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2017 FW '피 & 정액' 프린트에 대하여
문제적 사진가 안드레 세라노의 작품.
며칠 전 슈프림이 2017 가을, 겨울 컬렉션을 공개했을 때, 당신의 눈은 어디에 머물렀나? 마크 곤잘레스의 일러스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 혹은 나스? 그렇다면 안드레 세라노에게 실례다. 그의 아트워크를 자신들의 일부로 포섭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슈프림에게도 결례다. 고대하던 슈프림 새 컬렉션의 헤드라인을 지배한 건 앞서 언급한 세 이름이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룩북을 새로 고침하자. 사진가 안드레 세라노와의 협업 라인 ‘Blood and Semen’이 눈에 들어 올 테니까. 간과해서는 안 될 슈프림 2017 가을, 겨울 컬렉션의 키워드다.
안드레 세라노는 노골적인 종교 비판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가. 사진에 식견이 없는 사람이라도 90년대에 메탈 좀 들었다면 무릎을 탁 친다. 메탈리카가 1996년에 발표한 <Lord>의 커버로 사용된 ‘Blood and Semen 3’을 기억할 것이므로. 지옥 불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지만 사실은 에이즈 감염자의 피와 정액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망측하고 천박하다 손가락질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항 문화의 환영을 받았다. 1년 뒤 발매한 앨범 <Reload>에 오줌과 피를 뒤섞은 ‘Piss and Blood’가 다시 한번 커버로 사용되기도 했다. 밴드의 음악만큼이나 강렬한 표지로 기억되는 세라노의 작품들이다. 이번 슈프림 컬렉션에서는 후드와 팬츠, 캡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덱으로 만나게 됐다.
이 사진가하면 ‘파격’을 떠올리게 된 예는 더 있다. 숭고하리만치 붉은 심해와 황금빛 섬광, 그 속에 잠긴 예수 성상을 포착한 ‘Piss Chirst’다. 그렇다, 직역하자면 ‘오줌예수’. 제목을 알기 전까진 아름다웠을 거다. 알고 보면 황소의 피와 소변을 담은 용기에 그리스도 십자가상을 담아 찍었다.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세라노의 작품은 혼란스럽다. 고귀하고 불경한 것, 정상과 비정상. 그 경계를 규정하는 것 기준 자체를 전복시켜 버린다. 슈프림은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브랜드가 아닌가. 쿨한 것과 쿨하지 않은 것을 정의하는 이들이 세라노의 작품을 도입했다는 얘기다. 그 자체만으로 아이러니이자 슈프림이 이번 시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편, 슈프림은 2017 가을, 겨울 컬렉션 구매자들을 위해 특별 증정품을 준비했다. 슈프림 로고가 새겨진 빨간 칫솔과 이번 컬렉션에 담긴 그래픽의 일부를 프린트한 스티커다. 네스티 나스 티셔츠를 장식한 나스 이미지와 마크 곤잘레스의 일러스트 등을 담았다. 이번 컬렉션의 액세서리 제품군은 여기서 다시 보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