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 스노우와 밀릭이 말하는 힙합

한국과 아일랜드 힙합이 만났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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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YG 엔터테인먼트의 서브 레이블인 하이그라운드 합류 이후 소식이 뜸하던 프로듀서 밀릭. 이달 처음 내한한 아일랜드 래퍼 레지 스노우. 지난주, 이 두 아티스트가 서울에서 뭉쳤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이지만, 둘을 만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왜 밀릭과 레지 스노우, 두 이름의 나란한 배열이 당연한 것인지를. 지난 목요일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들의 헨즈클럽 공연에 앞서 활동 근황과 협업 그리고 목표에 관해 물었다.

<하입비스트>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한다.
R: 뮤지션 레지 스노우.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며 밀릭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M: 프로듀서 밀릭. 하이그라운드, 팬시차일드 그리고 클럽 에스키모에 소속되어 있다.

벌써 2월이다. 2017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밀릭은 1년간 사운드 클라우드 업데이트도 없었는데?
R: 정신없이 바쁘다. 2017년을 내 커리어 최고의 한 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의 매일 스튜디오에서 지내고 있다고! 작업 중이던 데뷔 앨범은 드디어 발매를 앞두고 있고 지금은 다음 프로젝트, 다음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조이 배드애스와 함께한 프로젝트도 곧 발표한다.
M: 앨범 작업으로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사실 사운드 클라우드 활동이 뜸했던 건 예정된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내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레지와의 이번 협업도 내 앨범과 관련된 작업이고. 앨범은 곧 나올 예정이다.

같이 작업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R: 내 친구인 디제이 스키니 마초의 소개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원래 밀릭에 대해 알고 있진 않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본 후 호감을 느꼈고 이렇게 한국에 와서 작업하게 되어 기쁘다. 한국 음악은 내가 알던 대중음악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번이 나의 첫 아시아 방문인데, 내가 음악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나이스하고 내가 상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멋지다. 물론 코리안 바비큐도.
M: 원래 레지 스노우의 음악을 좋아했다. 우연히 영국에서 스키니 마초를 통해 처음 만난 이후 음악적인 소통을 이어오다가 이번에 운 좋게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아직 음악 작업에 돌입하진 않았는데, 방향은 정해진 건가?
M: 그렇다. 음악의 콘셉트는 ‘행복’이 될 예정이다. 내 이번 앨범의 전체적 분위기거든. 이미 비트가 완성됐다거나 확실한 것이 정해진 단계는 아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현장에서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다.
R: ‘행복’이다. 요즘 내 음악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상반된 주제의 음악을 만들게 되어 기쁘다. 나의 개인적인 ‘행복’에 관한 기억, 경험 그리고 이번에 밀릭과 함께 한국에서 경험하게 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지 않을까. 지금도 밀릭과 각자의 음악을 이해하면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가며 친해지고 있다.

레지 스노우의 최근 음악 커버 아트와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R: 나는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 예술에도 관심이 많다. 그림 그리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이러한 내 개인적 성향을 작업에 반영하기 위해, 앨범 커버 아트와 뮤직비디오의 프로덕션에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나는 음악의 시각적 효과 및 분위기가 음악의 본질인 청각적 자극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다채롭고, 뭔가 좀 더 완전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밀릭의 앨범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M: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최근 음악 시장의 협업 대부분이 굉장히 비즈니스적이고 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 앨범만큼은 자연스럽고 사적인 접근을 하고자 했다.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지면서 상대방이 어떤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의 색깔과 합쳐지면 어떤 결과물로 변하는지, 이런 생각에 중점을 두며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앨범의 콘셉트인 ‘행복’ 또한 이런 감정적인 접근에 영향을 주었다.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이번 앨범을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쉽지 않은 이러한 접근 방식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보면 정말 비효율적일 수도.

밀릭은 과거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클럽 신의 한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M: 한국에 좋은 디제이들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실력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데, 다만 활동에서 제약이 많다고 생각한다. 공연하는 플랫폼도 그렇고 대부분이 주어지고 정해진 상황 안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굳이 클럽이 아니라도, 다른 환경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요즘 클럽 신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밀릭은 LA에서 생활했는데, 이때의 시간이 지금의 생각들에 영향을 주었나?
M: 맞다. 사실 내가 지금 음악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그때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약 일 년 동안 오디오 엔지니어링 공부를 했는데, 사실 학교보다는 다른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작업하고 음악을 만드는지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공연도 가고, 실제로 아티스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며 작업하는지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는 부모님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레지 스노우는 과거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출신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대중은 ‘아일랜드’를 생각했을 때 힙합이라는 단어를 잘 떠올리지 않는다.
R: 그렇다. 내 이름 뒤에는 항상 ‘아일랜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고 나는 아직도 이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정 사회 그룹에 대한 선입견이 긍정적인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역으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음악 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고 음악을 시작한 후에도 사람들이 규정한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독특한 배경이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도 흔히 대세로 불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지 않았고, 그것이 내 음악적 정체성에 개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적이거나 현재 대세에 맞는 것이 아닌 내 버전만의 ‘쿨’함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 그리고 사운드 클라우드 등 음악의 접근성은 굉장히 좋아졌지만, 음악의 트렌드와 ‘쿨’함의 정답이 하나로만 좁혀진 것 같기도 하다.
R: 너무 일차원적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것이 대세가 되면, 즉시 모두가 그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이번 밀릭과의 작업 같은 국제적인 협업이 이러한 매너리즘을 깨고 서로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깰 기회라고 생각한다. 신선하지 않은가.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행복’이라는 주제의 음악 속에서 교감을 하는 것. 이보다 순수하고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M: 클럽 에스키모와 재미있는 쇼를 구상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 한국 클럽 신과 다르고 신선한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지금처럼 어두침침한 조명 속에서 달리고 뛰는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놀 수도 있고 이러한 힙합 공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 개인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일단 첫 정규 앨범 작업을 마무리 후 디제이로서의 활동도, 사운드 클라우드 업데이트도 지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나는 앞으로 다양한 국제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고 또 한국 음악 신의 존재도 좀 더 알리고 싶다. 경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좋은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관심을 끌고 싶다.
R: 나 역시 일단은 앨범 발매. 내 데뷔 앨범이 되겠지만, 이것이 칸예 웨스트의 ‘칼리지 드롭아웃’처럼 나를 아티스트로 규정짓고 정의하진 않을 것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지만, 나에게 이 앨범은 도착지가 아닌 배움의 시간이었다. ‘레지 스노우’의 종점, 결과물이 아닌 디딤돌말이다.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발견하고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대중들도 곧 발매될 앨범이나 밀릭과의 협업 속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에도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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