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 인터뷰 - 그와 함께한 이틀

언더독의 업셋.

스포츠

그를 처음 본 날 우리는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첫 내한 소식에 몇 주 전부터 들떠 있던 터라 더욱 아쉬웠다. 무슨 까닭인지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하는 그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손에 마이크를 잡고 “이겨야죠”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일은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지켜보던 관객은 깊은 탄식을 하고야 말았다. 스테판 커리는 슛 하나 차이로 상대방 팀에 패배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본경기가 아니라 동생 세스와의 미니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벌칙으로 팔굽혀펴기를 한 뒤 장난스레 동생의 등짝을 때리는 스테판은 어린 소년 같았다.

지난 주 언더아머의 아시아 투어를 위해 내한한 커리는 댈러스 매버릭스 선수이자 친동생인 세스와 장충체육관에서 3시간이 넘는 라이브 행사를 진행했다. 약 2000여 명의 팬들과 수많은 스태프, 경호원의 분주함 속에도 그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큰 키만큼이나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과 왠지 모를 차분함을 유지했다. 두 번이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NBA 챔피언십 우승자로 이끈 그에게 한국 팬미팅 따위는 대수롭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기야 커리는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앞에 두고 당당하게 연설을 한 사내가 아닌가(그 사연은 나중에).

행사는 스테판의 농구 테크닉 전수, 하프코트 슛 퍼포먼스 그리고 5 대 5 미니 경기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특별히 선택된 팬들과 함께한 슛 퍼포먼스에서 하프코트 슛에 성공한 팬은 커리와 직접 피부를 맞대고 열광의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흥분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다음 날 그가 웃으며 회상했다.

NBA 역사상 최초로 2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은 커리. 5년의 계약 기간 동안 현재 환율로 약 2250억 80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추가로 그가 언더아머를 통해 지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130억 원 이상이며, 이는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제임스 하든에 이어 세계 6위에 드는 농구화 계약이다. 커리와의 파트너십을 최소 2024년까지 연장할 것으로 밝힌 언더아머는 최근 드웨인 ‘더락’ 존슨에이셉 라키앰배서더로 영입하며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메가급 스포츠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입지를 다지고 있다.

NBA 데뷔 이후 4년간 나이키와 전속 계약했던 커리는 언더아머‘언더독 정신’에 끌렸다고 한다. ‘언더독’은 승리할 확률이 낮은 자를 일컫는 꼬리표와도 같은 말이다. 그는 “나 역시 언더독이었으니까요”라고 한결같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데뷔 당시 커리는 전문가의 NBA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NBA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운동신경, 느린 움직임, 부족한 수비력, 평균 선수보다 작은 체구, 빈약한 상체 근육, 짧은 팔 그리고 메이저급에서 살아남지 못할 경쟁력”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선수”로 비평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만장일치 MVP로 선정된 지금의 그와 정녕 동일한 인물이란 말인가. 언더독은 챔피언이 되었다. 한마디로 완벽한 ‘업셋’인 것이다.

화려했던 장충체육관 이벤트가 끝난 다음 날 비교적 협소한 언더아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폭우 속에도 수십 명의 팬들이 줄을 선 건물 밖에는 여전히 경호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기에 바빴다. 커리는 편한 친구 대하듯 격식 없는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류 농구 역사의 판을 완전히 뒤집은 그와 오간 대화는 지극히 평범했다. 비록 그의 빠듯한 스케줄 탓에 단 5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그의 인생 역전 비결을 알아내기에는.

언더아머의 매력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언더독’ 역사다. 밑에서부터 시작한 나의 인생사와 똑같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농구 컬렉션을 내는 것이 꿈만 같다. 다른 사람들이 제품을 착용한 걸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언더아머에서 수많은 인재를 만나며 나 역시 선수로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계속될 것이다.

스테판 커리 언어아머 아시아 투어 인터뷰 2017 stephen curry under armour asia tour interview

커리의 한국 단독 ‘커리3 ZERO 코리아 컬러웨이’ 언더아머 농구화

커리 농구화의 디자인 과정을 설명해달라.
시행착오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배운다. 우리의 임무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도 언더아머에서는 탁월한 팀원들이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기능성 소재 그리고 스타일 트렌드까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거기서 함께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한다. 굉장한 경험이다. 올가을 출시하는 커리4 농구화가 그 결과물이다.

당신의 성공 비결은?
성공의 열쇠는 노력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재능은 많아지지만, 그 속에서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건 노력뿐이다.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건 나의 노력이다.

다른 농구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자신감을 가지되 배울 자세를 취하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라. 그리고 연습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내가 다섯 살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스테판 커리 언어아머 아시아 투어 인터뷰 2017 stephen curry under armour asia tour interview

세스 커리와 농구 한판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같은 길을 걷는 동생 세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동생과는 어릴 때부터 같이 농구하고 경쟁하며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정말 자랑스럽다.

즐겨 듣는 음악은?
골고루 좋아하지만, 요즘은 드레이크, 르크레이 그리고 챈스 더 래퍼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유소년 농구 선수 가르치기 외 가장 활발히 하는 자선 활동은?
‘Nothing but Nets’라는 말라리아 캠페인이다. 대학 때 친구를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말라리아가 있는 지역에 모기장을 기부하는 것이다(커리는 2015년 백악관에서 오바마에게 모기장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스테판 커리 언어아머 아시아 투어 인터뷰 2017 stephen curry under armour asia tour interview

2014년 아프리카 봉사 활동 모습 (출처: 워리어스)

지난 NBA 챔피언십 우승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나의 아내와 두 딸이다. 온 가족이 경기장에서 게임을 보고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들 덕이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도와줬지만, 우승 직후의 혼돈 속에서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내 가족이다.

가족은 어떻게 축하해주었나?
다음 날 함께 피자를 먹고 골프를 즐겼다. 새로운 문신도 하나 새겼다.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자녀가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
정말 좋을 것 같다. 나와 아내는 딸들이 최대한 많은 기회에 노출되었으면 한다. 부모님께서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자녀에게 많은 경험을 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스스로 본인의 열정을 찾게 하고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딸들이 무엇을 하든 나는 그들의 결정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다. 지금 우리 집에서는 농구보다 축구가 더 인기 있다. 그게 얼마나 오래 갈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웃음).

커리의 다음 목표는?
더 많은 챔피언십 이기기. 계속 발전하고 가능한 한 많이 이기고 싶다.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 내 농구 선수 커리어가 계속되는 한 실패는 없다.

*위 인터뷰는 기자회견 단체 질문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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