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낫 x 마크 곤잘레스를 논하는 샘바이펜과 서사무엘의 대화를 엿들었다

“나는 뭘 입어도 멋있어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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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6월 1일생…” 서사무엘이 샘바이펜에게 누군가를 설명했다. 런던과 시부야 슈프림 매장 한가운데 조형물을 세운. 스케이트보드 트릭 중 하나인 히피 점프를 창시한. 곤즈로도 불리는 마크 곤잘레스 이야기다. 마크 곤잘레스는 스케이트 보더, 음악가, 일러스트레이터, 시인, 영상연출가, 배우, 편집장으로 통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모두 그가 능통한 부문이다. 그를 수식하는 이 수많은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익숙한 건 스케이트 보더다. 지난 2011년 <트랜스 월드 스케이트 보딩>은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로 토니 호크와 로드니 뮬런 그리고 마크 곤잘레스를 꼽았다. 그는 15살 어린 나이에 프로 스케이트 보더로 인정받으며 이후 한국 나이로 50세가 된 지금까지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트릭, 음악, 그림, 시, 영상, 연기, 잡지, 패션, 조형물 등. 마크 곤잘레스의 예술은 국한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변치 않는 사실은 어떤 매개체든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둔다. 서사무엘과 샘바이펜의 대화를 이어 들었다.

서사무엘, 샘바이펜 인터뷰 커버낫 x 마크 곤잘레스 2017 Seo-Samuel-Sambypen-interview-covernat-mark-gonzales

(좌)샘바이펜이 입은 셔츠 by 커버낫 x 마크 곤잘레스, (우)서사무엘이 입은 티셔츠 by 커버낫 x 마크 곤잘레스

서사무엘:
곤즈를 이야기하려면 곤즈갭을 빼놓을 수 없어. 샌프란시스코 엠바카데로 플라자의 스팟을 처음 알리로 뛰어넘은게 바로 곤즈야. 이 갭은 너무 넓어서 아무도 시도를 않던 때이었어. 트릭이 보급화 되지도 않았고, 알리만 보여줘도 대단하던 때였거든. 근데 이 곤즈갭이 나한테 왜 의미가 있느냐 하면 난 토니 호크 비디오게임을 시리즈별로 다했었어. 게임 안에서 칭호를 획득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알리를 잘하면 곤즈 갭이라고 ‘빵!’ 나타나.

샘바이펜:
아 진짜?

서사무엘:
응. 나에게는 누구보다 더 의미가 있어. 지금처럼 화려하게 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알리만 가지고도 이 갭을 성공하게 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심지어 곤즈갭은 대명사로 인식되어있는 용어야.

샘바이펜:
난 형이 더 대단한 것 같은데? (웃음) 나도 그처럼 발을 들일 수 있는 문화는 다양하잖아. 심볼릭한 이미지를 비롯해서 그래피티도 있고 또 다른 방향으로는 파인 아트도 볼 수 있듯이. 신을 동경하는 사람으로서 전설을 남겼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한국의 20대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 서사무엘과 샘바이펜. 서사무엘은 스케이트보드에 관심도가 높은 뮤지션이다. 12살 무렵 플로리다에 살고 있던 사촌 형이 ‘멋진 초딩’이 되라며 스케이트보드를 선물했고, 이후 보드를 타는 일은 서사무엘의 일상과 같았다. 그는 예쁘게 지는 석양을 보며 보드를 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개인 사정으로 지금은 탈 수 없게 되었지만 27살이 된 그는 여전히 스케이트보드 광팬이다. 그의 친구이자 비벤덤 캐릭터로 이름을 알린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 첫 전시에 무려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조명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샘바이펜의 손을 거쳐 탄생한 비벤덤은 몹시 앙증맞다. 둘은 서사무엘의 2집 앨범인 <EGO EXPEND (100%)> 커버를 작업하다 알게 된 사이다. 아래 영상과 앨범 표지에 담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생각하는 사람까지의 진화 과정을 담은 아트웍이 바로 샘바이펜 작품이다. 희한하게도 앨범을 발표하고 한 달 뒤에야 대면할 수 있었다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서사무엘:
난 지금까지의 작업에서는 눈치를 봤던게 많았어. 내가 이런걸 해도 될까? 라는 고민 말이야. 앞으로는 여과없이 양심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내서 내가 무슨말을 하고자하는지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싶어.

샘바이펜:
난 개인작업하는 것들에 나의 세계관이 담겨져서 복잡한 철학을 설명하기 보다는 상업적인 곳에서 자라와 내가 느끼는 것들을 더욱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나와 같은 또래에 있는 친구들이 작품을 보며 공감도 하고 재미도 느끼고 아파하기도 하는 작업물을 앞으로 더 보여줄래.

서사무엘, 샘바이펜 인터뷰 커버낫 x 마크 곤잘레스 2017 Seo-Samuel-Sambypen-interview-covernat-mark-gonzales

(좌)샘바이팬이 입은 데님 팬츠 by 커버낫 (우) 서사무엘이 입은 바지 by 스톤 아일랜드

둘의 대화에서 마크 곤잘레스가 느껴졌다. 1986년 9월 <트레셔> 인터뷰 중 마크 곤잘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나는 타인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단지 나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의 말은 틀림없이 지켜졌다. 신성한 존재인 ‘천사’조차 ‘내 방식대로’를 고집하며 자신의 심볼로 지정했다. “귀엽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둥그스름한 얼굴과 몸집부터 날개까지 이어지는 거친 갈필의 그림체를 어찌 잊을까. 마크 곤잘레스 표 ‘천사’는 스트릿 신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쳐봤을 캐릭터다. 그리고 한 번 본 이 캐릭터는 절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샘바이펜 역시 같은 경험이 있다.

서사무엘:
넌 마크 곤잘레스 알고 있었어?

샘바이펜:
대학 다닐때 소호를 갔는데 스케이트 보더 친구들이 거리를 달리면서 이야기 나누는 걸 보고 감탄했어. 멋져서. 그리고 그때 이 ‘천사’ 캐릭터를 처음 봤어. 스케이트 보드는 어렸을 때 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잘 타기 힘드니까 내가 감히 못하는 문화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동경하기도 했고. 당시 마크 곤잘레스를 처음 알았어.

지난달, 천사의 머리 위에 또 다른 심볼이 떴다. 구름 같은 말풍선 속 ‘C’의 주인은 국내 브랜드 커버낫. 마크 곤잘레스가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처음으로 국내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것이다. 2008년 시작된 커버낫은 내년이면 1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베테랑 브랜드다. 이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ABOUT’만 클릭해도 알 수 있듯 시간과 경험에서 쌓인 내공은 여타 브랜드와 견줄 수 없는 위치다. 이런 발자취야말로 마크 곤잘레스와 국내 최초 협업을 귀결시킨 이유로 내놓을 수 있다. 두 브랜드는 간단한 마크를 이용해 협업을 발현했다. 코치 재킷부터 트랙 팬츠, 치노 반 바지, 포켓 티셔츠, 긴 팔 티셔츠, 캠프 캡, 에코백 등. 둘은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자아낸다. 정갈할 것만 같았던 커버낫은 꽉 조여져 있던 나사를 느슨하게 풀고 마크 곤잘레스는 이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서사무엘:
동대문에 우후청산이라는 스케이트보드 숍이 있었어. 난 학교에 다니면서 계속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갔어. 매장에 들어가면 보더들이 나와 트릭하는 영상이 무작위로 항상 재생되고 있었어. ‘나도 저거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서 따라 했던 기억이 나. 그런데 그 트릭의 한 획을 그은 마크 곤잘레스가 한국 브랜드와 함께 또 다른 무브를 보인다고 하니까 감회가 새로워. 우리나라 옛날 스케이트 보더들이 지금을 보면 어떤 생각일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번을 계기로 안대근 형이나 고성일 형 같은 우리나라 초창기 스케이트 보더들이 다시 조명받았으면 좋겠어. 지금의 스케이트 보더도 좋지만, 형들이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있는 거잖아. 마치 마크 곤잘레스 같은 사람들이지.

샘바이펜:
나도 주변에 스케이트 타는 친구들을 보면 요즘엔 SNS 때문에 그나마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보편 된 것 같아.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잖아. 나 같은 제삼자가 봤을 때 말이야. 나도 형과 같은 생각이야. 이런 협업을 계기로 정확하게 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눈여겨보는 것처럼.

서사무엘:
컬렉션은 어떤 것 같아?

샘바이펜:
난 원래 커버낫을 잘 몰라. 입어본 적도 없을 거야. 그런데 나는 캐릭터를 강한 끌림을 느끼거든. 시각적인 것. 트랙 팬츠랑 양말, 서퍼링 셔츠가 진짜 귀엽다. 형은?

서사무엘:
나는 뭘 입어도 멋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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