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라 2017 FW 데뷔 컬렉션 룩북 & 영상
영상 티져의 사운드는 오혁이 맡았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아그보그블로쉬라는 빈민굴이 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합법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버려진 전자 폐기물이 모이는 곳이다. 겨우 종이상자와 철판으로 만들어진 빈민들의 집터 중앙에 쓰레기 더미들이 산봉우리처럼 자리한다. 주위에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기본적인 옷차림도 갖추지 못한 주민들이 끊어진 철사, 깨진 유리 조각 그리고 배설물로 난장판인 흙 땅을 맨발로 뛰어다닌다. 한 쓰레기 더미 위에는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소년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재활용 가능한 전자 부품을 구분한다. 다른 더미는 불에 타며 검은색 연기를 내뿜고 녹아 소멸되기 만을 기다린다. 화학 독으로 가득한 연기를 들이쉬는 안타까운 가나인들은 40도가 넘는 끈적한 여름에도 폐렴보다 더 악독한 병에 시달린다. 그런 아그보그블로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고모라다.
성경 속 죄악의 도시 고모라. 항상 소돔과 함께 언급되는 불길한 이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부르크의 폭격 작전 이름 역시 ‘오퍼레이션 고모라’였다. 지옥의 불, 보복의 영, 학대, 타락, 사망, 멸망, 죄인의 처벌 등이 고모라가 상징하는 악의 종류다. 고모라는 신에게 버려졌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러한 불쾌한 뜻을 가진 이름의 브랜드가 나타났다. 그것도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들은 이번 2017 가을, 겨울 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다. 혁오 밴드의 스타일리스트로 명성을 얻은 25살 김요한, 동갑의 패션모델 박희수, 그리고 26살 바이어 김미진이 모여 공동 설립했다. 이 셋은 각자 아티스트이기 전에 서로 절친한 사이. 한남동에서 작은 패션 바잉 스튜디오를 전개하며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꿈을 키웠다. 마틴 로즈와 베트멍과 같은 브랜드를 바잉하며 독특하고 레트로한 유러피안 감각을 쌓고 안목을 키웠다.
“젠더 플루이드를 지향합니다.”라는 간단한 문장 외 브랜드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름에서 나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로커, 히피, 바이커, 카우보이, 신사 구분 없이 품을 수 있는 포괄적인 첫 컬렉션이다. 양성적인 감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인 만큼 룩북 모델의 성별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착장은 실험적인 아이템을 내세우고, 애티튜드는 다소 반항적이다. 차분하고 깔끔한 실루엣일지언정 언제나 과격하게 돌변해서 일탈할 수 있는 옷이다.
쥬얼리와 신발 액세서리 하나까지 손수 제작하는 고모라 삼총사의 치밀함에서 그들이 가진 패션을 향한 진정성이 보인다. 어깨에 딱 떨어지는 크롭 슈트 재킷의 컷, 복부에 달라붙는 집업 조끼의 핏, 긴 앞 지퍼의 시크한 가죽 바지, 그저 스터드만으로 멋을 낸 티셔츠. 모두 갓 데뷔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퀄리티다.
단순한 룩북 뿐만이 아닌 야심찬 켐페인 영상도 공개했다. 고모라는 완벽한 모델을 섭외하기 위해 몇 달을 거쳐 서울 곳곳을 탐색했다. 그러던 와중 밤늦게 이태원의 한 편의점에서 나서는 인도계 유학생을 길거리 캐스팅하고 상해로 향했다. 영상 티져의 음악은 트리오의 또다른 절친 오혁이 맡았다. 무려 6분이 넘는 풀 영상은 아래서 감상할 수 있다. 고모라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브랜드의 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을 확인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