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저는 그냥 집 정리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음악  

자이언티는 스스로를 플레이어라 말한다. “이 시대의 플레이어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코치,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대체 어떤 비장한 목표가 있는 걸까? 김해솔의 비전은 담백했다.

“저는 그냥 수납 정리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제가 청소를 잘 못 하는데, 집 정리도 자격증이 있대요. 제가 깨야 하는 건 이런 부분이지, 경쟁이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데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내 집 정리 잘하고 음악인으로서 꿋꿋하게 살아가다 보면, 저도 기록 하나 세웠지 않을까요?”

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zion.t 슬기 멋지게 인사하는 법 잠꼬대 오혁

아우터 노앙(Nohant)

“오혁과 저의 관계는 뭐랄까, 별 같아요.”
<ZZZ>의 수록곡 ‘어허’와 ‘잠꼬대’의 뮤직비디오를 추가 공개했어요. 영상 한 편에 두 곡이 이어지는데, 둘은 어떻게 연결되는 곡인가요?

제가 당시에 꽂혀 있던 테마가 ‘잠’이었나 봐요. 정말 상관없는 두 곡인데, 같은 세계관 안에서 묘하게 이어지더라고요. 잠꼬대는 무의식중에 평소의 생각과 언젠가 느꼈던 감정들이 읊조림에 녹아든 거잖아요. 그런 잠자는 척하면서 내뱉는 깨어 있는 헛소리에 대한 노래예요.

‘잠꼬대’는 별도의 가사 없이 오혁이 흥얼거리는 가이드를 그대로 사용했어요. 정말 잠꼬대처럼. 재밌는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스케치 단계부터 그냥 오혁이 떠올랐어요. 이 노래를 같이하고 싶다고 스튜디오로 오라고 연락했는데, 서로 바빠서 정말 시간 잡기가 힘들었어요. 저희는 안부 인사하는 데 한 달이 걸려요. ‘잘 지내?’ 하면 2주 뒤에 ‘보름 전에는 잘 지냈는지 모르겠고, 지금은 잘 지낸다’고 답장이 오죠. 뭐랄까. 그냥 별 같아요. 우리가 보고 있는 별들이 과학적으로는 한참 전에 존재했던 것처럼. (웃음)

“다들 자는 가운데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뮤직비디오는 ‘모두가 잠든 가운데 깨어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콘셉트가 특이하네요.

마지막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건물 옥상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엔딩인데요. 결국은 이게 영상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나만 빼고 다 잠든 게 두렵고 답답하지만, 나중에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점점 그 상황을 즐기게 되는 거죠.

때때로 다들 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사회적 상황이나 많은 것들이 우리 앞을 가리고 있잖아요. 자느라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그럴 때 저는 깨어있고 싶어요.

<ZZZ>의 모든 트랙을 순서대로 들으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서사가 있나요?

‘이 노래와 가사, 앨범이 재미있게 느껴질까?’. 서사라기엔 거창하고. 저 스스로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재미예요. 평소에도 잘 만든 작품이나 개성 있는 사람을 볼 때도 ‘재밌다’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감동도 위로도 억지로 짜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단지 재밌는 걸 하고 싶었어요.

“슬기와 오혁 이센스,
셋 다 제일 멋있게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캐릭터 같아요.”

자이언티와 슬기의 작업은 최초의 YG x SM 협업이었는데, 어떻게 성사됐나요?

제가 레드벨벳 팬이거든요. 그런데 걸그룹을 좋아하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저는 노래로 기록하는 사람이니까, 이 마음을 음악으로 기록해야겠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두 레이블의 콜라보의 물꼬를 텄는데. 세상은 참 요지경이네요.

레드벨벳 슬기와의 협업을 원했던 이유는?

래퍼 이센스, 싱어송라이터 오혁, 아이돌 레드벨벳. 이번 앨범에 참여해준 세 사람은 자기 영역에서 제일 멋있게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캐릭터 같아요. 플레이어로서 제게 없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고요. 전 다양한 장르를 쓰니까, 각 곡을 제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빌려와서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기도 하죠. 프로듀서로서 즐거웠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내 곡 위에 올라가는 게.

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zion.t 슬기 멋지게 인사하는 법 잠꼬대 오혁

모자와 아우터 펜디

“이번 앨범은 다큐를 만들고 싶었으나 로맨틱 코미디가 됐어요.”

‘멋지게 인사하는 법’에 대해 ‘명절에 개봉할 법한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했어요. 앨범을 영화 장르에 비유하자면?

사실 이번 앨범은 다큐를 만들고 싶었으나 로맨틱 코미디가 됐어요. 이런 귀여운 앨범이 될지 몰랐어요. 초반에는 좀 어두운 앨범을 구상해서, 분위기 있는 커버를 찍어 뒀었는데.

그래서 앨범 커버도 두 장이에요. 작업 초기와 완성 시기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막상 앨범이 완성되고 나니, ‘멋지게 인사하는 법’도 그렇고 대중적이고 귀여운 노래들이 많더라고요. 기존 커버와 어울리지 않아서 새로 찍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함께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트랙과 곡은? 거기에 담긴 사연은?

누구는 자식 같다고 하는데, 제가 쓴 노래를 바라보는 기분은 손으로 직접 만든 공예품을 보는 기분이에요. 이를테면 그릇이나 컵 같은. 더 세련되게 잘 빠지거나 공산품처럼 정교할 수 있었지만, 다들 모난 구석이 있죠. 뭐 하나가 딱히 더 좋다기보다는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쓸 만해요. 어떤 것에는 물을 담고 어떤 것에는 샐러드를 담으면 알맞죠. 각자의 쓸모와 생김새가 있죠.

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zion.t 슬기 멋지게 인사하는 법 잠꼬대 오혁

아우터와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쁜 것과 가까이 있으면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우연히 애견숍을 지나가다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에게 유독 눈이 가서 입양한 적이 있어요. ‘왠지 자신과 비슷해 보여서’ 데려왔다고 들었는데, 그 밖에 어떤 사물이나 생명체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면요?

동문서답이지만 모양이 예쁘거나 느낌이 좋은 게 너무 좋아요. 그것들과 가까이 있으면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같아서요. 사실 저 스스로를 봤을 때 예쁘진 않아요. 그런데 정말 예쁜 생각을 한다 싶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내 속의 예쁜 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이나 동물, 물건. 그런 걸 볼 때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위로를 받아요.

기발한 생각이네요. 어렸을 때도 엉뚱한 아이였을까요?

전 끔찍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청소년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필름 카메라에 심취해서, 동네에 모르는 골목을 돌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한번은 사람도 안 살 것 같은 오래된 빌라를 발견했는데, 구석에 양수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게요?

“아무도 널 봐주지 않겠지?” (폭소)

다행히 싸이월드에도 안 올리고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무감각해졌어요. 뭐든 머리로 느끼고 분석하고 감각은 반응하지 않아요. 고등학생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웃기지만, 그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zion.t 슬기 멋지게 인사하는 법 잠꼬대 오혁

아우터 노앙(Nohant)

저는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또 참가하는 입장이죠.”

<쇼미더머니> 시즌에 앨범이 나왔어요. <쇼미> 일색인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특정 TV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아티스트의 곡이 차트를 점령하는 상황에 대해 뮤지션으로서의 생각은 어떤가요?

기회를 잘 이용해서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성취하는 것에 대해 나쁘게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시장 내에는 정말 많은 플레이어가 있어요. 저는 그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지 경기를 지켜보고, 또 참가하는 입장이죠. 그리고 진짜 중요한 본 경기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시작돼요. 다양한 인생들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닌 경기를 치르고, 성공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밌어요. 제 고민이기도 하고요. 뮤지션의 수명은 길지 않잖아요.

본인도 그렇고 다른 뮤지션을 ‘플레이어’라고 자주 표현하는데.

운동선수랑 비슷해요. 잘 못 쉬어도 잘 못 뛰어도 큰일 나요. 뛰다가 꼭 쉬어줘야 하고 쉬는 동안에는 좀 더 효율적인 플레이를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해요. 팀이 좋지 않으면 언젠가는 수명이 끝나버리고요. 그래서 오늘 경기장에서 촬영한 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었어요. 무대와 비슷하지만 더 큰 의미로요. 텅 빈 경기장을 지켜보는 마음이 ‘잠꼬대’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이랑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오늘의 자이언티는 어떤 플레이어인가요?

스타일리스트에게 의상 준비할 때 세 가지를 고민해달라고 했어요. 선수, 감독, 코치 셋 중 하나의 느낌을 표현할 것. 오늘 저는 선수이자 감독이자 코치예요. 지금 이 시대의 플레이어는 세 가지 역할을 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면 갈수록 경기가 재밌어지는 것 같네요.

자이언티 인터뷰 - PLAYER 김해솔 zion.t 슬기 멋지게 인사하는 법 잠꼬대 오혁

아우터는 노앙(Nohant), 모자와 아우터는 펜디

“저를 하나의 브랜드로 봐주세요.”
지난해 <OO> 발매 당시, 자신의 인생곡을 ‘양화대교’로 뽑았어요. ‘양화대교’처럼 아껴둔 가족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별거 아닌데 한번 들으며 잊을 수 없는 문장인데요. “입맛도 없는데 밥을 차려 줘서 고맙다”. “아침 식사 덕에 하루 잘 보냈다” 그러고는 난 여기 있을 테니까 넌 계속 거기 있으라고 말하죠. 서로가 제 자리에 있으면 길을 잃을 필요 없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엄마 혹은 연인, 주위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이야기예요.

자이언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요? 자이언티와 김해솔의 닮고 다른 점은?

저는 프로듀서예요. 노래하는 사람이지만 단지 노래가 다는 아니에요. 음악을 만들기 이전에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요. 저를 하나의 브랜드로 봐주세요. 옷 한 벌로 그 브랜드의 한 시즌을 판단 하지 않듯이, 어울리는 옷은 사고 아니면 다른 가게에 가면 돼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저를 보시면 더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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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EJENE HA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Stylist
WOOK
Hair Stylist
Mizangwon by Taehyun
Make-Up
Mizangwon by Tae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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