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시즌 2 – Ep.2 토리소바 라멘

최상의 면발을 위한 미각 계시록.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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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태도를 비꼬며 ‘면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지만, 면 애호가들에게 ‘어떻게 먹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이들에게 면에 대한 신조는 아집이 아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면을 최상의 상태로 즐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식과 소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면식가들의 고집에 대한 시선을 바꿔보자. 먹는 순서와 방법, 익힘 정도, 그리고 면을 추가하는 시점까지. 나만의 면 철학이 확고할수록 맛은 더 즐거워질 테니까. 아는 척하기 바쁜 면 꼰대들의 일장 연설이 아닌, 만든 이의 의도대로 맛있는 면을 즐기기 위한 제대로 된 가이드와 함께라면 말이다.

하나모코시는 후쿠오카의 유명 라면 명가의 한국 분점. 면 요리로는 이례적으로 미슐랭에 소개된 맛집이다. 올해 초 소리 소문 없이 한국에 직진출 했는데, 당시 가오픈 상태임에도 전국 면식가들이 풍문을 따라 찾아들었다.

“여긴 프랜차이즈가 아니야. 일본에서 직진출 한 집이라 본점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최자도 ‘면 변태’들의 제보를 받고 달려온 라멘 애호가 중 한 명이다. 첫 방문에 두 그릇을 뚝딱 비우고 밥까지 말아먹고 간 뒤, 이집 전도사가 됐다. 열정도의 쌩뚱맞은 골목 한편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이곳을 찾아오는 건 미로 찾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보물 찾기 하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열정만으로도 이집 맛의 수준이 가늠이 된다.

최자로드 시즌 2 Ep.2 토리소바 라멘 일본라면 하나모코시

“찾아오기 힘든 만큼 맛으로 보상해주는 식당이야. 보물 상자처럼 숨겨져 있는 집이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셰프 두 명이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본점의 맛과 뜻을 계승하여, 스승과 같은 맛을 전파할 수 있는 수련자에게 분점을 차려주는 ‘노렌와케’다. 일본에서 오래 점장으로 일하던 셰프가 소림사를 방불케 하는 수련을 끝마치고 직접 한국으로 왔다.이는 맛은 어느 정도 보장 한다는 의미. 셰프들이 기본적인 한국어밖에 못 하기 때문에, 어딘가 일본 여행을 온 것 같은 묘한 분위기도 매력이다.

“일본에 가서 바디랭귀지를 써가며 음식을 주문하는 기분으로 라멘을 먹을 수 있어.”

오늘 최자와 함께할 파티원은 그의 친구이자 <하입비스트>의 브랜드 매니저인 ‘맹’. 열 끼를 모두 면으로 먹어도 물리지 않을 정도로 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면 변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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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닭 국물 베이스가 유명한 집이거든. 토리 소바와 마제멘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으로 토리 소바를 먼저 먹어보길 권해.”

토리 소바 등장. 라멘이 나오자 사진부터 찍는 최자를 보고 ‘맹’이 기함했다. “면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여줘야지. 여기 셰프들이 항상 안절부절못하셔. 사진 찍는 동안 면이 다 분다고. 그래서 본인들도 라멘을 무조건 2분 내에 드신대.”

어떻게 먹느냐는 자유 아닌가? 그래도 잘 먹는 법은 따로 있다. 만든이의 의도대로 먹어야 최상의 라멘을 즐길 수 있는 법. 하나모코시의 일본인 셰프들이 한국 사람들이 라멘먹을 때 유념해 줬으면 하는 팁을 소개했다.

최자로드 시즌 2 Ep.2 토리소바 라멘 일본라면 하나모코시

라멘의 타베가타
하나모코시 셰프가 말하는 라멘을 맛있게 먹는 방법

셰프의 바람은 딱 한가지. 면이 불기 전에, 정성껏 만든 이의 의도한 그 맛 그대로, 최상의 라멘을 즐겨줄 것. 그러려면 라멘 앞에서 허용되는 행동과 금지되는 행동을 먼저 숙지하자. 하나모코시의 일본인 셰프가 라멘 먹을 때 유념했으면 하는 팁을 소개했다.

1. 사진 찍는 것에 면의 골든 타임을 허비하지 말 것.

이집 면의 두께는 무려 0.7mm. 사진 찍는 데 몰두하는 동안 면은 이미 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특별한 이집 면이 일반적인 면이 되어 맛을 잃는다면, 인스타 사진이 무슨 소용이랴.

2. 면을 먼저 먹을 것. 국물은 도울 뿐이다.

“한국 분들은 국물을 좋아해서 라멘이 나오자마자 국물을 세네 번 먼저 맛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면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국물은 도울 뿐, 면이 나오면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면을 쳐주세요’. 사진도 찍지 마시고요.

3. 렝게(라멘 수저)를 사용하지 말 것.

“면을 수저 위에 올려 돌돌 말아 먹지 말고 후루룩 마셔주세요. 렝게를 사용하면 면이 가진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없습니다. 일본에는 아예 렝게가 없는 집도 많거든요.”

4. 소리 내며 먹으면 더 맛있다.

“소리를 내며 면을 빠르게 흡입해주세요. 그러면 국물이 알맞은 밸런스로 따라 넘어올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예의가 아닐지 모르지만, 소리 내서 면을 빨아들이는 것이 국물과 면이 잘 어우러지게 먹는 법입니다.”

5. 카에타마(면 추가) 주문은 반드시 면을 다 먹기 전에

“면 추가 주문은 면을 다 먹기 전에 미리 해주세요. 맛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요. 단, 다음 면을 위해 국물은 조금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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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라멘은 다시 배가 고파지는 맛이야. 얼마간의 배부름을 한숨에 날려버려.”

최자처럼 한 그릇으로 부족한 면식가를 위한 팁. 면을 추가할 거라면 맛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면은 미리 추가하자. “3분의 2 정도 먹었을 때 “카에타마! 면 추가요” 이렇게 외쳐야 해. 흐름이 끊기면 안되니까.” 면 변태 ‘맹’의 팁이다.

“여기는 내 기준에서, 한국에서 진짜 라멘같은 라멘을 만드는 몇 안되는 집이야.”

진짜 라멘? 한국에도 좋은 라면집은 많지만, 한국화된 맛이라 일본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음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자의 기준에서 진짜 라멘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면이다.

“쫄깃함 이상의 씹는 맛. 씹는 느낌이 살아 있어야 면다운 면이라고 생각해. 물론 국수나 파스타처럼 밀로 만든 다른 면도 많지만, 그런 것들과는 다른 쫀득함이 있어. 일본 현지에서도 못하는 집은 그런 맛이 안나.”

“이집 면은 0.7mm야. 한국에서 가장 얇아.”

이 집 면의 특별함은 얇기부터 시작된다. 0.7mm 두께의 면을 매일 자가 제면한다. 면의 씹는 식감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바리카타’로 주문할 것. 파스타의 알단테처럼라는 꼬들한 상태로 삶은 면을 맛볼 수 있다. 딱딱하고 밀가루 맛 나는 면이라니. 한국 사람들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일본에서는 돈코츠 라멘 맛의 관건은 ‘바리카타’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끓는 물에 10초 정도 담갔다가 완전히 딱딱한 질감으로 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 ‘바타카타’ 마니아인 면 변태 ‘맹’이 딱딱한 면에 대한 오명을 설명했다. “바리카타데 오네가이시마스(면은 바리카타로 주세요)”를 외치며.

“한국 정서로는 면을 씹었을 때 밀가루 맛이나 가루가 느껴지면 덜 익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데 면의 익은 정도도 취향이잖아. 고기랑 비슷한 셈이지.”

“면의 씹는 맛을 보기 시작하면 또 라면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야.”

최자로드 시즌 2 Ep.2 토리소바 라멘 일본라면 하나모코시

이 집은 걸쭉한 닭 육수 맛이 특징이다. 닭 국물과 다시마 육수, 해산물을 넣고 오래도록 끓여낸 깊은 국물에 면의 전분이 더해져 걸쭉한 점성의 국물이 완성된다. 보리새우가 기분 좋게 씹히는 맛도 일품. 맛도 맛이지만 먹음직스러운 국물 색을 내는 비결이다.

“니타케노코(삶은 죽순)와 니타마고(삶은 달걀)를 함께 먹으면 염분의 정도가 딱 알맞아진대. 여기 육수는 간장만으로 살짝 간을 하는데,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져 목으로 넘어갈 때 최적의 맛이 완성되지.”

“한국 사람은 매운 맛, 일본 사람은 짠맛”

“한국 사람들이 매운 걸 먹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일본 사람들은 짠맛이 주는 쾌감을 즐기지 않나 싶어. 맛을 넘어서 어떤 고조되는 기분.”

특별한 물을 사용하는 레시피도 국물 맛에 한몫한다. 최상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오직 연수로만 육수를 끓인다. 800만원에 달하는 연수기는 얼마나 물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증거. 과연 물부터 다른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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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물부터 달라.”

“고기 육수와 감칠맛을 내는 다시마 육수를 섞어야 육수가 완성돼. 육고기 육수를 낼 때는 경수가 알맞지만, 다시마 육수는 절대적으로 연수로 만들어야 맛있대. 한국의 수돗물은 경수라서 다시를 낼 때는 연수기를 사용하는 거지. 작은 디테일의 차이들이 모여서 맛의 큰 변화를 만드는 것 같아.”

그런데 맛의 비법을 담은 이런 고급 팁은 영업 기밀 아닌가? 셰프의 입장은 오히려 반대다. 다른 가게들도 더 맛있는 육수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라면 가게들도 제발 연수를 잘 활용하여 최상의 라면 맛을 내주세요.”

최자로드 시즌 2 Ep.2 토리소바 라멘 일본라면 하나모코시

이 집 라멘은 닭 육수를 쓰는 토리 라멘이지만, 시오와 쇼유, 돈코츠, 미소 등 육수에 따라 라멘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이토록 다양한 라멘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라멘 맛을 찾아 나서는 것이 면식가들의 낙일 테다. 재밌는 사실은 하나모코시의 셰프들에 따르면 이 여정이 평양냉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라면 집을 세 번 정도 가보면 내가 좋아하는 집인지 알 수 있지요.”

평양냉면도 처음 먹을 때는 밍밍하게 느껴지지만, 세 번 이상 먹어보면 비로소 슴슴한 맛의 마력을 깨닫는다는 말이 있듯이. 하지만 많고 많은 라면 중에 이 집 셰프들 선택은 남다르다.

“저는 집에 가서 신라면 먹을 겁니다.”

하나모코시
서울 용산구 백범로87길 50-1

<최자로드> 시즌 1 다시 보기

프롤로그
Ep.1 을지로 푸아그라
번외편 최자의 집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Ep.5 닭한마리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연말특집 – 낮 편
연말특집 – 밤 편

<최자로드> 시즌 2 다시 보기

Ep.1 을지로 닭무침과 막국수

#믿고먹는 #최자로드
<최자로드> 시즌 2는 <하입비스트>와 tvN ‘흥베이커리’가 함께합니다.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기사는 격주 화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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