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삼겹살은 기름 먹으려고 먹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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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얼마 전 <최자로드> 번외 편 – ‘최자의 집’ 촬영이 끝난 후 한 가지 배웠다. 집 앞 식당도 엄청난 맛집일 수 있다. 최자네 집 앞 고깃집이 가르쳐줬다.

“위스키도 남았는데,
집 앞에서 고기나 먹을까?”

삼각지 평양집부터 봉산집, 구공탄, 삼각정까지. 용산의 내로라하는 고깃집은 모두 최자의 인스타그램을 거쳐갔다. 하지만 최자의 인생 삼겹살은 집 앞 고깃집. 집에서 걸어서 3분, 초벌구이가 일품인 화로구이 가게다. 맛집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최자지만, 사실 이 집은 후암동에 이사 온 첫날 ‘고기나 먹자’ 하고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자주 올 땐 일주일에 세 번도 온다. 뭐야, 이 정도면 이 집 지박령 아닌가.

“집 앞이라 왔는데 맛집이었던 거지. 알고 보니 개리 형도 여기 단골이었어. 지나가다가 맛있어 보여서 들어왔대. 다른 덴 이 맛이 안 나.”

“여기는 안 바쁜 시간에 오는 게 팁이야. 바쁠 땐 초벌을 못 해주셔서 직접 구워 먹어야 하거든. 같은 고기라도 우리가 구우면 이 맛이 안 나. 평범해져.”

이 두께에 이 맛을 내는 비결은 초벌. 나주에서 가져오는 질 좋은 숯만이 화로 안에 놓일 자격을 얻는다.

“지금 이 정도 두께가 황금 비율이야. 더 얇으면 이 기름 맛이 안 나지. 삼겹살은 처음 씹을 때 바삭바삭한 느낌이랑 기름 맛, 그 두 개가 섞여야 맛있는 거 아니냐. 이 집 고기는 한 점 한 점이 겉에 크러스트가 있어. 소고기 스테이크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에는 육즙이 가득하다. 초벌 과정에서 어떤 화학작용에 의해 육즙이 다 가둬졌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초벌할 때 양면을 세게 지져버리니 육즙이 못 나와. 이게 바로 QC, 진정한 퀄리티 컨트롤이지.”

최자로드 - Ep.2 집 앞 삼겹, 학교 앞 떡볶이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1 2017

“여긴 생소금이야. 기름소금 말고 그냥 딱 소금만 찍어서. 본연의 맛으로.”

그가 고기 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고기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젓가락에 소금을 묻혀 고기에 바를 뿐.

“소금이 과다하면 무조건 맛없어. 고기 면적의 일부를 넘으면 안 돼. 기름이 많으면 달고 소금이 과하면 짜서 고기 본연의 맛이 사라져.”

통째로 기름장에 찍지 않는 건 스시에 붓으로 간장을 바르는 이유와 같다. 재료 본연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 것.

“난 쌈 쌀 때는 상추랑 깻잎 둘 다 넣는 게 좋더라. 쌈 싸먹을 때는 기름장을 찍어. 된장은 꼭 같이. 양파, 마늘, 콩나물 다 좋지만 중요한 건 청양고추를 넣어야 해. 썰어서 넣을 필요도 없어. 봐봐. 이렇게 손으로.”

봤지? 나의 돼지력. 고추 따위는 한 손으로 처리한다. #상추쌈기본 #왼손은거들뿐

Choiza(@choiza11)님의 공유 게시물님,

삼겹살과 위스키는 은근히 잘 어울린다. 대창 순대와 와인 조합 못지않은 훌륭한 궁합이다. 증류주 특유의 숙성된 풍미와 깊은 오크 향 덕에 돼지고기 맛이 한층 풍부해진다.

“돼지비계의 질펀한 고소함은 첫 한 점까지만이야. 이후 급속도로 혀에 익숙해지면서 쉬이 질리기 마련이니까. 중간중간 차가운 위스키 한잔으로 입을 정화해주는 거지. 식사 내내 물리지 않고 지방이 주는 풍만한 감동을 즐길 수 있게.”

삼겹살에 위스키를 곁들이면 몸에는 기분 좋은 취기가 돌고 입안에는 깔끔한 맛이 맴돈다.

“내가 너 돼지력이 있댔지. 그 맛을 알면 너 잠재 돼지 맞아. 잠돼성! 잠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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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챙겨온 위스키는 히비키. 히비키 같은 산토리 위스키는 어떤 음식이랑 마셔도 잘 어울린다.

“이 가격대에서는 히비키가 진짜 좋아. 맛과 향 모두 딱 알맞은 정중앙이야.”

위스키는 합리적이다. 일단 개봉하면 남는 건 요리용 술이 되어버리는 와인과는 달리, 쉽게 변하는 술이 아니라서다.

“위스키는 비싼 녀석을 사도 오래오래 아껴가며 먹을 수 있어.”

최자가 황교익 선생님처럼 말했다. 위스키는 적정 보관 온도가 와인처럼 엄격하지 않다는 거다.

“특별한 보관 방법도 없어. 오픈하더라도 뚜껑만 잘 닫아두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오래 보관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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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1등은 삼겹살. 삼겹살부터 갈빗살까지 메뉴판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주문하면 돼. 난 보통 다섯 명이 와서 삼겹살 5~7인분으로 시작해서 목살 2인분, 돼지갈비 2인분 정도 먹지. 더 먹고 싶으면 등갈비까지 갈 필요 없어. 이미 살쪘지만 더 살찌기 싫다면, 갈빗살. 여기 갈빗살이 1인분 300g인데. 가성비가 진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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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은 특별하진 않은데 여긴 누룽지에 된장찌개가 좋아. 그리고 김치가 튀겨지면 진짜 맛있어.”

다른 집과 달리 이 집 불판은 기름 빼는 구멍이 없다. 그래서 고기에서 나온 기름에 김치가 노릇노릇 튀겨진다. 그래도 기름은 기름인데…

“돼지기름 먹으려고 삼겹살 먹는 거 아냐? 기름이 그렇게 몸에 나쁘지 않아. 그리고 기름에 구운 김치, 누룽지와 함께 먹으면 말을 잇지 못할걸. 기름을 듬뿍 먹었는데도 느끼하지 않아.”

BGM: Amy Winehouse – Like Smoke (feat. Nas)
뭔가 생소하지만 붙여놓으면
지독하게 잘 어울리지.

“근데 꼭 고기 굽는 소리가 빗소리 같지 않냐.”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기분 좋게 배가 부르고 알싸한 취기가 혈관 속으로 흘렀다. 이런 순간에 뮤지션이 노래를 찾는 건 어색한 일이 아니다. 낯간지러워도 어쩔 수 없다.

“해가 질 때는 나스가 피처링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Like Smoke’가 어울려. 담배 안 피우는데 담배 피우고 싶어져. 장르는 다르지만 짙은 두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이잖아. 둘 사이의 스캔들만큼이나 뭔가 생소하지만 붙여놓으면 지독하게 잘 어울리지. 마치 위스키와 삼겹살 같다고 하면 웃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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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학교 앞 떡볶이 집

최자는 스무 살에 독립한 이후 줄곧 혼자 살았다. ‘우리 동네’로 선택한 건 늘 강북이었지만 나고 자란 건 강남이었다. 집 앞 삼겹살집이 지금 최자의 ‘우리 동네’ 소울 푸드라면, 어릴 때 추억의 음식은 강남의 학교 앞 떡볶이집이었다.

“강남이 지루해졌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 좋아하는 거리, 술 마시고 싶은 동네도 다 강북이었으니까. 하지만 강남에도 나의 소울 푸드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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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어느 시장 안에 위치한 분식집. 이름은 시장이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오래된 상가에 가깝다. 이런 곳에 시장이 있었다니.

“나 구정고 나왔잖아. 여기가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분식집. 점심시간 때 탈출해서 담 넘어 나와서 먹고 다시 들어가고 그랬어. 여기는 동네 사람만 알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보니까 대부분 단골 손님이야. 저기 아이랑 같이 온 아빠들 보이지. 나처럼 오랜 단골인데 대를 이어 자식이랑 같이 왔을 수도 있어.”

“이집 떡볶이는 안 매워도 맛있어. 이건 딱 여기만의 맛이야. 옛날 떡볶이 느낌이 있어. 국민학교 떡볶이.”

그런 학교 앞 떡볶이집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나 최자처럼 20년 동안 발걸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맛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지. 어릴 때야 세상이 단순했잖아. 객쩍은 ‘탈출’이랍시고 뛰쳐나와 떡볶이와 김말이튀김에 만두, 거기에 라면 한 그릇이면 더할 나위 없었지. 근데 이 집은 딱 이 집 맛이 있어. 해장할 때 자주 와”

말하자면 최자에게는 추억으로 먹는 맛인 거다. 아 잠깐, 그러고 보니 떡볶이집에서 해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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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떡볶이집인데 순댓국이 맛있는 게 함정이야.”

OO 시장 떡볶이. 메뉴판을 제외하면 분식집에서 순댓국을 판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김치부터 깊은 국물 맛까지 여긴 거의 순댓국집이라 해도 무방하다.

“특이한 건 여기는 순대랑 국이 따로 나와. 순대를 하나씩 넣어 먹는 거, 그게 팁이지. 한꺼번에 넣어버리면 순대가 퍼져서 국물을 싹 먹어버리거든.”

분식집을 가장한 순댓국을 먹을 때 청양고추와 새우젓을 꼭 챙겨야 한다.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야 해. 추어탕에 청양고추 넣는 느낌으로. 그럼 맛이 확 좋아져.”

이내 땀이 터져버리겠지만 뭐 어떤가. 국물 음식을 먹고 땀이 나온다는 건 맛이 좋다는 증거인데.

BGM: 2Pac – Hit ‘Em Up
선생님이 말했지. “꺼”

“버스비 4만 원이 학교 다닐 때 한 달 용돈 전부였어. 그래서 첫날 다 쏴. 다음 날부터 만날 얻어먹었어. 애들한테 각인을 시키는 거지. 내가 없으니까 안 사는 거다, 있으면 사는 사람이다.”

이런 고리대금식 떡볶이 대접의 타깃은 주로 힙합을 같이 듣던 친구들이었다.

“학교를 통틀어 힙합 좋아하는 친구가 네 명쯤 됐어. 당시에는 거금 3만 원. 용돈을 탈탈 털어 각자 다른 시디를 사서 돌려 들었다니까. 흡집을 내면 대역죄인. 한번은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시간이 있었어. 내가 그때 투팍의  ‘Hit ‘Em Up’을 틀었는데 맞았잖아. 시작부터 막 ‘fucked yo’ bitch’가 나오니까. 선생님이 그랬지.”

“꺼.”

최자로드 - Ep.2 집 앞 삼겹, 학교 앞 떡볶이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1 2017

<HYPEBEAST Eats: 최자로드>에서 소개되는 맛집들의 상호명과 위치 등의 세부 정보는 시즌 1의 마지막화에서 일괄 공개됩니다.

[HYPEBEAST Eats: 최자로드 다시 보기]
프롤로그
Ep.1 을지로 푸아그라
번외편 최자의 집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Ep.5 닭한마리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믿고먹는 #최자로드 #수요일은수요미식회목요일은최자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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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EJENE HA
Photographer
LEONARD LEE / @tunnelno5
Creative
MAENG JIN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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