄럽게 울린 알람이 원망스러웠다. 다시알림을 세 번 누른 후에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디자인 위크 행사 시작은 오전 11시. 하지만 그와의 약속 시간은 아침 6시 반이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만나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뭐길래.

시청역 부근 호텔 로비에서 만난 그의 눈빛엔 총기가 가득했다. “난 원래 아침형은 아닌데.” 그가 얄궃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개최하는 <스웨덴 영 디자인 위크>를 위해 방한한 마르쿠스 엥만. 그는 6년간 이케아에서 약 20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 1,000여 명의 개발자를 진두지휘하며 회사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감독한 인물이다. 엥만은 홍콩에서 도쿄로 이어지는 빠듯한 출장 일정 중 딱 하루를 비워 서울을 찾았다. 그와 이른 새벽부터 만나야 할 이유는 뭘까?

관찰

‘가정 방문’이라는 사실 외에 언제, 어디서, 무얼 하는지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엥만,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 두 명과 차에 몸을 싣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4인 가족이 사는 작은 아파트였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큰 데이터 회사를 고용해 단순히 설문 조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난 궁금한 게 아주 많은 사람이라 이런 게 즐겁다.” 엥만은 설명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 살, 여섯 살 아이들이 사는 집은 어떨까? 아이들의 놀이 공간, 부부의 침실, 화장실, 부엌, 베란다. 싱크대 위 수납공간에는 어떤 그릇을 어떻게 보관하며 쓰레기는 언제, 어떻게 버리는가? 냉장고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나? 애완동물이나 식물은 키우나? 음악은 어떻게 듣고, 바닥에는 언제 앉으며 창문은 언제 여나? 엥만이 끊임없이 가족에게 물었다.

이케아 마르쿠스 엥만 스웨덴 영 디자인 위크 ikea marcus engman sweden young design week 2017

철학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데도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이케아 코리아 사무실도, 한식당도, 관광지도 아닌 누군가의 집이었다. “우린 1년에 2,000여 개의 제품을 출시한다. 이미 만들어진 샘플에서 제작하거나 제삼자에게서 공급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디자인하는 거다. ‘좋은’ 디자인에 도달하려면 그만큼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면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린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굿 디자인’을 하는 회사지.”

우린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굿 디자인’을 하는 회사지.

대기업의 디자인 총괄이 작은 가정에서 이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과연 효율적일까? 말한 대로 이케아는 대기업이다.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작게는 100만 점도 넘게 생산한다. 그렇다면 한 한국인 가정집에서 추린 결과물이 이케아에 적용 가치가 있을까? “로컬 아이디어를 글로벌 레벨에 적용하는 게 우리 임무다. 한 도시, 한 나라만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면 뭐하나. 그건 우리 사업에도 좋지 않다(웃음). 예를 들어 ‘365+ 카라프’의 경우는 많은 나라의 냉장고와 물병 보관법을 관찰하고 모든 자료를 하나의 디자인에 취합한 거다. 이 물병은 세계 어느 냉장고 선반에도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그래서 엥만이 이번 가정 방문에서 얻은 깨달음은? “난 전기장판을 생전 처음 본다. 서울에서 꼭 하나 사서 본사 연구용 샘플로 가져가야지.”

이케아 마르쿠스 엥만 스웨덴 영 디자인 위크 ikea marcus engman sweden young design week 2017

시도

이케아는 전기장판 외 ‘오픈 소스’와 ‘스마트 가구’도 연구 중이다. ‘오픈 소스’란, 이케아의 제품을 다른 브랜드의 제품과도 호환 가능하게 하는 것. ‘스마트’ 요소 역시 스마트폰이나 기타 전자 제품과 이케아의 가구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케아의 무선 충전 가구 컬렉션을 예로 들자. 현재 이케아는 책상, 램프, 그리고 서랍에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한 컬렉션을 판매 중이다. 이들의 휴대용 무선 충전기는 4만 원 미만으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옵션이다.

이 밖에 현재 엥만의 관심을 사로잡은 건 ‘투명한 디자인’, ‘만질 수 없는 디자인’, ‘감각을 위한 디자인’이다. “바이레도와는 냄새, 소노스와는 소리를 디자인하고 있다. 기대하길 바란다.” 이 두 협업이 공개될 때 즈음, 버질 아블로는 미국의 대학교 기숙사를 순회하며 이케아 인테리어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케아는 최근 아크네 설립자 예스페르 코우토프드의 틴에이지 엔지니어링과 ‘프레크벤스(frequency)’ 파티 스피커 컬렉션도 공개했다. 이케아는 많은 사용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실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웨덴 영 디자인 위크

시계가 오전 8시 30분을 가리켰다. 여섯 살 아이는 등교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하마터면 오늘의 메인 행사를 잊을 뻔했다. 

스웨덴 영 디자인 위크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작품을 전시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매년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는 한국이 꼽혔다. 심사위원이 선정한 우승자는 이케아의 장학금으로 후원하는 뜻깊은 이벤트다. 과거에는 수상자가 본사의 디자이너로 고용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대학 졸업자와 청소년 실업률이 12.5%(세계 평균의 5배)를 돌파한 가운데 참으로 의미 있는 자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디자인계의 ‘엘리트’ 유학생마저 취업이 어려운 국내 현황에 대해 엥만은 “청소년이 종종 하는 착각은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단결해서 열정과 비전을 가지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창조해나가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스웨덴 x 한국 영 디자인 위크는 아래에서 12월 17일까지 열린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DDP 랩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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