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미디어 시장이 변했다. 폴더 폰 시절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매우’ ‘많이도’ 변했다. 당시 우리는 신문, 책, 잡지 등을 직접 구매해서 정보를 얻었다. PC가 있어도 단순 웹 서핑에 불과했을 뿐 요즘처럼 간단히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매일 다른 글로벌 뉴스를 접하기는 어려웠다.
스마트폰이 보편화 된 이후는 어떨까. 메모장, 카메라, 계산기 등의 기본 애플리케이션만 봐도 알 수 있듯 생활이 간소화 되고 편리해졌다. 이어 다방면의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며 미디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 변화에 독보적인 힘을 가한 건 단연 소셜미디어라 할 수 있다. ‘#먹스타그램’, ‘#셀스타그램’, ‘#데일리룩’ 보는 재미는 새롭고 흥미롭기까지 했다. NPR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내 20대의 90%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때문에 많은 매체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정보를 퍼뜨렸고, 대중은 이를 통해 지식을 얻었다. 소셜미디어가 개개인의 네트워크 공간을 넘어 매체 및 브랜드의 서브 플랫폼인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후 오프라인 매체들은 웹과 모바일 플랫폼에 힘을 가하며 흐름에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대비하지 못한 일부 매체는 폐간이나 휴간을 선언했다. 또, 온라인 몰과 브랜드에서 타깃을 겨냥한 콘텐츠로 온라인 매체를 발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디어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온라인 기반의 다이드 김지혜 기자와 비슬라 권혁인 편집장. 라이선스 하이패션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 임예성 기자. 그리고 온라인 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무신사의 김보영 편집장, 슬로우스테디 클럽과 블랭코브 그리고 SSC페이퍼의 수장 원덕현 실장. 앞서 말한 이들은 모두 다른 출발점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온라인 매체를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고 이들이 생각하는 국내 패션 미디어 시장은 어떨까.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Q. 변화된 대중의 정보 흡수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지혜 : 정보가 홍수처럼 떠다니는 시대이기에 어떤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하다. SNS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노출된 장소를 찾아가고, TV 프로그램에서 ‘맛있다’라고 칭한 음식점에서 긴 줄을 서 밥을 먹는 등의 행위는 여전하지만 ‘관심’과 ‘흥미’가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세뇌 교육의 시대는 지났다.
임예성 : 스마트폰의 등장은 정보 습득하는 방식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바꾸지 않았던가. SNS 활용으로 모든 게 변했다. 독자가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으며, 양이 폭증했고, 수용하는 태도도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 쇼핑, 여행 등 여러 행위가 정보를 찾는 행동부터 시작될 정도다.
김보영 : 점점 직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의 양은 많아지고, 전달 속도는 빨라졌으니 대중도 그에 맞는 흡수 방식을 택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즉각적이고 빠른 흡수와 반대로, 본인이 관심이 있으면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파고드는 마니아층도 늘어났다고 본다.
Q. 현재 오프라인 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그럴까?
임예성 : 매출의 상당량이 디지털로 나고 있기 때문. 대형 패션 하우스 광고 역시 많은 비중을 디지털로 할당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수적으로 종이만을 고집하는 매체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권혁인 : 서점에 가서 잡지를 구매하는 것보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검색하는 편이 대중에게는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인쇄 매체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더는 기업의 흥미를 끌지 못한 점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하는 것 같다.
원덕현 :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나 고해상도의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으니 나 자신조차도 온라인 매체를 좀 더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PC보다 스마트폰에 자신이 원하는 자료들이 수집되어 있을 때가 마치 책을 소유한 것 같은 만족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Q. 매체의 소셜미디어는 서브 플랫폼이다. 다들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운영 중인지 궁금하다.
김지혜 : <DYED> 초기 땐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면서 웹진으로의 유입을 꾀했다. 현재는 웹진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콘텐츠와 SNS용 콘텐츠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독자와의 소통은 물론 웹진으로 유입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임예성 : 잡지 브랜드의 SNS 채널은 디지털 생사를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책 콘텐츠와 디지털 단독 콘텐츠를 적절하게 버무려 디지털상에 있는 <W Korea> 독자에게 브랜딩 중이다. 업무적으로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맞팔 #소통하기 위해 한다.
김보영 : 처음엔 소셜 미디어를 웹 매거진을 위한 부가적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이제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살아있는 매체이다. 페이스북 내 무신사 커뮤니티는 별개로 회원들의 대화 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은 판매 제품을 위한 홍보 도구자, 그 자체로 하나의 매체의 역할을 한다.
Q.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계정은 매체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온라인 몰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콘텐츠 블로그도 운영하는데 이들의 전략은 무엇 때문일까?
임예성 : 최근 리테일 업계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반대로 미디어가 커머스로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제는 ‘필요’에 의한 구매보다 ‘영위’와 ‘경험’을 위한 구매도 상당하므로 더욱 깐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통해 사전 경험을 제공하는 거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구매 전에 검색으로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듯이.
김보영 : 사람들은 물건이 아닌 브랜드를 산다. 같은 소재와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라도 어떤 로고가 박혀있냐 에 따라 티셔츠의 가치는 달라진다. 이건 허세가 아니다. 패션이야말로 사람 몸에 밀착해 아이덴티티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분야다. 어떤 로고가, 어떤 문구가 적혀 있는가는 표출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이는 패션을 넘어 가전제품, 생활용품, 식품 등 모든 상품군에 적용된다고 본다. 스토리와 역사, 철학이 있어야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콘텐츠다.
원덕현 : 전략이라기보다는 온라인몰 자체에서 방대한 정보를 동의 없이 쏟아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라인몰에서는 필요한 정보들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 심화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을 담기 위한 채널로써 블로그를 시작하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각 매체의 장단점과 타 매체와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김지혜 : 다이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콘텐츠(I GOT U, ‘I’tem)를 통해 차별화를 뒀다. ‘물건을 통해 한 사람의 취향과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I GOT U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I’tem은 에디터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누군가의 스타일링을 확 뜯어고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옷장을 매력적으로 바꿔주는 것도 아니기에 대중들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린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I GOT U를 보는 대중들이 그들처럼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자신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임예성 : <W Korea>는 2013년부터 디지털 플랫폼 초석을 다졌으며 나는 2015년 2월에 합류했다. 현재는 많은 비중으로 디지털에 집중하고 있다. 종이와 디지털 독자 모두를 수용하며 디지털이 성황인 몇 안 되는 매체 중 하나다. 고작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종이 잡지들의 디지털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통 매체’라는 이름처럼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명성과 양질의 콘텐츠는 디지털에서 상당한 장점이 된다.
김보영 : 콘텐츠와 상품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보다가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스토어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했는데, 브랜드 관련 스토리가 궁금해지면 바로 기사로 볼 수 있다. 매거진을 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 상품을 검색해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콘텐츠가 바로 현실로 연결되는 것. 이런 구조를 통해 단순히 하나의 상품이 아닌 방금 본 콘텐츠까지 같이 소유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상품을 구매하는 입장은 물론이고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상품과 함께 스토리까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무신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권혁인 : <VISLA Magazine>은 남들의 의견을 베껴내는 집단이 아니다. 물론, 높은 수준의 사유를 불러내기엔 미숙한 점이 많다. 논란을 일으킬 여지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다루는 문화를 사랑해왔다. 적어도 거짓으로 붙어있던 건 아니라는 말이다. 강점이라기보다는 방향성에 가깝다. VISLA의 색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봤다. 그래도 우리의 방향성에 동의하거나 콘텐츠를 마음 편하게 즐기는 친구들이 늘어간다는 건 작은 위안이자 보람이다.
원덕현 : ‘업데이트’를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자 수, 클릭 수, 페이지뷰 등의 광고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내용’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편집샵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구매를 할 때도 매우 까다롭게 선별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내용물을 만들면 아무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고 그 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향이 다른 다섯 매체와의 질의응답은 여기까지다. 워낙 ‘빨리빨리’ 문화가 유명한 대한민국이다 보니 새로운 것에 두려움이 없고 쉽게 빠져들고 쉽게 질린다. 빠르게 움직이는 소셜 미디어는 반가운 플랫폼이었고 이를 열광하는 행위는 우연 아닌 필연이었다. 그렇기에 온라인 매체는 할 수 있는 한 질 좋고 양 많은 콘텐츠를 토해내듯 선보였다. 쉽고 빠른 것이 대중들의 입맛이라면 더 쉽고 더 빠른 셰프는 백종원도 이연복도 아닌 온라인 매체이기에. 그럼, 온라인 매체의 일원으로써 대중들에게 묻겠다. 다음 트렌드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