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시즌 2 – Ep.3 한우 오마카세

“샴페인과 소고기 페어링은 완벽해. 한번 빠지면 미친다니까.”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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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DJ를 판단하는 기준은 코스요리에도 적용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을 고조하는 호흡과 적절한 순간에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지는 완급조절 능력에 따라 그 날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코스 요리는 개별 요리 하나하나도 작품이지만, 어떤 음식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는 어떤 맛으로 이어지는 순서와 짜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지.

“영화도 잘생긴 배우로 좋은 그림을 찍는다고 다가 아니잖아. 풀어줄 때 풀어주고 갈등 구조도 있어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중간중간 산뜻한 맛이 있으면 다음엔 더 센 게 나온다든지 완급조절을 잘하는 게 좋은 코스야.”

“여러 명의 돼지들이 함께 먹는 것도 행복이거든. 음식에 관해 얘기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맛있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오늘은 ‘돼장’ 최자가 아주 특별한 한우 오마카세 코스요리를 먹기 위해 친구들을 소환하는 날이다. ’돼지’들에게 거드는 입은 다다익선. 여럿이서 먹을수록 더 맛있다는 최자의 지론에 따라, ‘성공한 미식 덕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로수길에서 한식 주점 ‘춘식당’을 운영하는 춘식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 ‘언노운다이너’의 대표인 DJ 판다,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배운 돼지’ 망고까지, 모두 음식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직업으로까지 이어진 ’성돼’들이다.

“나한테 돼지는 물리적으로 큰 사람이 아니라,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야. 오늘도 음식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직업까지 간 친구들을 모았어.”

성공한 돼지들이 향한 곳은 프라이빗 오픈 그릴 레스토랑 ‘모퉁이우 ripe’. 1인당 코스 가격이 25만 원으로 만만하지 않지만, 최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 오마카세를 만날 수 있는 식당으로 손꼽는 곳이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서 최소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겨우 올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곳은 가게의 인테리어부터 압도한다. 마치 <킹스맨> 양복점의 비밀 기지로 입장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입구의 위엄. 손님의 개인 지문으로 작동하는 비밀 금고 같은 문이 열리자 “마블 스튜디오 온 것 같아”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과연 두바이에도 없을 것 같은 ‘업스케일’ 고깃집이다.

“고기를 기다리는 건 힘들지만, 먹으면 기분 좋아서 진통제가 돼.”

“이 집은 고기 자체도 좋은데 여러 가지 스타일로 먹을 수 있잖아. 날로 먹고, 구워 먹고, 가츠 샌드 만들어 먹고 국수에 말아 먹고. 이런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희라고 생각해. 죽기 전까지, 마지막 그날까지 즐기고 싶어. 너무 행복하지 않냐?”

첫 번째 요리: 육회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코스는 기름이 없는 부위에서 기름이 많은 부위로 서브된다. 볏짚으로 수분을 보존한 무농약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해치우자 마침내 고기가 등장했다. 첫 요리는 홍두깨살로 만든 육회다. 한국식으로 설탕, 소금, 마늘로만 간 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했다. 배의 사각사각함이 육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두 번째 요리: 안심 & 등심 구이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두껍게 썰어낸 안심과 등심. 겉은 크러스트하고 안은 촉촉하게, 겉과 속을 똑같이 익히는 것이 포인트다. 직원들이 배우는 데에만 1~2년이 걸리는 이 집만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맛.

“이렇게 두껍게 썰어서 굽는 게 한우가 가진 고기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그리고 한우는 소금만 찍어 먹어도 감칠맛이 느껴지잖아. 기름도 적당하고 씹는 맛도 일품이고 혀 끝에 걸리는 감칠맛도 있고. 일본 소나 미국 소에 없는 한우 특유의 맛이 있어. 바로 이거야.”

이 집은 소금 자체도 특별하다. 소금으로 치면 인간계에서 제일 좋은 ‘플뢰르 드 셀’을 손님 상에 낸다.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소금계에서 신에 가장 근접한 소금이다.

“이 소금은 메시, 호나우두 급은 아니고 소금계의 팔카오야.”

굳이 신급이 아닌 인간계 최상의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 집의 모토는 최고의 재료보다는 꾸준하게 최상의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니까. “‘우리 가게는 대단해, 넘버원이야’ 이런 것보다는 꾸준하게 최상의 좋은 재료를 골라서 요리하는 것 같다”는 것이 이 식당에 대한 춘식의 인상.

“물론 하와이안 화산 블랙 소금 같은 최고급 소금도 있겠지만, 100g에 8만 원씩 하는 그런 제품은 소금에 고기를 얹어 먹는 거지. 소금을 먹는데 고기 토핑을 추가해 먹는 셈이니까.”

세 번째 요리: 채끝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채끝에 윈터 블랙 트러플을 곁들인 요리다. 향이 강한 트러플이 더해졌음에도 고기 맛을 방해하지 않고 매력적인 시너지를 이룬다.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어도 좋다.

“이 식당 고기의 꽃은 채끝이야. 여기서 거의 정점을 찍는다고 봐.”

오랜 궁금증 하나. 왜 한우는 맛잇을까? 고기 자체에서 사람이 맛있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지방의 올레인산 때문인데, 한우 품종이 기본적으로 그런 맛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분석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고기는 냄새부터 다르는게 모퉁이우 ripe 대표의 팁이다.

“‘아, 이건 대박이겠다’ 싶은 고기는 구울 때부터 설탕 타는 단내랑 프렌치프라이 튀길 때 나는 냄새가 나.”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이번 요리는 일본식 즉석 볏짚구이. 그릇 크기에 맞추어 뚜껑과 높이를 직접 디자인한 훈연기를 사용해 1년 묵힌 볏짚으로 훈연 향을 입힌다.

볏짚의 열이 생각보다 꽤 센데, 고기가 질겨지지는 않을까? 셰프가 자부심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고기를 잘 숙성시키면 웰던일 때가 제일 고소하고 맛있다는 것.

“내가 숙성시킨 고기는 많이 익을수록 부드러워져.”

네 번째 요리: 토마호크 스테이크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손도끼 모양의 토마호크.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돌도끼인 ‘토마호크’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소의 갈비와 등심 부위를 갈비뼈를 따라 길게 정형한 부위다. 일명 망치 스테이크로도 불린다. 이 집은 아르헨티나 식으로 숯 위에다 바로 고기를 얹어 굽는다.

“새우 살이 있는 전체 등심 중에서도 밑의 등심 갈빗살이야. 여기 뼈를 다 붙여놓은 이유도 따로 있어. 100%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뼈와 함께 숙성된 고기가 더 맛있거든.”

그릴을 살짝 올리긴 했어도 거의 불 위에서 굽는 직화구이. 참숯으로 구워 향을 입히지 않고, 고기 본연의 향을 내는 비장탄으로 굽는다. 그냥 스타일의 차이이기 때문에 꼭 어떤 숯이 좋다고 말할 수 는 없다.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내는 것이 이 집 스타일이다.

“뼈에 붙어 있는 살이 주는 매력이 따로 있어.”

다섯 번째 요리: 가츠산도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빵의 바삭바삭함과 탄수화물 맛이 기분을 좋게 해. 씹기 시작할 때부터 그 맛이 목으로 넘어오면서 기분이 좋아지다가 마지막에 육즙이 쭉쭉 나와 환상적이야. 마지막까지도 식감이 안 질길 정도로 알맞게 익힌 게 신의 한 수야. 한입에 다 넣는 게 제일 맛있어.”

식빵의 촉촉한 식감과 수제 트러플 마요네즈의 고소함 그리고 육즙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가츠샌드. 그 맛을 표현할 길이 없는지, 돼지들의 소리 없는 박수갈채만 계속되었다.

“이 요리는 좀 화나. 하나 더 먹고 싶은데 없어서 엄청 약 올리는 느낌이야.”

여섯 번째 요리: 샤브샤브와 불고기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우족과 사골을 넣고 끓인 걸쭉한 콜라겐 국물에 고기랑 배추랑 버섯을 샤브샤브처럼 데쳐먹는다. 도정한지 얼마 안 된 히토메고레 쌀을 고온에서 단시간에 쪄낸 고두밥과 불고기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 집 한우 오마카세의 매력은 부처(Butcher)인 대표와 스와니예 출신의 김호윤 셰프의 컬레버레이션. 전문가의 솜씨로 구운 가장 맛있는 상태의 고기와 셰프의 요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기만 계속 먹으면 단조롭거나 질릴 텐데, 중간중간에 나오는 요리들이 궁합을 잡아주니까 다음 요리를 더 기대하게 돼. 이 조합이 너무 좋아.”

“직구 한 두 번 던지다가 변화구 한번 딱 던지는 그런 느낌?”
- 춘식

샴페인 x 소고기

보통 소고기에는 레드 와인을 페어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늘 최자는 샴페인을 페어링했다. 돼지 특집에 걸맞게 파티 때 먹는 어린 샴페인이 아닌 귀한 빈티지 샴페인을 꺼냈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상파뉴 르클레 브리앙(Champagne Leclerc Briant)’ 1980년 산이다.

“조금 잘 숙성돼있는 샴페인이랑 소고기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샴페인과 소고기 페어링은 완벽해. 한번 빠지면 미친다니까.”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내 기준에 한우는 이 집이 대한민국 최고야.”

최자가 이 집을 최고로 손꼽는 이유는 ‘QC’, 퀄리티 컨트롤에 있다. 소고기는 암소를 최고로 꼽지만, 오히려 이 집은 암소만 쓰지 않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꾸준히 평균이 높은 거세우도 많이 사용한다. 최고의 재료를 못 써서가 아니라, 언제나 같은 수준의 항상성이 있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고기는 재료 싸움인데,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거야.”

“암소가 맛의 절대치로는 최고야. 하지만 기복이 심해. 이 집 스펙에서 정말 맛있는 암소는 왜냐면 한 달에 한 마리 나올까 말까 하거든. 반면 거세우 맛은 이 이상은 더 올라갈 수 없지만, 맛이 평균적이거든. 그래서 이 집은 암소도 쓰지만 사실 거세우도 많이 써. 언제든 비슷한 맛을 낸다는 의미지. 비슷한 재료를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도 능력이지.”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판다: 제대로 된 한식 다이닝을 먹고 싶어 하는 외국인 친구들한테 한국 소고기를 제대로 맛보게 해줄수 있는 식당이 생긴 것 같아. 사실 지금까지는 한식을 이렇게 ‘업스케일’로 풀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었거든. 호텔 한식당이나 청담동의 그릴 고깃집 빼고는 별다른 옵션이 없었는데, 오마카세 형식으로 외국인들에게 소개해도 놀랄만한 레스토랑이 생겨서 좋아. 디테일도 멋지고 스케일도 크고, 여러 가지 내세울 만한 것들이 많은 멋진 식당이야.

최자: 그래서 가끔은 좀 무리를 해서라도 올 만한 것 같아. 각자 인생의 목표들이 다르지만, 돼지들한테는 ‘언젠가 내가 저 식당에서 먹어볼 거야’라는 목표가 있잖아. 이 집은 이런 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한번 보고 나면 잊을 수 없는 게 있잖아. 그런 걸 이미 봐 버린 느낌의 맛이야.”

춘식: 가격이나 시간을 투자했을 때, 만족할 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해. 특별한 날이나 좋은 음식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꼭 한 번쯤 와보면 좋을 것 같아.

망고: 맞아. 더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랄까.

최자로드 시즌 2 ep.3 한우 오마카세 소고기 코스 모퉁이우 ripe

모퉁이우 ripe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96길 26

<최자로드> 시즌 1 다시 보기

프롤로그
Ep.1 을지로 푸아그라
번외편 최자의 집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Ep.5 닭한마리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연말특집 – 낮 편
연말특집 – 밤 편

<최자로드> 시즌 2 다시 보기

Ep.1 을지로 닭무침과 막국수
Ep.2 토리소바 라멘

#믿고먹는 #최자로드
<최자로드> 시즌 2는 <하입비스트>와 tvN ‘흥베이커리’가 함께합니다.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기사는 격주 화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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