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도 플레이리스트 - The Cities of Lido

‘롤링스톤’이 눈도장 찍은 뮤지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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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뮤지션 페데르 로스네고르(Peder Losnegård)가 케냐에 갔을 때, 한 아이가 그를 이렇게 불렀다. 특별한 뜻은 없었다. 제 입에 발음하기 쉽게 아무렇게나 명명한 호칭이었을 뿐.

“Hey, Lido!”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는 말을 기억하자. 리도 이름의 ‘탄생 설화’를 두고 하는 얘기니까. 덕분에 10년 뒤 우리가 이 이름을 다시 듣게 되었다. <롤링스톤>이 선정한 ‘2016 당신이 알아야 할 10명의 신인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로 그 ‘리도’다.

“열두 살 때 케냐 나이로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든. 슬럼가의 재능 있는 아이들과 함께 EP 만드는 작업이었다. 유스 센터 같은 녹음 스튜디오를 짓고 다섯 곡을 EP에 담았지. 이때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자연스럽게 ‘리도’를 스테이지 네임으로 삼았다.”

리도 플레이리스트 the cities of lido playlist interview 2017

리도는 노르웨이 출신의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 찬스 더 래퍼더 위켄드, 에이셉 맙, 디스클로저, 뱅크스까지.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세계적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다. 최근 발표한 ‘Life of Peder’는 보컬과 드럼, 피아노, 프로그래밍 등 온갖 악기를 마음대로 다루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칸예 웨스트의 ‘Life of Pablo’를 재해석한 리믹스 트랙으로 발매 하루 만에 100만 뷰를 기록했다.

버튼업 화이트 셔츠와 어두운 색 팬츠는 그의 시그너처 무대의상이다. 음악 좀 하는 반전미 있는 ‘너드’로 여겼다면 오산. 평소 사복에서 드러나는 패션 센스를 보면 놀랄 거다. 스스로를 스니커헤드라 소개할 만큼 패션 안테나를 바짝 세운 남자다. 인터뷰 당시에도 리도는 알렉산더 왕 티셔츠와 팬츠를 발렌시아가 스피드 트레이너 운동화와 스타일링한 올 블랙 패션으로 나타났다.

리도 플레이리스트 the cities of lido playlist interview 2017

“패션은 내가 음악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어릴 때부터 슬픈 노래를 만들 때는 회색이나 검은색 옷을 입고, 격정적인 곡을 작업할 때는 빨간색 후드나 신발을 신었다. 무대에서 흰 셔츠를 입는 이유는 뭐랄까, 중립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기쁜 노래나 슬픈 노래 어떤 음악에도 어색하지 않게.”

유럽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 살며 전 세계 투어를 돌고 있는 리도. 지난 8월 19일, 소프 클럽 공연차 한국을 찾은 그가 ‘리도의 도시’를 주제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경험한 다채로운 도시들의 속살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해서. 아, 리도의 소울 시티는? 두말할 것 없이 리도라는 이름을 얻은 케냐 나이로비다.

The Cities of Lido

 

#1. 지금 살고 있는 – 로스앤젤레스 (‘Not Enough’)
국내 거의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는 리도의 곡. THEY.와 함께 만든 이 음악을 들으면 LA에 사는 1980-1990년대 보이 밴드가 떠오른다. 마치 DDR에 나올 법한. 리도도 격하게 공감했다. 실제로 LA에서 작업한 곡이기도 하고.

“DDR의 주제곡이라니,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이지. THEY.와 나는 1980년대 후반 R&B나 1990년대 보이 밴드, 뉴 잭 스윙 스타일을 줄곧 얘기해왔다. 그러다 우리 음악 취향의 교집합이 그런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좀 다른 신선하고 재밌는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가 느낀 캘리포니아 바이브의 정수를 담았지. ‘그냥 될 대로 돼라고 놔버리고 즐기면 돼’. 생각을 너무 많이 하거나 신경 쏟는 건 별로잖아.”

#2. 처음 와본 한국의 – 서울 (‘CRAZY’)
리도는 서울 공연 이틀 전에 예정된 디제이 셋을 라이브 셋으로 변경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해도 좋을 테다. 그가 소프 공연의 킬링 파트가 될, 놓칠 수 없는 단 한 곡을 꼽았다.

“서울에서 하는 첫 공연인데 팬들에게 온전한 리도 음악을 보여주지 못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평소에도 디제이 셋으로는 거의 공연을 하지 않는다. 서울의 바이브와 어울리는 오늘 밤의 음악은 ‘CRAZY’가 아닐까. 방금 공항에 도착해 서울의 많은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호텔로 오는 길에 본 모든 것이 에너지가 넘치고(electirc) 분주(busy)해 보였다. 이 노래도 굉장히 ‘electric’하고 ‘busy’하거든. 내가 느낀 서울의 인상이다.”

#3. 한번 살아보고 싶은 – 화성 (‘Space Oddity’)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리도가 리믹스한 ‘Space oddity’를 들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노래가 이렇게 섹시한 음악이었던가?’ 그가 전 우주를 통틀어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은 화성이다.

“데이비드 보위가 죽은 뒤 몇 주 후에 그를 기리며 오마주했다. 그의 음악을 더 깊게 이해하고 뭔가 배우고 싶었다. 그가 인생을 바친 그 무언가를 탐구하면서 말야. ‘Space Oddity’는 보위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는 상징적인 노래라고 생각한다. 마치 보위가 노래하며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 같아 많은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달까. 이보다 아름다운 메타포가 어디 있겠어. 원곡 자체로도 이미 아름답지만, 뭔가 완전히 다른 곡을 만들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화성에서 살아보고 싶다. 미지의 행성에서 어떤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어떤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 창의력에 무슨 일이 생길지 탐험해보고 싶다. 멋지지 않은가? 인간으로서 다른 행성에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

#4.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 시카고 (‘Same Drug‘)
리도는 시카고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꼽는 찬스 더 래퍼 역시 시카고에서 인연이 닿은 친구다. ‘Same Drugs’와 ‘Angel’는 두 아티스트의 특별한 만남의 소산.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곡도 많이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시카고에 갈 때마다 내 삶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가족적으로도. 그래서인지 시카고는 내게 매우 강렬한 도시다.”

#5. 여름과 가을의 접점, 오늘 같은 날씨에 어울리는 고향 – Tysvær (‘Four Five seconds’)
가을 같은 여름의 끝자락. 리도가 서울을 찾은 8월 19일이 그랬다. 한 계절이 끝나고 새 계절이 시작되는 이런 날씨에서 리도는 고향 Tysvær를 떠올렸다.

“지금이 일 년 중 Tysvær가 아름다울 시기거든. 8월 초에서 8월 중순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좋다. 내 초창기 곡들 중 대부분이 그곳에서 만들어졌고. 이 시기 즈음해서 ‘Four Five seconds’를 만든 것 같다. 엄청 긍정적이고 즐거운 바이브가 가득한 곡인데, 내가 고향에 있을 때 딱 그런 기분을 느낀다. 노르웨이의 여름과 함께할 때의 내 마음 그대로.”

리도를 대표하는 앨범을 하나 꼽자면, 2016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Everything>이 아닐까. 이듬해 그는 친한 뮤지션들과 함께 만든 리믹스 앨범 <Everything Remixed>를 발표했다. 자신의 곡을 쓰고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리도의 음악은 많은 뮤지션의 플레이리스트 한자리를 차지하며 리믹스된다.

“리도 음악의 리믹스 중에서는 이 두 곡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랙이지. Brasstracks가 ‘Crazy’를 아주 멋지게 리믹스 해주었다. Umru가 작업한 ‘Citi Bike’도 좋고.”

리도의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낯익고 생소한 이름이 가득하다. 플라이트 파실리티스(Flight Facilities), 코스모스 미드나잇(Cosmo’s Midnight)같은 호주 아티스트들도 눈에 띈다. LA와 시드니. 태평양 너머 12만 킬로미터 떨어진 뮤지션들과 어떻게 인연이 닿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투어를 할 때마다 그 도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과 인연이 닿는다. 코스모스 미드나잇도 몇 년 전 투어 때 만났지. ‘오늘 밤에 뭐해?’ 얘기를 주고받다가 스튜디오로 가서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클럽에서 만나 ‘다음에 같이 작업하자’고 인사 나눈 뒤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작업하기도 한다. 물론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더 좋은 곡이 나오긴 하더라.”

뮤지션들의 소통은 생각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SNS DM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음악을 만드는 일이 많다. 초창기의 그에게도 이런 작업들은 너무 중요했다. 노르웨이에 사는 리도에게 협업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까. 사실 이번 내한 당시에도 꽤 많은 한국 뮤지션이 리도에게 DM을 보냈다.

“처음에 LA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내게 연락했을 때 놀라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작업하고 싶어 하다니’. 그러고는 비행기 티켓을 사서 무작정 떠났지. ‘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볼까’ 하면서. 이번에도 한국 아티스트들한테 DM을 좀 받았다. 멋진 뮤지션들이 많던데? 기회가 되면 같이 작업할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볼 것이다.”

리도 플레이리스트 the cities of lido playlist interview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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