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체크의 향연, 고샤 루브친스키 2018 SS 룩북
우연이 아닌 필연.















고샤 루브친스키가 2018 봄, 여름 컬렉션의 룩북을 발표했다. 그의 신작은 컬렉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90년대를 현재로 소환시켰다. 다채로운 패턴, 네온 색상, 아디다스 풋불과 공동 작업으로 완성한 운동복 등 서로 다른 요소의 충돌을 통해 젊은 세대가 가진 문화적 취향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90년대의 정신은 컬렉션 안에서 섬세하고 또 강렬하게 살아 숨 쉬었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협업은 단연 버버리. 영국 패션의 정통을 상징하는 패션 하우스 버버리와 신흥 강자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버버리의 아카이브 중 버버리 체크를 꺼내 들었고, 이는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친 클래식 실루엣에 적용되었다.
사실 고샤 루브친스키와 버버리 체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러시아에 포스트 소비에트 세대가 있었다면, 영국에는 차브족이 존재했다. 버버리 체크 패턴의 야구모자는 금 위조품, 큼직한 로고, 펜던트 등 소위 값싸고 저급한 패션을 지칭하던 차브 스타일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이 무늬는 차브와 동격으로 간주돼 이를 착용한 이에게 특정 제재가 가해진 사례도 존재한다. 개인의 처지와 개성을 당당하게 드러낸, 반항적이고 거칠 것 없는 차브족과 비슷한 결의 문화를 향유하는 고샤 루브친스키에게 이토록 철학적인 패션 요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과거로부터 받은 영감의 재해석과 오늘날 청춘에게 물든 감각의 결정체. 고샤 루브친스키의 2018 봄, 여름 컬렉션은 시공간을 넘은 세대의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그가 세상에 표출한 가치관은 위 갤러리의 2018 봄, 여름 컬렉션 룩북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