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키츠네와 라이풀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

패션 

창립 15주년을 눈앞에 둔 메종 키츠네가 이번 주 브랜드의 첫 향수를 선보인다. 같은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힐리(Heeley)와 협업한 남녀 공용 향수다. 이로써 키츠네는 의류 컬렉션과 레코드 레이블에 이어 그들의 이름을 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소개하는 것이다. 국내 소식도 있다. 최근 라이풀도 그들의 첫 향수를 발표했다. 제품명은 ‘에어 오드퍼퓸’으로, 브랜드 설립자 신찬호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던 중 얻은 영감으로 제작했다.

패션 브랜드가 향수를 출시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넘버 5’는 1921년에, 디올의 ‘미스 디올’은 1947년에 출시했다. ‘넘버 5’는 30초마다 한 병씩 팔린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남성 코롱은 크리드(Creed)를 예로 들 수 있는데, 18세기 영국 왕실 귀족의 정장과 가죽 액세서리 메이커로 시작해 윈스턴 처칠, 존 F. 케네디 등 미국 대통령들이 선호하는 퍼퓨머로 거듭난 이력이 있다. 귀족과 사회적 엘리트를 거쳐 향수가 처음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64년 이브 생 로랑의 ‘Y’부터다. 현재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향수뿐만 아니라 뷰티 라인을 따로 론칭할 정도로 흔한 전개가 되었다.

메종 키츠네 라이풀 향수 2017 maison kitsune liful perfume

메종 키츠네 ‘노트 드 유자’

키츠네와 라이풀의 향수 데뷔에는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키츠네에게 향수는 샤넬, 디올, 크리드, 생로랑처럼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수단인 반면, 라이풀은 그 반대다. 두 제품의 가격이 그 증거. 같은 50mL 병의 라이풀 ‘에어’는 12만 원, 키츠네 ‘노트 드 유자’는 약 14만 원으로 비슷한 가격이지만, 의문점은 여기에 있다. 두 브랜드의 의류 가격대가 상이하기 때문. 전 제품 카테고리를 비교했을 때 키츠네는 라이풀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노트 드 유자’는 키츠네의 저렴한 제품 중 하나인 반면, ‘에어’는 라이풀에서 비싼 축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패션 하우스들 역시 라이풀보다 훨씬 값비싼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향수의 가격은 라이풀의 ‘에어’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아래는 모두 같은 50mL 기준이다.

샤넬 ‘넘버 5’ – 약 14만 원
디올 ‘미스 디올’ – 약 8만 원
생로랑 ‘오피움’ – 약 7만 원

메종 키츠네 라이풀 향수 2017 maison kitsune liful perfume

라이풀 ‘에어 오드퍼퓸’

라이풀 ‘에어’는 향료 업계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페인 출신의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가 제조했다. 모리야스는 지방시, 겐조, 캘빈클라인 같은 클라이언트들을 거느리는 퍼퓨머다. 하지만 모리야스가 이들을 위해 만든 제품의 가격도 라이풀의 향수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캘빈클라인 ‘ck 원’ – 약 17만 원
지방시 ‘파이’ – 약 6만 원
겐조 ‘플라워’ – 약 4만 원

그렇다면 패션 라벨이 아닌 뷰티 브랜드의 50mL 제품은 얼마일까?

바이레도 – 약 17만 원
조 말론 – 약 16만 원
이솝 – 14만 원
딥티크 – 약 14만 원

위 가격대를 확인해보자. 수년간의 검증을 거친 향수 전문가 혹은 하이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제치고 왜 라이풀 ‘에어’를 12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의류 가격대가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꼬리표마저 없는 브랜드가 어떤 이유에서 이런 가격으로 출시를 감행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심지어 비즈빔의 룸 스프레이는 100mL에 약 8만 원으로, 용량이 두 배임에도 30% 이상 저렴하다. 비즈빔의 향수를 제조하는 블레이즈 마틴(Blaise Mautin)의 상품은 보통 몇천만 원대를 넘나드는데도 말이다.

물론 라이풀은 위 브랜드들보다 작은 규모이기에 비슷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을 구매자에게 이해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메종 키츠네 라이풀 향수 2017 maison kitsune liful perfume

분더샵 ‘시그너처 퍼퓸’ 컬렉션

패션계에서 코스메틱은 매개체의 임무를 수행한다. 소비자가 ‘넘버 5’를 통해 코코 샤넬의 살롱으로, 크리드의 ‘베티베’를 통해 영국의 왕실로 들어서는 것처럼. 그뿐만 아니라 동경하는 브랜드가 출시한 고가의 가방이나 옷을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분더샵의 ‘시그너처 퍼퓸’ 컬렉션이나 문샷의 ‘지드래곤’ 오드토일렛 역시 이와 같은 동경심을 뿌리로 둔 소유욕을 상품화하는 것. 매일 분더샵에서 쇼핑할 순 없어도 분더샵의 향은 뿌릴 수 있고, 여자친구에게 샤넬 백을 선물하진 못해도 샤넬 향수를 손에 쥐여줄 수 있다. 브랜드의 향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정체성을 취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을 낮춰 고객을 유도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미 쉽게 구할 수 있는 라이풀이기에 소비자는 라이풀의 웬만한 제품보다 비싼 ‘에어’ 향수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에어’를 통해 대중이 소유하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라이풀의 타깃 고객층을 공략하려면 그 향이 위 경쟁자들의 향수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한다. 향이 아이슬란드의 황홀하고 맑은 공기를 그대로 전해주지 않고서야 지갑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이 향수를 발매했을까? 브랜드의 보도 자료는 모리야스의 이름을 내세우며 “지방시, 겐조, 캘빈클라인의 클라이언트를 둔 세계적인 퍼퓨머가 제조했다”고 자랑한다. 지방시처럼 고가의 제품을 제작하진 못해도 지방시처럼 고급 향수는 만들 순 있다는 말인가? 추측대로 지방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과연 향수 한 병이 효과적일까?

특이하게도 향수에서 시작해 기타 액세서리로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에 설립한 스톡홀름 기반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2년 전부터 가죽 가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아이웨어 메이커 올리버 피플스와 선글라스도 선보이며 올해 초에는 프레임 데님과 의류 컬렉션까지 론칭했다. 가장 최근엔 이케아협업해 다양한 브랜드의 퍼퓨머로 거듭날 것을 예고한 바이레도. 설립자 벤 고햄은 향수 브랜드가 패션과 디자인계에도 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위 향수들은 모두 뛰어난 상품이지만, 각 브랜드의 라벨을 떼면 그 효력을 잃기 마련이다. 그만큼 향수에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향한 이상이다. 향수를 론칭하려면 이것부터 고려하기를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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