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킴 인터뷰 - 나이키 리액트를 신데렐라 슈즈로 만든 디자이너

새 러닝화의 이노베이션 디렉터.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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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마치 신데렐라의 구두를 찾은 것 같아요.
어떻게 내 발의 특성에 딱 맞는 신발을 만들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느 테스터의 첫인상으로 ‘나이키 리액트’의 소개를 시작한다. 나이키가 스무 명의 탑 테스터들에게 새 러닝화를 처음 신고 걸어본 느낌을 물었다. 리액트와 다른 신발을 번갈아 신고 착화감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이 과정을 두 세 번 반복한 뒤, 러너들이 하나둘씩 입을 모았다.

어네스트 킴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nike react designer enrest kim interview 2018

부드럽다(SMOOTH)
바운시(BOUNCY)
푱(PYOOM)
‘티거’가 된 기분
스폰지
쿠셔닝과 복원력
달리는게 즐겁다
마치 리듬같지 않습니까?
신어 본 나이키 신발 중 최고
이 신발을 좋게 표현할 단어들이 충분치 않다

마치 영화평에서나 볼법한 찬사들이 이어진 이 신발은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을 집대성한, 끝내주는 폼을 장착했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쿠셔닝 그리고 트램폴린 위를 걷는 듯한 통통 튀는 탄성이 발아래서 느껴지는 신작이다.

놀라운 복원력과 탄성력에 버금가는 리액트의 강력한 매력이 하나 더 있다. 커스텀 슈즈처럼 내 발에 꼭 맞는 편안함이다. 세상에 러너는 많고도 많고, 저마다의 러닝 스타일과 선호하는 착화감이 각기 다른 법. 그런데 어떻게 나이키는 러너들의 발에 신데렐라의 슈즈를 신길 수 있었을까? “쉬지 않고 계속, 더 오래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신으면 달릴 수밖에 없는” 그런 러닝화 말이다.

“이 신발은 저를 한계에 도전하게 만들어요.”

나이키 러닝 어드밴스드 풋웨어 이노베이션 디렉터, 어네스트 킴(Ernest Kim)과의 인터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 나이키 이노베이션 팀도 같은 고민 아래, 3년 넘게 ‘폼’ 하나에 매달렸다. 리액트. 그렇게 탄생한 ‘다양한 러너의 입맛을 충족시킬 단 하나의 러닝 슈즈’.

어네스트 킴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nike react designer enrest kim interview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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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어네스트 킴 인터뷰

“리액트는 ‘SEXY’하다.
신고 있으면 이보다 더 섹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스니커 리뷰 사이트 kicksology.net 운영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3년에 스니커 블로그로 태동한 <하입비스트> 뿌리가 비슷해서 더욱 흥미롭다. 소비자 또는 리뷰어였을 때와 지금 현재 디자이너로서 스니커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나?

굉장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페이스(속도)다. 미디어 입장에 있을 때는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론칭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콘셉트 하나를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그게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점이다. 블로깅이나 미디어는 폼 소재 개발 하나에 3년 세월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하하(웃음).

그런 노력의 소산으로 탄생한 쿠셔닝 플랫폼을 ‘리액트 이름 지은 동기는?

제작 단계에서 다양한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한 테스터가 나이키 새 러닝화 폼의 탄성에 대해 디즈니의 ‘티거’ 캐릭터가 떠오른다고 표현했고, 이 피드백에 근간해서 만든 타이틀이 ‘리액트’다. 이름 그대로 스프링을 단 것처럼 정말 폭신폭신하다.

어네스트 킴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nike react designer enrest kim interview 2018

퍼포먼스, 스타일, 디자인을 하나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다. 미션에 임하는 느낌은 어땠나.

우리 이노베이션 팀에겐 오히려 흥미진진하고 기대감을 자극하는 미션이었다. 어려운 작업이 될 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좀 즐기려고 했다. 사실, 폼의 소재에 많은 변화를 가하려 하진 않았다. 2008년쯤이었나, 루나 라인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기도 하고.

대신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서 이노베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집중했다. 폼은 모든 스포츠화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이니까. 밥상을 차릴 때, 밥을 어떻게 잘 지을지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인에게 밥심이 중요하듯 스포츠 슈즈에게는 폼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의 가장 큰 도전과제다.

신발 디자인을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끈을 생략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늘 당신도 없는 디자인을 신고 왔다

신발 끈 없는 퍼포먼스 슈즈를 만드는 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는 모든 러너의 발 모양에 맞출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신발 끈은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는 요소다. 그래서 이번 리액트 디자인도 신발 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반면 신발끈을 제거한 신발은 발목 부분이 하이탑 수준으로 올라오는 디자인으로 보안점을 찾아야 한다. 발에서 신발이 벗겨져 나가는 걸 방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네스트 킴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nike react designer enrest kim interview 2018

블루와 레드, 오직 가지 컬러’만 사용 이유가 있나. 다른 나이키 라이드는 화려한 디자인이 많은데.

매트리스 위에 러닝화가 올려진 이미지를 상상했듯, 리액트의 폼은 여러 가지 상반된 요소가 함께 용광로에서 녹아드는 흥미로운 융합체다. 제작 단계에서 ‘어퍼지트 리액트(Opposite React)’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리 디자인 팀은 리액트의 이런 성격을 반영하여 서로 대비되는 컬러인 짙은 파랑과 핑크, 짙은 파랑과 밝은 하얀색을 활용했다. 이번에 선보인 두 색깔 모두 성별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컬러기도 하다. 이 또한 러너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한 거다. 다음 시즌에는 보색 대비인 ‘어퍼짓 리액트 컬러’를 메인 콘셉트로 후속을 출시하게 될 것 같다.

당신이 개발을 이끈 루나 글라이드+와 예전에 극찬한 적 있는 나이키 프리 5.0 그리고 새 러닝화 리액트. 셋을 비교하자면?

우리가 터득한 한 가지를 말하자면, 이 세상에 러너는 정말 많고도 많다는 거다. 하지만 모든 러너의 입맛을 충족시킬 단 하나의 러닝 슈즈란 있을 수 없다. 일부 러너들은 리액트처럼 폭신폭신한 착화감을 원하는 한편, 맨발로 뛰는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피드백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러너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러닝 슈즈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세상에 러너는 많고, 모든 러너의 입맛에 맞는
단 하나의 러닝 슈즈는 없다.
그게 바로 내가 나이키에 있는 이유다.”

세계의 각양각색 러너들을 위해 러닝화를 만든다는 어떤 기분인가.

그게 바로 내가 나이키에 있는 이유다. 어떤 브랜드는 러닝에 한 가지 정답이 있다고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러너마다 유형이 다르고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본다. 이런 다양한 니즈에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나이키만의 강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나이키에서 일하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디자인 경험이 전무한 스니커 리뷰어로 시작해 지금은 디자인 디렉터가 됐다. 나이키 이노베이션 팀에 당신처럼 독특한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있다면, 어떤 장점으로 리액트 디자인으로 녹아났나.

우리 팀에 컴퓨터 디자이너가 하나 있다. 말이 디자이너지 오히려 프로그래머에 가까운 기계 괴짜(geek)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나이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마치 용광로에 녹는 것처럼 한데 모여있다. 모든 이노베이션은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선수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 자부한다.

어네스트 킴 나이키 러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nike react designer enrest kim interview 2018

여러 타입의 러너 어떤 타입에게 제일 추천해 주고 싶은가.

매일 러닝을 하는 생활 러너(Everyday Runner)에게 적극 추천한다. 장거리 러닝을 즐기는 러너, 특히 신발 때문에 장거리를 뛸 수 있는 일이 생기는 게 싫은 러너라면 더더욱.

러너로서 리액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SEXY’. 신고 있으면 이보다 더 섹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은 사람 스스로도 섹시해진 듯한 기분이 들 것 같고.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는 2월 9일부터 선주문을 시작한다. 선주문 고객에 한해 리액트의 쿠셔닝 플랫폼의 탄성력을 표현한 아주 특별한 시딩 박스에 제품을 배송할 예정이다. 그 실체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NIKEREACT를 검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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