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패션과 스트리트웨어의 만남’. 2018년의 협업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랄프로렌은 팔라스와 손잡고 협업 역사의 이례적인 한 획을 그었고, 리모와는 오프 화이트와 함께 가장 올바른 사례로서의 협업 아이템을 선보였으며, 버버리와 고샤 루브친스키는 브랜드 역사의 현 주소를 조명하는 컬렉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편 2018년은 매년 이어지는 협업 컬렉션의 풍작이 돋보이는 한 해이기도 했다. 슈프림은 꼼데가르송과, 준야 와타나베는 노스 페이스와 함께 협업 브랜드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조던을 재조명한 신진 브랜드 유니언 로스엔젤레스와 협업 장인 후지와라 히로시의 ‘썬더볼트 프로젝트 BY 프라그먼트 포켓몬’ 역시 캐릭터의 재발굴이라는 면에서 각각 주목을 받았다. 2018년의 경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 협업 10가지를 한 자리에 정리했다.
1. 팔라스 x 폴로 랄프 로렌
랄프 로렌에 대한 존경을 담은 팔라스 설립자들의 ‘러브레터’는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팔라스는 유년기의 기억을 더듬어 완성한 36개의 제품으로 폭 넓은 고객층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이끌었다. “기상천외한 협업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팔라스는 약간의 양념을 치는 정도로 랄프 로렌의 헤리티지를 재구성했다. 결이 다른 두 로고의 만남,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폴로 베어, 패치워크와 자수 등 신선하고 위트있는 디자인이 그 결과다. 둘 덕분에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명목 하에 로고와 그래픽 프린트를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컬렉션에서 얻은 갈증이 단번에 해소됐다.
2. 매튜 M. 윌리엄스 x 나이키
1017 알릭스 9SM의 매튜 윌리엄스는 자신의 미래적인 스타일을 확장하기 위해 2018년 나이키와 손을 잡았다. ‘미래 훈련 유니폼’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의 동작, 열, 땀 등을 연구하여 완성된 협업 컬렉션은 과연 2018년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와 동시에 협업 컬렉션은 온갖 테크웨어가 강세를 보이는 올해의 유행에 어떤 방점을 찍었다. 오직 매튜 윌리엄스만이 펼칠 수 있는 활약. 스포츠웨어의 현 주소를 묻는 그의 나이키 컬렉션을 올해의 협업으로 꼽았다.
3. 프라그먼트 디자인 x 포켓몬 ‘썬더볼트 프로젝트’
후지와라 히로시가 ‘하입페스트‘와 도쿄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썬더볼트 프로젝트 BY 프라그먼트 포켓몬 협업. 피카츄와 라이츄, 뮤 그리고 포켓볼 등 <포켓몬> 그래픽에 프라그먼트 디자인의 시그너처 번개 로고를 더한 회색빛 포켓몬 인형을 선보였다. 후지와라의 손을 거친 어둠의 포켓몬들은 추억과 구매욕을 동시에 자극했다. 포켓몬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향수를 자극했고, 그저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쉐도우 버전으로 카리스마를 더한 캐릭터의 변신은 ‘쿨내’를 풀풀 풍겼으니까. 피카츄 번개와 프라그먼트 디자인 번개의 조우에 패션 애호가들의 심장이 번개를 맞았다.
4. 슈프림 x 꼼데가르송 셔츠
6년째 연애 중. 슈프림과 꼼데가르송 셔츠는 여섯 번째 협업 컬렉션을 내놓았다. 지금 이 시대를 풍미하는 내로라하는 브랜드 중에서 슈프림의 손을 잡지 않은 자, 그 누가 있겠냐마는 다채로운 슈프림 협업 중 최고의 인기는 매년 꼼데가르송 셔츠 합작의 차지다. 두 브랜드의 여섯 번째 협업은 언제나처럼 패션과 아트, 스케이트 세 가지 요소들을 훌륭하게 뒤섞었다. 올해는 나이키 에어 포스 1과 CdG 니트 스웨터가 화제를 모았다. 2012년부터 이어져온 두 브랜드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은 오랜 역사만큼 짙은 상징성이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이 럭셔리 패션계로 점점 더 가까이 진입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그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서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인기, 그리고 상징적 의미. 모든 면에서 슈프림 x 꼼데가르송은 셔츠 협업은 패션 역사의 주요한 순간을 매 순간 다시 쓰는 중이다.
5. 준야 와타나베 맨 x 노스페이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협업을 지속해온 준야 와타나베와 노스페이스. 이들의 2018년 컬래버레이션은 영국 기반의 아웃도어웨어 브랜드 카리모어와의 합작으로 한층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총 두 시즌에 걸쳐 출시한 ‘배낭 재킷‘은 기능성 재킷과 경량의 백팩을 하나에 결합해 진정한 ‘하이브리드’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어서 준야 와타나베가 선보인 노스페이스 ‘돌로마이트 침낭 패딩‘은 말 그대로 패딩 재킷과 캠핑 침낭을 합해 또 하나의 역대급 하이브리드 의류를 탄생시켰다. 에디터는 이들의 다음 협업이 과연 어떤 제품일지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6. 디올 옴므 x 매튜 M. 윌리엄스, 윤, 카우스
루이비통에 버질 아블로가 있다면, 디올에는 킴 존스가 있다. 루이비통에서 디올로 자리를 옮긴 킴 존스는 올해 두 개의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발표하며, 디올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이어갈 적자임을 증명했다. 보는 눈도, 부담도, 말도 많은 첫 컬렉션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천군만마보다 더 듬직한 파트너들이 함께했다. 바로 앰부시의 윤과 1017 ALYX 9SM의 매튜 윌리엄스 그리고 카우스다. 윤과 윌리엄스는 각각 디올 2018 봄, 여름 컬렉션의 쥬얼리와 하드웨어 디테일 디자인을 지원 사격했으며, 카우스는 재해석한 꿀벌 장식과 BFF 인형을 선사했다. 이달 초 선보인 2019 디올 옴므 프리폴 컬렉션은 소라야마 하지메까지 가세. 킴 존스는 그의 레트로-퓨처리즘적인 스타일을 빌려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했다. 킴 존스는 네 명의 파트너와 함께 보여주었다. 버질의 첫 루이비통 컬렉션과 닮고 또 다른 궤도에서,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패션의 이상적인 교집합을. 이토록 클래식하고 우아한 혁신도 있다는 것을. 2018 영국 패션 어워즈의 가장 큰 상인 ‘개척자(Trailblazer)’ 부문의 영광이 그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 그 누가 이견이 있으랴.
7. 오프 화이트 x 리모와
슈프림, 펜디, 이솝, 그리고 올라퍼 엘리아슨. 모두 올 한 해 동안 리모와와 협업을 출시한 쟁쟁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중 단연 리모와의 오프 화이트 컬래버레이션이 하입비스트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바퀴로 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캐리어 러기지뿐만 아니라 백팩으로도 연출할 수 있는 제품. 독특한 투명 외관으로 샤오미 카피까지 탄생시키고 국내에도 발매되는 등 끊임없이 이슈되었다. 작년에는 안티 소셜 소셜 클럽과 프라그먼트 디자인 협업도 선보였던 리모와. 내년에는 과연 누구와 파트너십을 성사시킬까?
8. 고샤 루브친스키 x 버버리
“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옷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산다.” 고샤 루브친스키 역시 클래식에 대한 경의를 표한 디자이너 중 하나. “영국 스타일의 전형인 버버리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고, 현대의 스트리트웨어와 조화를 이뤄 완벽한 스타일을 완성시킨다”라는 그의 말은 1월과 7월에 발매한 두 개의 캡슐 컬렉션으로 증명됐다. 루브친스키가 활용한 주재료는 상징적 체크 패턴. 서로 다른 체크 패턴을 이어 붙여 셔츠를 완성하는가 하면, 커다란 토글 단추와 체크를 더해 오버사이즈 더플 코트를 제작하고 클래식한 로퍼를 자줏빛 체크로 감싸 빈티지한 감성을 구현했다. 참고로 이번 선정은 그의 아동 성추문 사태의 윤리적 평가와 별개로 진행됐다.
9. 몽클레르 지니어스
10. 유니언 로스앤젤레스 x 조던 브랜드
2018년 편집숍에서 돌연 의류 브랜드로 거듭난 유니언 로스앤젤레스는 나이키 조던 브랜드와 손잡고 1990년대의 에어 조던 시리즈를 복원했다. 빈티지 로고가 새겨진 스웨트셔츠와 후디, 티셔츠 그리고 레트로 색상의 에어 조던 1 등, 컬렉션은 과거 발매 당시의 향수를 자극하며 에어 조던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두 쌍의 빈티지 에어 조던 1 시리즈. 유니언 로스앤젤레스의 창고에서 진행된 에어 조던 1 발매 현장은 수많은 조던 및 스포츠 팬들의 회합으로 기록됐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과거의 향수를 훼손했다며 폄하되곤 하는 ‘복각’과 ‘레트로’ 컬렉션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모든 팬들의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 유니언 x 조던 브랜드의 컬렉션은 2018년의 협업으로 기리기에 충분할 것 같다.
출처
HypebeastCreative
Heison Ho이미지 크레딧
Palace, Nike, Hypefest, Supreme, The North Face, Dior, Rimowa, Burberry, Moncler, Un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