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연말 특집 - 다듀의 겨울 만두 보양식

최자가 무대 위에서 (먹다) 죽을 뻔한 사연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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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다가 죽어도 좋다’. 가수들이 흔히 하는 말. 그런데 최자는 정말로 무대에서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 몇 해 전 오징어 보쌈을 먹고 무대에 올랐는데, 급체로 공연 도중 기도가 막혀 정말 ‘큰일’이 날뻔 한 것이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눈앞이 하얘졌다. 기적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기도를 막고 있던 오징어 조각이 목에서 튕겨 나왔고, 수류탄처럼 관중석을 향해 ‘슝’ 날아갔다.

“그래도 내가 무대 위에서 죽는구나 싶었어.”

지금이야 ‘정말 최자스러운 죽음이었을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지만, 이처럼 뮤지션에게 공연 전에 무엇을 먹을지는 중요한 문제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써야 하니 체력에 좋은 보양식이되, 너무 무겁거나 부대끼지 않아야 한다.

다가오는 주말, 11월 17~18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다이나믹 듀오의 콘서트가 열린다. 2년 4개월 만의 단독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는 그들은 공연 전의 보양식으로 어떤 메뉴를 선택했을까? ‘무대 위에서 (먹다가) 죽은 최초의 뮤지션이 될 뻔한’ 최자개코를 데리고 간 맛집을 공개한다. 오늘은 특별히 개코의 1인칭 관찰자 시점.

최자로드 연말 특집 - 다듀의 겨울 보양식 다이나믹 듀오 콘서트 최자 개코 이태원 야상해 최자 만두 맛집 추천 부추만두 싸이 게스트 만두집

“특별하다기보다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만두를 만드는 집이야.”

“이곳 만두의 맛은 다른 만두 가게의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 ‘그집보다 피가 별로다, 소가 아쉽다’는 식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가 다 괜찮아.”

이집은 최자가 어렸을 때부터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거나 클러빙을 한 후 출출할 때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만두뿐 아니라 얼큰한 국물 맛이 일품인 사천 소면 같은 안주식 메뉴도 많다. 오늘 우리는 소룡포와 지짐만두, 새우만두, 부추만두, 그리고 사천소면꽈 어향가지를 주문했다. 이 순간을 위해 일부러 배도 비워놨다.

“보통은 만두를 사이드 메뉴라고 생각하잖아. 나는 만두가 메인 요리라고 생각하거든. 영양의 균형이 골고른, 제대로 된 한 끼가 될 수 있지.”

듣고 보니 공연 전 식사로 만두만 한 음식이 없는 것 같다. 공연 전 뭘 잘못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속이 불쾌해져 뭘 잘 안 먹게 되는데, 공연을 위한 에너지는 필요하니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두는 부대끼지 않으면서도 영양 잡힌 한 끼. 피의 탄수화물과 고기의 단백질이 고른 영양을 책임지고,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소화도 잘된다. 오늘처럼 공연하는 날 먹기에 제격이다.

소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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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혀서 한 입에 털어넣는 게 내 스타일이야.”

소룡포(이곳 메뉴에는 ‘소룡보’라고 표기되어 있다)는 입안에서 뜨거운 육즙이 터지니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혀를 데이거나 해서 공연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되니까. 일반적으로 소룡포는 만두를 숟가락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찔러서 즙을 뺀 후, 후루룩 마시고 나머지를 씹어 먹는다. 하지만 최자는 소룡포 먹는 법도 남다르다.

“식힌 다음에 한 번에 입으로 때려 넣는 것도 매력 있어. 육즙이 팍 터지면서 피 그리고 소와 함께 섞이는 느낌이 좋아. 만두의 세 가지 재료가 한꺼번에 씹히면서 만들어 내는 맛이 있거든. 이렇게 먹는 게 내 스타일이야.”

그렇다. 만두를 식혀서 한 입에 먹었을 때 주는 감동은 확실히 다르다. 피, 소, 즙 삼박자가 정말 잘 맞다. 이집 소룡포는 소의 즙도 엄청나다. 거의 ‘물 반 소 반’.

“소룡포 즙은 사실 젤라틴이 가열되서 액체로 바뀐 거야. 그런데 이집은 만두와 함께 생강채를 곁들이는 점이 재밌거든. 생강 특유의 청량감이 만두의 느끼한 맛을 잡아줘서 함께 먹으면 더욱더 맛있어.”

부추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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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만두는 정말이지 우습게 보면 안 돼.”

“사실 기억에 남는 부추 만두는 많지 않은데 이곳의 만두는 밸런스가 좋아서 계속 생각나. 어디에서도 이곳 부추 만두만큼 예쁜 색의 만두를 본 적이 없어. 부추 만두인데도 즙이 이렇게나 풍부해.”

이집 만두는 피가 살짝 두꺼운 편인데, 밀가루 비린내가 안 난다. 최자도 나도 두꺼운 만두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부추를 갈아 넣은 덕에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아티스트도 관객도 공연 전후로 간단하게 먹기 좋아.”

“부추는 소위 말하는 ‘스태미너’에 좋아. 힙합 공연은 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보는 사람들도 힘들잖아. 소리도 질러야 하고 손도 흔들어야 하고, 같이 공연을 하는 셈이지. 관객들도 우리 공연을 보러 오기 전에 이집에 들러 에너지 보충을 좀 하고 오시는 걸 강력히 추천해.”

이 식당의 위치는 이태원 한복판. 우리의 콘서트가 열릴 한강진 공연장과 가깝다. 공연 전에 먹고 공연장으로 걸어오기 딱 좋은 코스다.

새우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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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먹으면서 아삭아삭하다고 느껴본 적 있어?”

“이집 새우만두는 사각거리는 식감이 특징이야. 중국 물 밤이 들어가 있어.”

만두가 아삭아삭하다는 생각을 한 건 처음이다. 이집 만두는 어느 것 하나 약한 것 없이 평균이 높다. 소룡포는 육즙의 감동이 있고 부추 만두는 향과 색 때문에 특별한 지점이 있다. 군만두도 맛있고, 새우 만두는 물 밤이 주는 아삭한 식감이 좋다. 다시 말하자면 ‘다 맛있다’.

사천 소면

“만두 전문점이라 만두만 맛있을 것 같잖아?
그런데 여기는 다른 음식들도 훌륭해.”

“만두 전문점에서 이 정도 수준의 사이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데가 있어? 생각해봐. 없어.”

재료들이 밀도 높게 담겨있는 사천 소면. 전체적으로 색깔과 모양이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옥수수 함량이 높은 중국식 면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있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마라가 들어간 얼큰한 국물맛도 일품. ‘시원’하게 입천장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마라와 땅콩이 들어가서, 탄탄면과도 비슷한 지점이 있어. 그리고 청경채는 약간 덜 익혀 먹는 게 제 맛이지. 아삭아삭한 식감이 눅눅해지기 전에 빨리 먹는게 좋아.”

어향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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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바삭하고 속은 물렁물렁해.”

물렁물렁한 가지를 상상했는데, 바삭바삭하다. 어떻게 이렇게 식감이 바삭할까?

“가지는 튀긴 것과 볶은 것의 차이가 큰 것 같아. 이것보다 튀김옷이 더 두꺼우면 느낌이 확 다르거든. 근데 이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튀김옷의 두께도 딱 알맞고 간도 적당해서 밥반찬으로도 딱이야. 정말 잘 만든 요리라고 생각해.”

간단히 만두만 먹으러 왔다가 사천 소면까지. 조금 과식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 리허설 전이니까 지금 든든하게 먹어야 하고,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써야 하니 높은 칼로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만두는 작으니까 좀 많이 먹어도 괜찮다.” 최자의 말에 동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잔뜩 먹다가 지 번처럼 ‘최자 사래 사태’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헤드라인은 ‘단독 콘서트에서 장렬히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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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가 미식을 사랑하는 건 본능이야.”

어렸을 적부터 최자를 지켜본 친구로서 말하건대, 최자가 미식가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 터울이 적은 삼 형제가 경쟁하고 자랐기 때문에, 식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음식 저장 본능이 생긴 것 같다. 귤 한박스를 셋이서 다 까먹는 광경을 최자네에서 처음 목격하기도 했다. 우유가 1년째 썩는지도 모르고 방치될 정도로 형제가 입이 짧은 우리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집 형제들은 세 명 다 2인분씩 먹는 애들이거든. 셋이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먹었어. 심지어 여동생은 이불 속에 먹을 것을 쟁여 놨다가 이사할 때 썩은 채 발견된 에피소드도 있다니까.”

아쉽지만 만두는 이제 그만. 랩을 하려면 호흡이 중요한데, 공기가 들어갈 공간을 남겨놔야 할 것 같다. 동파육과 남방식 탕수육, 마파두부 그리고 이집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오이 만두까지. 아직도 먹어봐야 할 메뉴가 많이 남아 있다. 공연 후에 다시 들르기로 다음을 기약한다.

“다시 배가 고파야 하니까, 정말 열심히 공연할 거야. 무대를 다 불사르겠어.”

맛있는 한 끼는 최자에게도 나에게도 공연을 잘 끝마치고 싶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무대를 잘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으러 온 게 아니고, 배고프기 위해, 먹기 위해 공연하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된 셈인가.

“단독 콘서트는 가수 입장에서도 설레.”

다이나믹 듀오의 단독 콘서트는 2년 4개월 만이다. 작년에는 우리가 콘서트할 시기에 <쇼미더머니> 콘서트에 참여했다. 그 공연도 재밌었지만 단독 콘서트만이 주는 재미와 기쁨이 있다. <쇼미더머니>에서는 프로듀서가 게스트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콘서트에서는 대학 축제 같은 공연에서 할 수 없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아. 우리가 좋아하는 곡이라도 사람들이 잘 모르면 공연이 지루해질 수 있어서 잘 안 고르게 돼.”

그런 의미에서 단독 콘서트는 가수 입장에서도 설렌다. 정말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오니, 평소에 부를 기회가 없는 노래들을 팬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신곡 ‘북향’도 이번 공연에서 라이브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행사에서 자주 부르는 곡은 눈감고도 할 수 있지만, 단독 공연에서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새롭게 연습해야 하잖아. 경력이 길어도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려.”

“그리고 우리 좀 든든히 먹어 둬야 해. 이번에 우리 공연의 게스트가 ‘정말 말도 안되는 사람들이 나오잖아.’ 그분들의 무대 뒤에 우리기가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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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3길 6

<최자로드> 시즌 2 다시 보기

Ep.1 을지로 닭무침과 막국수
Ep.2 토리소바 라멘
Ep.3 한우 오마카세
Ep.4 맛의 범죄 도시, 대림동
Ep.5 나폴리 피자엔 위스키, ‘피스키’
Ep.6 최자 인생의 첫 참치 & 장위동 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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