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S 런던 패션위크를 빛낸 컬렉션 4
하이라이트만 엄선했다.
패션계의 시곗바늘은 유독 빠르게 움직인다. 뉴욕 패션위크가 막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그 바통을 이은 런던 패션위크가 끝을 맺은 것. <하입비스트>가 독창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도시, 런던을 수놓은 컬렉션 중 단 네 가지를 선택, 컬렉션의 특징을 짚었다. 라인업은 버버리, 타미 힐피거, 아쉬시 그리고 마가렛 호웰이다.
클래식 체크가 이토록 매력적이었나. 버버리의 역대 컬렉션 중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타탄과 플라스틱의 조화, 테이핑 형태의 재봉, 스포티즘과 버무린 체크 무늬 등. 2017 가을 컬렉션은 그야말로 고전을 변주한 버버리의 파격 행보인 것. 규모도 상당했다. 복구 후 최초로 개방한 올드 세션 하우스에서 쇼가 펼쳐졌고, 고샤 루브친스키, 케이트 모스, 카라 델레바인, 블론디 맥코이, 유르겐 텔러 등 각 분야의 유명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이를 지켜봤다. 어느 모로 보나 2018 봄, 여름 런던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손색없다.
런던 패션위크의 끝은 타미 힐피거가 마무리 지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레전드 뮤지션의 트랙이 울려 퍼진 2017 가을 컬렉션은 강렬한 로큰롤 분위기가 가득했다. 런웨이는 온몸을 덮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애슬레틱 스타일이 일련적으로 이어졌다. 관전 포인트는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한 지지 하디드와 체인 스모커스의 공연. 게스트를 황홀경으로 이끈 쇼라는 후문이다.
아쉬시
“오직 어둠 속에서만 별을 볼 수 있다.” 아쉬시는 마틴 루터 킹의 명언으로 2018 봄, 여름 컬렉션을 설명했다. 아쉬시 굽타의 일상에 어둠이 짙게 드리웠던 걸까? 쇼장을 가득 채우던 총천연색 대신 깊은 암흑이 깔렸고, 이를 배경으로 시퀸과 스팽글이 더욱 빛을 발했다. 화려한 듯 태연자약하고, 어딘가 미묘하달까. 기존과는 다른 전개가 호기심을 자극한 컬렉션이다.
인물을 촘촘히 묘사한 한 편의 서정적인 극과 같은 마가렛 호웰. 2018 봄, 여름 컬렉션은 남성복에서 여성복으로 전향한 브랜드 전개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푼 듯 보인다. 칼라가 넓은 바삭바삭한 셔츠, 버뮤다 쇼츠, 긴 가죽 벨트, 악센트가 된 스카프 등. 여성복 사이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남성 라인은 성별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운 결을 지녔다. 본질에 충실한 디자이너답게 품은 두말할 것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