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은 이따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상한 물건들을 내놓는다. 빨간 슈프림 딱지가 붙은 자동차, 젓가락, 공, 라이터, 자전거, 계산기 등의 오만가지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슈프림이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인지 현대미술 프로젝트 그룹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 식기나 장난감 같은 물건들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아래 열거한 제품들은 대번 물음표가 앞선다. 제작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슈프림의 이상한 물건 10개를 꼽았다. 10위부터 1위까지.
스티커조차 몇 만 원에 팔리는 슈프림이니 스탬프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 여기저기 찍고 다니면 모두 ‘슈프림’이 될 테니까. 하지만 이건 슈프림 로고를 찍을 수 있는 스탬프가 아니다. 포켓볼 공 모양의 프린트에는 ‘DON’T ASK ME 4 SHIT’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의도를 묻지 말라는 슈프림의 경고처럼 들린다.
영화 <스카페이스>협업 컬렉션. 물병을 든 고대 로마풍의 여인들이 ‘THE WORLD IS YOURS’라고 쓰여진 지구본 형상을 들고 있는 조명이다. 슈프림이 아니었다면, 빈티지 소품 매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을 법한 디자인. 슈프림 로고조차 아주 작게 찍혀져 있다. 그런데 이걸 사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8위 – 절단기(2016 봄, 여름)
자전거 전문털이범이 아니고서야 살면서 절단기가 필요한 순간이 몇 번이나 찾아올까? 절단기를 들고 으쓱대며 멋을 부려야 할 상황의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에 가까운 사용빈도를 지닌, 놀라운 물건이다. 슈프림은 문이 잠긴 곳에서의 스케이팅을 위해 특별히 절단기를 만들었다고 용도에 대해 말했다. 범죄 조장을 위해 만들어진 진짜로 놀라운 물건이다.
액세서리일까? 혹은 응급 상황을 위한 무기일까? 그도 아니면 장식품일까? 여러모로 용도를 따져봤지만, 어디에도 부적절하다. 정 손도끼를 출시하고 싶었다면 <배틀그라운드>와의 협업 스킨 쪽을 생각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6위 – 소화기(2011 가을, 겨울)
실제 화재가 발생한다면 이 소화기를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일촉즉발의 상황, ‘아깝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소화기는 과연 용도에 걸맞은 걸까? 마르셀 뒤샹의 ‘변기’가 떠오르는 슈프림의 소화기는, 재미있게도 발매 1분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부디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기를.
5위 – 에어 혼(2015 봄, 여름)
에어혼은 스포츠 경기 응원 혹은 호신용으로 주로 쓰인다. 역시 두 상황 다 슈프림이 필요할지는 의문이지만 발매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한 아이템이다. 산소 깡통 스프레이는 무려 소모품이다.
4위 – 벽돌(2016 가을, 겨울)
2016년 가을 겨울 시즌, 약 5만 원 가량에 출시된 슈프림의 그 유명한 벽돌이다. 이 용도 불명의 벽돌은 발매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2년이 지난 현재 중고 시장에서 약 80만 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쓸모없음에 관해서라면 단연 최고의 물건이지만, 너무 유명해진 바 4위로 선정했다.
3위 – 멜로디언(2018 가을, 겨울)
빨간 로고를 박은 악기가 한 번쯤은 나올때가 됐다. 멜로디언은 기타, 하모니카 외 슈프림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악기다. 글쎄, 다 큰 어른이 이 살면서 멜로디언을 사용하게 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초등학생 자녀를 위한 ‘인싸템’으로는 더할나위 없어 보이지만…
진작에 나왔어야 할 작업용 목장갑이 2018년에야 비로소 출시됐다. 놀랄 것도 없이 슈프림의 망치, 절단기, 도끼, 벽돌 등과 함께 사용하면 안성 맞춤이겠다. 남녀불문 땀흘리며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가장 섹시하다고 했다. 거기에 반짝이는 슈프림 로고라니, 더할 나위가 없겠다.
1위 – 음주 측정기(2018 봄, 여름)
슈프림은 교통경찰의 아성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건전한 음주 교통 문화 확립 캠페인일까? 슈프림은 급기야 스스로 혈중 알콜 농도를 점검할 수 있는 휴대용 음주 측정기를 내놓았다. 물론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해 선보인 제품이라는 것 쯤은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자가 음주 진단이 필요할 정도의 상태라면 스케이트든 뭐든 타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