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 & 피티 워모 94 컬렉션 탑 4
2000년대 스타일의 귀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 패션 하우스 타임라인은 2000년대에 다다른 모양이다. 2019 봄, 여름 밀라노 멘즈 컬렉션을 요약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는 ‘미래’, ‘재해석’, ‘색’. 언급한 단어 역시 2000년대 초반의 무수한 컬렉션에 등장했던 주제다. <하입비스트>는 이 세 가지 주제에 가장 잘 요약한 컬렉션을 각각 하나씩 선정했다. 후보에 오른 이름은 후미토 간류, 베드 J.W. 포드, 베르사체, 그리고 크레이그 그린이다. 이제 당신이 이 후보 중에서 다시 하나를 꼽으면 되겠다.
에디터 하예진 – 베드 J.W. 포드
차세대 일본 브랜드 베드 J.W. 포드의 2019 봄, 여름 컬렉션은 ‘Horse rider’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말(馬)에 대한 고서들을 수집해온 디자이너 야마기시 신페이의 아카이빙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이다. 이들이 피티 워모에서 보여준 애티튜드는 한마디로 사토리얼리스트들의 쇼맨십. 대범한 디자인과 그래픽은 물론이고 해짐 처리한 단, 자수, 테일러링 컷 등 사토리얼 소재를 통해 하이엔드 패션 테크닉을 보다 캐주얼한 문법으로 풀어냈다. 이토록 저돌적인 자신감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Invictus’를 브랜드의 슬로건처럼 내건 당돌함부터였다. ‘어떠한 가혹함이 따를지라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
매니징 에디터 이윤정 – 후미토 간류
피티 워모에서 2019 봄, 여름 컬렉션을 선보인 후미토 간류는 꼼데가르송 간류 라인으로 더 널리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지난해 꼼데가르송에서 나온 이후 그의 이름을 딴 개인 브랜드를 론칭한 것. 피티 워모 ‘디자이너 프로젝트’ 런웨이에 데뷔한 컬렉션은 천주교 의상과 스포츠웨어를 절묘하게 섞었다. 오버사이즈 후디를 네오프렌으로 제작하고 수도원에서나 볼 법한 샌들을 미래현대적인 플라스틱 튜브로 만드는 등 간류만의 실험적인 정신이 돋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밝은 원색 지퍼형 재킷과 눈을 깜빡 속는 같은 재킷 모양 가방.
시니어 에디터 장승호 – 베르사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유행의 새로운 결을 선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모든 패션 하우스가 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베르사체는 특유의 과장된 감각을 2000년대 초반의 스트리트 스타일에 더했다. 강렬한 색의 파이선 베스트, 헐렁한 카고 팬츠, 홀로그래픽 셔츠, 색색의 버킷 햇, 그리고 형광 빛의 수트가 그 결과다. 베르사체는 본 컬렉션을 통해 하우스의 전통이 어떻게 트렌드와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돋보일 수 있는지를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지 부스트 시리즈의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가 선보이는 베르사체의 ‘체인 리액션’ 시리즈는 그 고민의 방점과도 같다.
에디터 김수빈 – 크레이그 그린
두 눈을 번뜩이게 한 컬렉션이다. 대담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접근성은 이전보다 높다. 설계도를 연상케 하는 점선 디테일, 총천연색의 충돌과 조화, 로프, 슬릿, 레이어, 스티칭 등의 장치. 특히 추상화적인 패턴을 적용한 피스가 본능적 욕동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다. 크레이그 그린은 언더커버에 이어 나이키의 리액트 엘리먼트 97을 새롭게 정립했다. 구조와 형태를 재설계한 브랜드의 탐험적인 접근 방식은 스니커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