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스테디 클럽의 '움직이는 정적' 전시
국민의 상심에 고한다. 무질서의 다음은 또다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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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상실감,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에 상처가 이어진 한해였다. 현실이라 믿기 힘든, 오히려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해가 넘어가고 계절이 바뀌었건만 누구도 그 잔재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 우리는 그런 오늘을 살고 있다. 부조리의 민낯과 직면한 결과는 ‘과연 더 좋은 내일이 있긴 한 걸까?’싶은 공허함이었다. 슬로우 스테디 클럽 전시 <MOVING STILLNESS: 움직이는 정적>은 이 먹먹한 가슴에 대한 대답이 될지도 모른다.
삼청동에 위치한 슬로우 스테디 클럽은 패션 브랜드 블랭코브가 운영하는 남성 편집숍. 카페와 갤러리를 겸해 매 시즌 다채로운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과연 분노의 메아리는 실재하는 것이며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동양철학과 물리학에 근거하여 우주론적 개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윤성필 작가가 순환을 의미하는 원을 회화와 조각, 설치 오브제로 완성했다.
‘본질의 존재와 관념적 확장’이라는 주제가 다소 사변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거창해 보이는 철학의 핵심은 결국 ‘순환’이다. 보이지 않는 전자 에너지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순환하는 우주처럼,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도 질서와 무질서가 반복되는 나름의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윤성필 작가는 이 혼돈 속의 질서를 ‘움직이는 정적’이라 해석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무질서의 다음은 또다시 질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거대한 사건 역시 “그동안 우리 사회를 순환시키던 무질서에 쉼표를 찍어주는” 고요한 요동이다.
<움직이는 정적>은 지금의 시국을 예상하고 기획한 전시는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세상의 에너지는 정의와 공정성으로 사회를 장악하여 다음 세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유의 여지를 관람객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요지경 같은 세상에도 틀림없이 내일은 온다.
<MOVING STILLNESS: 움직이는 정적> 전시는 1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슬로우 스테디 클럽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슬로우 스테디 클럽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 길 17 (팔판동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