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119 인터뷰 – ‘짬’에서 나오는 원색적 바이브

차붐, 로스, EK, 김효은.

음악 
19,163 Hypes

산전수전을 겪을수록 향기는 짙어지고 색깔은 뚜렷해진다. 네 명의 청년은 고향을 떠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실패를 겪으며 각자의 자리를 찾았다. 풍파가 가장자리를 깎아냈지만, 네 래퍼의 가사는 무뎌지기 보다 되려 날카로워졌다. 방송이 만든 인연은 지역, 회사, 나이가 모두 다른 멤버들을 하나로 묶었다. 자의적인, 혹은 타의적인 홀로서기를 거쳐 새 가족을 만난 차붐, 로스, EK와 김효은. 한 집단을 이룬 이들이 시퍼런 독기를 품고 뱉는 날 것에 거슬릴 게 있을까. 11월 11일, <119 EP>를 발매한 평균 연령 29.75세의 크루. 19금이 아니라 29금 딱지가 붙어야 할 팀 119의 ‘찐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19’라는 팀 이름은 ‘긴급상황’의 의미를 담았나?

로스: 팀원 넷의 나이를 다 더하면 119살이다.

그럼 나이가 한 살씩 더 드는 내년에는?

차붐: 119 더하기 4(웃음). 재미로 뭉친 집단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면 틈틈이 뭉칠 것 같다.

<쇼미더머니 777> 출연이 계기가 돼 팀을 결성해서 앨범을 낸 경우는 처음이다.

EK: 딥플로우 형이 앨범을 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고 우리도 다 동의했다. 힙합 팬들이 반가워할 앨범이다. 우리가 모였을 때 가장 멋있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었다. 각자의 다른 성향을 잘 녹여낸 것 같아 재밌었다.

김효은: 사실 작업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급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도 전곡 다 좋다. 무엇보다 재밌게 들었으면 좋겠다.

 

차붐

팀 119 인터뷰 – 차붐, 로스, EK, 김효은

나플라와의 디스 배틀에서 묵음 처리된 가사가 궁금하다.

정자를 타고 퇴장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아니다. 이제 <쇼미더머니 777>이 끝났기 때문에 공개해도 될 것 같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게 맞다. ‘내 꺼’를 빨고…

방송을 통해 투병 생활이 알려졌다.

원래 크론병 환자인데 길랑 바레 증후군까지 걸려서 ‘2관왕’이 됐다. 크론병이 만 명 중의 한 명, 길랑 바레가 10만 명 중의 한 명의 확률이라, 곱해보니 10억 분의 1의 사나이가 됐다. 크론병은 20대 초반에 발병한 거라 계속 약을 먹고 치료도 받고 있다. 길랑 바레 증후군은 재발률이 3%라 재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 40% 정도 회복이 됐고, 100% 회복을 위해 1년 반 정도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중국에서 사업 실패로 수억 원대의 빚을 졌다.

지금 남은 빚은 다 제1금융권으로 옮겼다. 1년 동안 절반 이상 깠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몇억 되는 돈을 까기 위해 지난 1년간 열심히 살았다. 지옥의 1년이었다. <쇼미더머니 777> 덕에 다 탕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LA에서 온 로스와 한국 웨스트 코스트, 안산의 차붐이 만났다. 

(웃음) 신기한 게, 로스 제수씨가 우리 동네 후배다. 말투가 비슷해서 로스와 빠르게 가까워졌다. 음악적인 얘기를 하면, 내가 생각했던 웨스트 코스트는 닥터 드레의 <크로닉 2001>에서 멈춰있었다. 반면 로스는 YG나 닙시 허슬이 하는 뉴 웨스트에서 훨씬 많은 영향을 받았더라. 거기서 나 또한 영감을 얻었다.

‘차붐’ 하면 앨범 장인의 이미지가 강한데, 다음 앨범은?

맛 시리즈로 EP를 내고 있다. 이전 <Sour>는 신맛이었고, 이제 <Sweets And Bitters>, ‘단쓴’을 낼 생각이다. 성공했다가 추락하고, 빚을 갚은 다음에 쓰러지고, 재활하다가 <쇼미더머니 777>에 나가고.  최근 삶의 맛은 ‘단쓴’이었다. 나는 <쇼미더머니 777>을 온전히 예능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에서는 재밌는 캐릭터를 잡고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제 다시 방송에서 볼 수 없는 편안한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내년 1월 안에 발매한다.

 

로스

팀 119 인터뷰 – 차붐, 로스, EK, 김효은

래퍼 이전의 삶이 궁금하다. 미국에서 꽤 거친 삶을 보냈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는 좀 많이 놀았다. 스물네 살까지 사고 치고 감옥을 몇 년 갔다 왔다. 하지만 피해자는 없다. 지금은 가족이 있으니 다시 그럴 일도 없다.

아내와 두 아들과는 따로 지내고 있는가?

아내와 둘째 아들은 한국에 있다. 큰아들은 이제 6학년이 되는데, 미국에서 나의 부모님과 같이 지내고 있다. 맨날 보고 싶고 당장 데려오고 싶은데 상황이 안 돼서 아직 못 데려오고 있다.

평생을 미국에 살았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힘든 게 뭔가?

표현의 자유.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근데 욕먹을까 봐 못하기도 하고, 문화 차이가 큰데 나를 이해할까 싶다. 라이프스타일이 완전 다르니까.

타이거 JK의 ‘굿 라이프 크루’와 계약했다가 다시 독립했다.

제일 중요한 건 나와 색깔이 맞아야 한다. 아티스트든, 직원들이든 사람이 맞아야 한다. 전 회사는 나의 브랜딩이나 색깔과 안 맞아서 나왔다. 직접 회사를 차리는 게 목표다. 지금은 좀 힘들어도 목표가 있으니까 괜찮다.

최근 도끼가 LA에서 위험천만한 도난 사건을 겪었다. LA에 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LA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운이 나쁘면 도끼와 같이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저녁에 놀 때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술이 끝이지만, 미국은 술, 약 다 하고 맨날 싸운다. 한국에서도 싸움은 있겠지만, 미국은 일을 싸움으로 해결한다. 총도 있고. 그런 면을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EK

팀 119 인터뷰 – 차붐, 로스, EK, 김효은

방송에서 굳이 우승 후보들과의 대결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

대부분 자기가 최고라는 가사를 적으면서도 상대를 고르는 상황에서는 발을 뺐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큰 이유다. 어릴 때부터 격투 게임이나 격투기를 좋아했다. 경쟁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더 주목받고 싶었다.

EK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되어버린 ‘이케이~’의 탄생 비화는?

팀 배틀에서 나플라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준 거다. 정말 고마웠다. 나한테는 좋은 계기라 이 ‘이케이~’를 곡으로 풀어볼까 한다.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오르내림과 소속사 동료다. 디스 배틀 때 사전에 합의했나.

아마 미리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얘기를 안 했다가 서로 공격했는데 진짜 감정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 싫어서 우린 서로 어떤 걸 준비했는지 얘기가 된 상태였다.

댄서 출신이다. 춤을 춘 경력이 랩에도 도움이 되나?

모든 예술은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춤추듯이 랩을 해본 적도 있다. 리듬을 다채롭게 타고 박자를 달리하는 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유의 플로우를 갖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걸 좋아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현란한 랩 스킬을 보여주는 모습이 때론 광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곡 자체를 즐기는 분들을 위한 음악을 하려고 한다.

올해 초 <한국 힙합 어워즈 2018>에서 ‘NEXT’로 뽑혔다. EK가 뽑는 ‘2019 NEXT’ 래퍼는?

MBA의 볼라. 지금은 관심이 나한테 쏠려서 가려질 수도 있지만, 이 친구는 분명 그 관심을 자기 쪽으로 돌릴 수 있다. 굉장히 다재다능한 친구다.

 

김효은

팀 119 인터뷰 – 차붐, 로스, EK, 김효은

프로그램 촬영하면서 더콰이엇, 창모와 많은 교류가 있었나?

오히려 방송 촬영할 때는 더콰이엇 형과 거의 연락을 안 했다. 서로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모도 거의 같이 다녔지만, <쇼미더머니 777> 얘기는 일부러 안 했다.

더콰이엇이 ‘여린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정말 그런가?

전혀 여리지 않다. 되게 냉혈한이고. (웃음) 되게 차갑다.

다방 종업원: 모과차 찬 거 드려, 따뜻한 거 드려?

따뜻한 거요.

일리네어 앰비션 그리고 119, 두 집단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리네어 앰비션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방황과 마음고생을 했다. 우리나라 최고들만 있는 회사에 아무것도 없던 신인이 가서 부딪히려니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나 다른 멤버들의 실력이 좋으니까 좋은 경쟁이 됐다. 잘 챙겨주지만, 어떻게 보면 냉정한 면도 있다. 119는 크루보다는 식구 같다. 앰비션 뮤직에서는 내가 맏형인데, 119에서는 막내다. 랩도 많이 배웠지만, 형들이 따뜻하게 잘 챙겨줘서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다.

개코가 최근 한 라디오에서 김효은의 탈모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잦은 이유는?

그런 말씀을 해주셨구나. (웃음) 나는 힙합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멋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존재감이 있어 보이기 위해 많은 변화를 준다.

본인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붐뱁의 맛을 잘 살리는 래퍼를 꼽자면?

EK. 119 식구라서 그런 게 아니다. 이번 방송을 같이하며 EK 형의 음악을 즐겨 듣는 팬이 됐다. 같은 붐뱁을 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할 줄 안다.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가.

일이 많이 들어온다. 할 게 많아졌다. 당분간은 119 활동이나 다른 피처링 작업을 통해 계속 신에 등장할 것 같다. 개인 앨범도 너무 늦지 않게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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