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이즘 클럽 x pic 연남동 '쇼룸' 오픈
연남동이 질렸다는 사람, 필독.





“자주 오세요.”
단골에게 가게 주인이 인사를 건네듯 배웅하는 이곳은 ‘쇼룸’. 비주얼 아트 크루 다다이즘 클럽의 세 아티스트와 노상호(네모난), 넷의 도록 같은 공간이다. 독창적인 필름 포트레이트를 선보이는 포토그래퍼 한다솜과 6mm 카메라 렌즈 너머로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비디오그래퍼 오미자, 실용성과 낭만을 합친 스타일을 제시하는 디자이너 최지형(지초이) 그리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수집한 사진들을 재조합해서 드로잉하는 노상호의 작업과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한다.
1층
옷 고르듯 그림을 보는 ‘쇼룸’
전시 공간에 굳이 ‘쇼룸’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재밌다. 힌트는 옷걸이에 그림을 건 디스플레이에. 옷 고르듯 그림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도록 한다솜의 사진과 노상호의 드로잉을 옷걸이에 걸었다. “전시랑은 좀 다른 공간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림이 소비재처럼 보였으면 해서 일부러 가게처럼 작업했죠.”라는 설명처럼 시즌마다 옷이 바뀌듯 그림도 계절마다 바꿔 건다는 콘셉트다. 그런 의미를 담아, 사진과 그림을 구매하면 옷걸이도 함께 제공한다.
누가 전시회 셀카의 정석을 코코마통이라 했는가
통유리 창 사이로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햇살이 비치는 쇼룸에 들어서면 의류 제품들이 가장 먼저 반긴다. 욕심 없이 간결한 디스플레이가 특징. 멀찍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개인 작업과 협업이 서로의 여백이 되어 준다. 특별한 셀카 존을 그냥 지나치지 말 것. 다다이즘 클럽의 작업을 인쇄한 대형 현수막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맞은편의 비디오카메라가 포착한 모습이 오래된 티비 화면으로 송출되는 방식이다. 단순한 셀카가 아니라 실시간 미디어 아트의 일부가 되는 체험에 가깝다. 코코마통 버금가는 셀카의 명소를 예약한다.
다다 x pic 협업 컬렉션
‘쇼룸’ 오픈과 함께 첫 협업 제품도 공개했다. 오미자의 영상을 노상호가 재현한 그림이, 최지형이 디자인한 티셔츠와 스커트로 다시 태어났다. 디자인은 평소 바지 위에 치마를 레이어드하는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작가의 취향을 반영했다. 평소 그녀의 작업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무채색 일색이던 스타일이 이번 협업을 통해 화사한 색감을 취한 변주를 알아채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가격은 티셔츠 5만 8천 원, 랩스커트 25만 원.
예술이 된 래플리카
노상호의 브랜드 pic 의류도 한편을 채웠다. 다른 브랜드의 컬렉션 이미지를 한눈에 훑어 실루엣만 스케치하고 디테일은 자신의 스타일로 장식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지금 전시 중인 하얀색 픽 코트는 작년 요지 야마모토 컬렉션 제품을 타이벡 소재로 제작했다. 작가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한 일종의 래플리카인 셈이다. 날아다니는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 좋아서 앞으로 이 소재로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류 가격은 30만 원대, 에코 백은 4만 9천 원.
2층
작가의 빈티지
2층은 네 작가의 작업물과 각자의 추억이 담긴 각종 세컨 핸드 제품으로 구성했다. 꼼데가르송과 스투시, 라코스테 등 보석 같은 빈티지 의류를 내놨고 VU와 우드 스페이스 브랜드의 새 제품도 소량 입고되어 있다. 작가들의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음반과 도서, 잡지부터 사용하던 타자기와 카메라 등도 새 파트너를 기다린다.
뭐라도 사고 싶다면
새로운 공간에 가면 ‘뭐라도 사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 아닌가. 이곳에서는 적은 돈으로도 ‘지름신’을 달랠 수 있다. 작가들의 작업으로 만든 스티커가 가득한 ‘스티커 뷔페’와 스카프, 핸드폰 케이스 같은 굿즈가 대표적이다. 노상호의 ‘네모난 다운로드 카드(Nemonan downroad card)’는 그림 구매의 개념을 전환했다. 장당 40만 원에 판매 중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원작 대신 디지털 이미지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돈 1만 원이면, 카드 뒤에 적힌 일련번호 입력 후 원본 jpg 파일을 다운로드 구매할 수 있다. 슬라이드 필름으로 제작한 그림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감상하는 섹션은 ‘쇼룸’만의 유머다.
첫 ‘쇼룸’ 이벤트
앞으로 쇼룸에서 다양한 워크숍과 파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오픈 후 첫 이벤트는 3월 31일 토요일에 있을 프리젠테이션. 지초이, 김요한, 우드 스페이스가 각자의 신작을 선보인다. 별도의 인비테이션 레터가 필요하냐고? ‘쇼룸’은 이들의 작업이 궁금한 그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밴드 혁오의 친구들이라는 이미지처럼, 친구의 작업식 드나들 듯 부담 없이 자주.
“작품과 굿즈를 계속해서 넣고 빼고 바꿔 나갈 거예요.
한번 오면 끝이 아니라, 자주 와서 저희 작업을 볼 수 있게 가게 형식으로 운영하려 해요.
그런 매력을 알고 자주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다 픽 쇼룸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9길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