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일식과 면을 탐미하는 미식가들을 위한 지침서.

음식

맛의 전제 세 가지. 기대와 실망의 크기는 비례한다. 기대는 투자비용과 나란하다. 가격은 미각을 쉽게 배신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미각은 일식을 취할 때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부담 없는 가격에 큰 만족감을 주는 일식집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일식 요리를 타파스처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봐.
적은 양을 조금씩,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바 산도(고등어 샌드위치)

프랑스, 뉴욕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일식은 미식가의 자화상처럼 여겨진다. 추운 겨울날 뭉근하게 데운 물두부에 따끈한 사케 한잔이 간절한 입맛, 여름철 학꽁치 사시미를 먹을 땐 차가운 술을 주문하는 센스가 있어야 식도락 좀 안다는 사람으로 대접받듯이. 문제는 일본 요리의 접근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

“일식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비즈니스 식사라는 고급 이미지로 등장했잖아. 그래서 흔히 일식이라고 하면 코스 요리부터 생각나지.”

일본 요리 하면 으레 모둠회에 ‘쓰키다시’가 나오는 거한 식사를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일식은 편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오해다.

“여긴 한 가지 요리를 비싸게 먹는 대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내렸어. 합리적이지. 물론 조금씩 많이 먹다 보면 적지 않은 가격이 나오겠지만.”

오픈한 지 7개월 된 신사동의 한 일본 요릿집에서 ‘합리적인 일식’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 집은 같은 값이라도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많다. 요리 하나당 단가가 비싸고 양이 많은 일반 일식집과 다른 점이다.

“사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가게야 많지. 여기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아. 일식집은 막 가기가 부담스럽잖아. 그런데 이 집은 가성비도 좋고 편해. 공간도 미니멀하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나스 아게니(튀긴 가지 간장 조림)

나스 아게니(튀긴 가지 간장 조림)

제철 맞은 가지 요리가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미림과 쓰유, 가쓰오부시의 간이 적당히 배인 담백한 맛.

“가지를 기름에 한 번 담궜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기름을 빼. 그다음 간장과 술을 섞어 만든 소스에 찌는 요리야. 일본에서도 못 먹어본 맛일걸.”

“아에는 섞는다는 뜻. 원래 일본에서는 아에 요리에 주로 마를 갈아서 넣어. 근데 이 요리는 마 대신 치즈를 넣어서 맛이 풍부해. 아보카도의 식물성 기름 맛과 참치의 기름 맛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참치와 아보카도 조합에 임실 치즈와 달걀노른자를 얹었다. 재료를 고루 섞어 김에 싸 먹으면 된다. 모차렐라 같은 담백한 치즈 대신 푸아즈 치즈를 썼다. 짭짤하고 풍부한 풍미를 약속하는 회심의 한 수다.

“참치를 와사비 간장에 재워서 숙성시켰대. 간장이 느끼함을, 아보카도와 치즈는 짠맛을 딱 잡아주지.”

한주쿠 타마고

한주쿠 타마고(반숙 달걀)

“한주쿠 타마고는 특별하지 않은 재료들로 특별한 맛을 낸 요리야.”

흔한 감자 샐러드에 훈제 베이컨, 성게 알과 연어 알을 올리고 조미 간장에 절인 반숙 달걀과 오크라를 얹었다. 셰프가 맥주 안주로 추천하는 메뉴.

“절인 반숙 달걀은 통째로 먹지 말고 다른 재료들과 섞어 먹어야 해. 재밌는 건 훈제 베이컨. 그 덕에 씹는 맛이 재밌어. 느끼함도 딱 기분 좋을 정도야. 우니(성게 알)의 느끼함이 감춰지는. 아, 이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네.”

최자 말처럼 달걀은 반드시 통째로 먹지 말 것. 이 가게에는 남자가 달걀을 홀랑 먹어버려 싸움이 난 어느 커플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니까.

한번은 커플 손님 중 남자가 장난으로 달걀을 통째로 다 먹어버렸다. 여자는 몹시 허망해했고 결국 싸움이 났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셰프가 달걀을 하나 더 제공했지만 커플은 얼굴을 붉히며 퇴장했다고 한다.

“그만큼 요리는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거지. 달걀이 빠졌다고 아예 다른 요리가 되어버리잖아. 나라면 하나 새로 시켜줬을 거야.”

별처럼 생긴 채소 오크라가 극강의 비주얼을 보좌한다. 특유의 향도 한몫한다. 예뻐서 먹기조차 아깝다.

“오크라는 고추같이 생긴 아욱과 채소야. 일본 말로 끈적끈적한 진액 같은 게 나와. 맵지는 않아.”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우리가 아는 고등어조림과는 달리 단맛이 나. 약간 달짝지근한 미소 된장 맛이 매력적이야. 알맞게 달고 딱 맞게 짜. 고등어는 태생적으로 비린데, 그 비린맛 조차 안 느껴져.”

비린 맛을 잡은 비결은 사려 깊은 재료 선택. 배에서 올리자마자 급냉 처리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손님상에 올린다. 노르웨이 수역은 사시사철 온도가 일정해 일 년 내내 고등어의 지방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서다.

“생선 살 안쪽까지 간이 잘 배어 있잖아. 냉장고에서 서서히 해동해 숙성하는 것부터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초벌 조림까지, 재료 준비 과정만 3~4일이래. 국내산은 계절마다 기름 분포 상태가 다르니 이 맛이 안 나지. 어떨 땐 너무 기름지고 어떨 땐 퍽퍽해.”

이 음식은 말하자면 일본 가정식 요리. 일본 유학 시절 셰프가 일하던 일본 요릿집에서 직원식으로 즐겨 먹던 요리다. 원래 직원식이 더 맛있는 법 아닌가. 한국에서 가게를 열면 꼭 메뉴에 추가하리라는 셰프의 다짐을 실현했다.

“고등어조림에 식빵 러스크를 곁들여 먹는 게 재밌어. 처음엔 구색을 갖추려고 생뚱맞게 집어넣었나 싶었는데 의외로 조림이랑 어울려. 바삭한 러스크에 미소 소스가 흡수되면서 부드러워지거든.”

“사실 된장으로 조린 생선 자체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메뉴지. 코스 요리에 나오는 건 봤는데 단품은 처음 봤어.”

조림과 달리 사바 샌도용 고등어는 국내산을 사용한다. 초절임해 날것으로 먹는 시메사바 요리라 신선한 생고등어만을 쓴다. 호불호가 갈리는 생선이라 그 차이를 줄이고자 겉만 살짝 토치한다.

“고등어가 흔한 생선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돼. 이거 귀한 메뉴야. 4월 말에서 5월 사이 금어기에는 먹지도 못해.”

사바 산도는 이 집의 시그너처 메뉴지만 하루에 4~8개만 한정 판매한다. 가로수길 ‘밀도’에서 공수한 식빵의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

“씹히는 맛이 좋은 요리도 있지만, 입안에서 음식이 사르르 녹을 때 주는 즐거움이 따로 있잖아. 잘 대접받는 느낌 같은.”

초절임한 고등어지만 산미가 세지 않다. 일본 식초는 산도가 약해서 서서히 맛이 들기 때문이다.

“고등어 특유의 비릿한 맛을 시소가 잡아줘. 시소 향이 마지막에 확 퍼져서 상쾌해. 시소는 깻잎같이 생긴 일본 허브야. 빵에 바른 머스터드와도 조화롭고.”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야키소바 면이 파스타 면보다 소스가 잘 묻어나서 오히려 풍미가 깊어.”

신메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주문한 전복 내장 야키소바. 아스파라거스까지 더해지니 고급 파스타가 따로 없다.

“일식집은 사시미나 초밥 위주인 경우가 많잖아. 여기는 생선 외의 다른 메인 메뉴들이 많아서 좋아.”

BGM: NAS – ‘Street Dreams’
“뭐 하나가 특별히 세지 않지만, 결국 다 세지.”

“나스는 무난한 게 제일 멋있다는 걸 보여주는 래퍼 같아. 모든 부분의 능력치가 골고루인 완성형 래퍼라고 생각해. 목소리 말고는 되게 튀는 필살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못하는 게 없어. 이 집도 그래. 하나가 특별히 세지 않지만, 결국 다 세지.”

“그리고 여기는 생맥주가 정말 맛있어. 맥주는 서버를 하루에 한 번씩 청소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거든. 이 집은 케그랑 라인 관리를 진짜 잘하는 것 같아.”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오늘의 술은 일본 보리소주 토쿠조 타이메이. 보리 본연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상압 증류주다.

“가끔 오너들이 일본 출장길에 그해 처음으로 뺀 ‘신슈’ 버전을 사오거든. 시판용 타이메이와 비교하며 맛보는 게 또 하나의 재미야. 같은 술이라도 갓 짜낸 술이라 향과 맛이 더 진하지. 말하자면 터프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술이랄까.”

이런 고급 소주도 좋지만 물론 일본에도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주가 있다. 최자의 팁처럼 우롱 하이로 즐기면 매력이 배가 된다.

“일본은 경월 소주같은 소주에다가 우롱차나 진저 에일을 섞어서 우롱 하이와 진저 하이를 만들어 마셔.”

“나는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종종 응용해. 슈퍼에서 담금주용 소주랑 1.5리터짜리 우롱차 음료를 사다가 섞어 마시면 돼.”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이제 국물이 필요한 순간이지.
해장하러 나서볼까.”

“근처 홍제동에 상호가 비슷한 가게가 하나 더 있으니 제대로 알고 찾아가야 해.”

은평구 갈현동의 한 우동집. 친동생이 최자에게 추천한 맛집이다. 안 그래도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기 싫으니 제발 최자로드에만은 안 나왔으면 한다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개코는 이 집 오돌뼈를 좋아해. 하지만 말라깽이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수렴하지 않겠어.”

사실 <최자로드> 팀이 도착하기 바로 전, 개코 일당도 이곳에 다녀갔다. 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취향부터 말투, 하는 생각까지 비슷해진다더니. 입맛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개코가 오돌뼈를 다 사가는 바람에 재료가 동나서 오돌뼈는 구경도 못 했거든.

“이게 바로 팀워크, 우리말로 ‘죽’인 것 같아. 개코랑 나도 참 죽이 잘 맞는 사이구나 싶어. 개코도 방금까지 여기 있었다잖아.”

BGM: Method Man & Redman – ‘How High’
‘죽’이 잘 맞는 걸 멋으로 승화시킨 형들이
메소드 맨과 레드맨이지.

“정말 죽 잘 맞는 친구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멋지게 인생을 공유하는지 우리에게 확실히 가르쳐준 형들이야.”

레드맨과 메소드 맨은 학창 시절 개코와 최자의 롤 모델이자 그들이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다. 스타일도, 목소리도 서로 다르지만 두 아티스트가 함께 만든 음악은 시너지 그 이상이다. 마치 최자와 개코처럼.

“둘 다 펑키하고 재밌어. 그룹도 아니면서 죽이 잘 맞아 계속 같이 음원을 내고. 제일 멋있는 듀오를 뽑으라면 그 둘인 것 같아.”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이 집은 주문과 동시에 면을 뽑는다. 기계로 면을 뽑는 그야말로 즉석 우동.

“면 뽑는 기계의 방정맞은 기계음도 이 집 매력이야.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비트가 어떤 음악보다 이 집 분위기와 잘 어울려.”

“그리고 이 벽돌 벽지에 선풍기와 티비. 이런 데커레이션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을걸.”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여기 음식은 한국식 우동이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동면이 아니야. 제주도 고기 국수 굵기보다 조금 두꺼워. 우동면과 소면의 중간 굵기 정도.”

얇은 우동면이 이 집의 강점. 면이 얇은 만큼 국물이 묻는 면적이 넓다. 면에 간이 배어 있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을 저격한다.

“식감은 오히려 평범한 편인데, 면이 국물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매우 괜찮아. 이 국물에 평범한 우동면을 썼다면 이 맛이 안 나지 않을까. 얇은 우동면의 씹는 식감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과 국물과의 조화가 이뤄내는 시너지, 두 가지 기준 모두 만족이야.”

“나는 주로 부추우동을 시켜.
같이 온 사람에게 매운 순두부 우동을 먹으라고 강요하고.”

“순두부 우동은 취향에 따라 매운 단계를 달리 주문할 수 있는데 매운맛이 얼큰해서 괜찮아. 올 때마다 매진이라 못 먹어봤지만 지인들 사이에선 오돌뼈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더라고.”

“그리고 여기 콩국수도 잘해. 있는 맛인데 아주 수준급이야. 그리고 지구상에서 콩국수 문화는 우리나라밖에 없어. 면 문화는 일본, 중국, 한국이 공유하는 지점이 많지만, 콩국물로 국수를 해 먹는 건 우리나라만의 맛이잖아.”

최자로드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4 2017

해장을 하러 왔지만 다시 술을 부르는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 맛. 종일 일본 소주에 감탄하다 왔는데, 그 만족감은 어디 가고 한국 소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 소주는 특별한 술인 것 같아. 정서로 먹는 술. 한국 음식의 비주얼과 맛에는 항상 소주가 생각나잖아. 어떻게 보면 음식에 대한 향수와 기억인 것 같아. 정서적으로 길들여지고, 추억을 먹는게 아닐까.”

<HYPEBEAST Eats: 최자로드>에서 소개되는 맛집들의 상호명과 위치 등의 세부 정보는 시즌 1의 마지막화에서 일괄 공개됩니다.

[HYPEBEAST Eats: 최자로드 다시 보기]
프롤로그
Ep.1 을지로 푸아그라
번외편 최자의 집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Ep.5 닭한마리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믿고먹는 #최자로드 #수요일은수요미식회목요일은최자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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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EJENE HA
Photographer
LEONARD LEE / @TUNNELNO5
Creative
MAENG JIN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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