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 아블로 x 이케아 인터뷰 - 둘의 디자인 철학과 궁합
표절 의혹도 언급.
매년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이하 DDD)’ 행사를 통해 차기 컬렉션 프리뷰와 협업 발표회를 개최하는 이케아. 올해도 어김없이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진행한 DDD에서는 무려 10개가 넘는 브랜드의 새로운 라인을 공개했다. 이미 익히 전해진 벤 고햄과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컬래버레이션뿐만 아니라 레고, 아디다스, 올라푸르 엘리아손, 솔랜지 놀스와의 협업도 예고해 큰 화제를 모은 DDD. 이 중 <하입비스트>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산 컬렉션은 단연 버질 아블로의 가구다. 일명 “마르케라드” 컬렉션의 프락타 백과 카펫은 이미 수차례 유출된 바 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의자, 테이블, 데이 베드, 전신 거울 등의 프로토타입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블로는 그의 첫 루이비통 컬렉션 준비에 더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딱 하루 엘름훌트를 방문해 이케아 컬렉션의 최종 디자인 디테일을 마무리했다. <하입비스트>가 그 은밀한 미팅 현장에서 아블로, 그리고 함께 컬렉션을 작업한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헨리크 모스트와 제품 개발자 샌더 스프리를 만나 이야기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 서로의 궁합, 그리고 표절 의혹에 대해.
“WET GRASS”와 영수증 카펫, “DISTORTION” 거울은 여기 처음 공개된 제품들이다. 이전에 유출된 빨간색 “BLUE” 카펫보다는 한층 더 깊은 의미가 있는 듯한데.
아블로(V): 내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더블 미닝(double meaning)이 있다. 내 디자인 철학은 ‘tourist’와 ‘purist’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가구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패션에 목숨을 거는가 하면, 어떤 이는 단순하게 즐길 뿐이다. 난 두 가지 유형 모두를 위해 디자인한다. 제품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도 매력적이지만, 내면의 의미도 있어야 한다. 따옴표를 쓰는 건 내가 ‘관습’, ‘ 컨벤션’에 던지는 도전이다. “의자”는 과연 무엇인가? “카펫”, “침대”는? 따옴표는 보는 이에게 질문을 유도한다. 카펫은 그저 카펫에 불과한가? 가방은 조각이 될 수 없나?
모스트(M): 버질은 벽에 예술 작품으로도 걸 수 있는 카펫을 만들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영수증 카펫에는 실제 판매가를 새겼는데, 이런 식으로 작은 유머를 삽입하는 건 전형적인 그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케아는 당신의 디자인 철학과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V: 이케아는 홈 퍼니싱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나와 협업하는 브랜드는 모두 핵심 가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이케아 역시 그렇다. 내가 디자이너로서 가진 임무는 그 역사를 현대 문화와 결합하고 오늘날의 청년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 나는 이케아의 디자인 과정뿐만 아니라 생산, 배송하는 과정에서도 무언갈 배울 수 있었다. 이케아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준다. 그게 바로 참된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V: 우리가 인류로서 지구를 더 풍족하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와도 같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보다 더 많은 이에게 닿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량생산 때문에 타협해야 했던 디자인은 없었나?
M: 버질은 처음부터 원하는 바가 뚜렸하지만, 대량생산의 조건에 맞추는 것에 오픈마인드를 가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컬렉션을 만들 수도 없었겠지. ‘원오프’, ‘유니크’한 의자를 만드는 건 쉽지만, 그 프로토타입을 산업적으로 제작하는 건 또 다른 챌린지다. 버질은 이케아의 생산 과정에 대해 배울 준비와 유연한 마음가짐,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스프리(S): 이 컬렉션은 아직 개발 단계인 프로토타입들이다. 버질은 이케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대면하는 제한과는 무관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져온다. 그래서 그와 작업하는 건 아주 흥미롭다. 마르케라드 테이블의 경우 버질은 꼭 둥근 모서리여야 한다고 고집하는데, 우리는 이걸 어떻게 실제로 생산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V: 내 머릿속에 의자를 디자인하고 원하는 소재를 찾는다고 해서 그걸 무작정 만들 수는 없다. 결국 바꿔야 하는 디자인은 있었지만, 타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테이블과 의자, 데이 베드는 아주 심플한 피스들이다. 오리지널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V: 어느 사물의 유래를 알아보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항상 하는 말인데, 문의 손잡이는 부러지기 전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손잡이의 모양이나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샀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8년간 건축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인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게 이 컬렉션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마르케라드 의자는 19세기 아미쉬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인데, 사람들이 이걸 보고 리서치하게 되는 게 정말 좋다. 그게 내가 바라는 바였으니까. 19세기 의자지만, 내가 스토퍼로 2018년적인 요소를 더한 것이다. 플레이보이 카르티 앨범을 즐겨 들으며 내 나이키 협업 운동화를 리셀가에 사는 친구가 19세기 아미쉬 나무 의자에 대해 배우는 것. 그 대화를 <하입비스트>와 같은 플랫폼에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