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의 출사표, 디샌더스와의 더블 인터뷰
따끈따끈한 음원의 무료 스트리밍까지.


작년부터 글렌체크 영입, XXX의 데뷔 앨범 발매 그리고 이센스의 복귀 등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이번에는 미국 출신 프로듀서 디샌더스를 영입했다. 탑 독 엔터테인먼트에서 켄드릭 라마와 아이재아 라샤드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바 있는 디샌더스는 올해 1월부터 공식적으로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다. 디샌더스와 XXX의 김심야가 송캠프를 진행한 지난 1월, 이들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아래 음원은 오늘 무료로 선공개된 믹스테이프의 첫 번째 싱글 ‘매뉴얼’. 감상하면서 <하입비스트>와 나눈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하입비스트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한다.
D: 프로듀서, 엔지니어 그리고 디제이로 활동중인 디샌더스, 손대현.
X: XXX에서 랩을 하는 김심야.
미국에서 태어나고 활동해온 프로듀서다. 어떻게 한국 레이블과 인연을 맺게 되었나?
D: 실질적으로 BANA측과 연락을 시작한 건 3년 전쯤부터였고, 그 이후로는 이메일로 지속적인 연락을 해왔다. 그러다가 내가 LA로 활동지역을 옮겼을 당시 우연히 BANA 관계자들도 LA를 방문하게 되어 첫 미팅을 했고, 서로 대화하다 보니 결국엔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며칠 뒤 계약서에 서명하면 공식적인 소속 아티스트가 된다. [글쓴이 업데이트: 인터뷰 당일 이후로 디샌더스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다.] 사실 한국에 온건 이번이 세 번째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서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대구에 왔었고, 열 세 살 때는 대구에서 잠깐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 이후로 13년이 흘러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내가 프로듀서로서 한국에 오게 된 배경에 나의 개인적인 인생 경험과 관계들이 확실히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생판 관계없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과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한국행 결심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 실제로 둘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가?
X: 그렇다. 만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대화하고, 비트도 전해 받아서 데모트랙 ‘Chambers’을 만들었지만,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현이 형이 착하고 차분한 스타일이라 불편한 부분은 없다.
D: 나도.
함께 작업 중인 음악의 방향은 틀이 잡혀가고 있나? 기존에 발표했던 XXX의 ‘교미’나 키츠네 쪽과 함께한 싱글과 비교해 본다면?
X: XXX의 교미가 날이선 ‘마이웨이’식 음악, 키츠네와의 협업이 좀 더 트렌디하고 대중성이 있는 음악이었다면, 이번에 작업하고 있는 믹스테잎은 이들과는 또 다른 길을 걷는 음악이 될 것 같다.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관계’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 주가 될 것이다. 인간 사이의 유대관계를 포함해서 모든 관계에 대한. 믹스테이프로 발매할 예정인데, 정규앨범 수준의 퀄리티를 지니지만 일반적인 앨범과 비교했을 때 실험적인 콘셉트를 시도하고 있어서 믹스테이프로 결정했다.
음악 제작의 일반적 방식은 비트와 랩 중 하나가 다른 쪽에 맞춰가는 식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XXX의 FRNK와 작업 할 때 랩과 비트의 전통적인 관계의 틀을 벗어나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X: 사실 XXX로 작업했을 때는 비트의 비중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랩을 많이 양보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작업은 랩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 같다. XXX 활동에서 추구했던 음악이 전체적인 흐름과 사운드에 어느 정도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방식을 중점으로 두고 만든 결과물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교미 EP에서 첫 곡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존재하던 유기적인 흐름 같은 건 이번 믹스테잎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X: 그냥 음악을 만들 때 ‘이런 게 대중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었다. 내 기준에서 대중음악이란 사랑, 여러 가지 관계를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더라.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만드니까.
그 기준이란?
X: 굳이 내 음악이 아니더라도 ‘이런 곡들이 멜론이나 네이버 같은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음악의 이상향을 겨냥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D: 맞다, 안 그래도 어제 이 주제로 대화했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을 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우린 이번 믹스테잎을 단지 ‘랩’ 앨범이 아닌 ‘음악’ 앨범으로 만들려 한다.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은, 좀 더 완전하고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한국에 오기 전 TDE에서 했던 최근 프로듀싱 작업은 이사야 라샤드의 새 앨범 ‘The Sun’s Tirade’ 이였는데.
D: 이사야와 나는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지역에서 자라고, 같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우린 대학교 때 처음 만났고, 그 이후 쭉 절친한 친구였다. 이런 깊은 관계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음악적 협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라온 환경이 음악적 성향에 큰 영향을 주었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생활하면서 겪을 일들도 당신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줄까?
D: 내 음악적 자아와 스타일이 바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영감을 얻고 있다는 것을 지금도 느끼고 있다. 서울은 내가 나고 자란 곳과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니까.
이번 송캠프 작업 이후 각자의 계획은?
D: 송캠프 직후에 일단 출국 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3개월 정도 이사야와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투어 하게 될 것 같고. 여름 쯤 바나와 함께 일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X: 우선 XXX 1집을 만들 것 같다. 교미는 EP였고, 이번에는 정규 1집을 만들 예정이다. 올해 미국의 SXSW에 참가하는데 그 역시 1집 활동의 범주 안에 들 것 같다.
그럼 둘이 함께할 활동은?
X: 만약 내 소망대로 이번 믹스테이프가 대중음악화 된다면 이제 음악 중심에 나가게 되지 않을까. (웃음) 그게 아니면 같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될 것이다. 글렌체크 형들이 레이블에 들어왔을 때도 곡 하나를 같이 작업했고, 이번에 대현이 형이 들어왔을 때도 믹스테이프를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 바나는 이렇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음 직한 음악적 성향을 고려해서 사람을 모은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XXX던 디 샌더스건 바나 아티스트들 간의 유동적인 협업을 앞으로도 할 것 같다.
D: 음악 중심얘기는 모르고 있었는데…
한편 김심야는 디샌더스와의 협업뿐만이 아닌 자신의 첫번째 솔로 싱글 ‘인테리어’도 각종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발표 직후 멜론 실시간 검색순위 10위권에 이름이 오르는 등 그가 받고 있는 팬들의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