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CO 인터뷰 - 지코와 우지호, 때때로 지아코

“신보다 높은 게 있다면 거기까지 달려가고 싶다.”

음악 
31,214 Hypes

지코에게 물어봤다. 멋진 것을 정의하는 자신만의 언어가 있냐고. ‘힙스터’라는 말도 낯간지럽거니와 “신보다 높은 게 있다면 거기까지 달려가고 싶다”는 뮤지션 앞에서 ‘힙’하다는 수식은 어쩐지 너절했으니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코는 늘 ‘찢는다’. 지난 8월 11~12일 양일간 열린 첫 번째 솔로 콘서트에서도 그랬고, 9월부터 시작하는 월드 투어에서도 그럴 거다.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8/11
서울

8월에 성료한 첫 번째 솔로 콘서트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이어나간다. <King of the Zungle> 공연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면?

콘서트 둘째 날 싸이 형이 게스트로 와주셨다. ‘챔피언’을 부르는데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 “큰일났다. 이걸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와중에 다음 곡으로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는 거다. 싸이 형이 나한테 큰 과제를 주시는구나 싶었다. 한석봉 느낌으로.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그래서 어떤 곡으로 받았나?

‘유레카’. 다행히 잘 넘어갔다. 심지어 첫날 게스트도 아이유였다. 사실 내가 다른 뮤지션 공연의 게스트로 참여할 때는 절대 분위기를 죽이지 않고 ‘텐션’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콘서트가 되니까 얘기가 달라지더라.

9/1~2
일본 도쿄

솔로 월드 투어의 시작을 도쿄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경험의 영향이라든지.

일본은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첫 번째가 될지는 몰랐다. 일본은 지코가 처음 랩을 시작한 곳이다. 유학생 지코가 뮤지션 지코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도시라고 해야하나.

일본 유학생 시절의 지코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옷과 스트릿브랜드, 만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음악을 들었는데, 흥얼거리는 데 재미를 느끼다가 미술보다 음악이 좋아졌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면 주말 정기 공연에 참여하면서 취미로 하다가 주객이 전도가 됐다.

9/26
스페인 마드리드

마드리드는 첫 방문인데. 이쪽 팬덤은 어떤가.

열정적이다. 스페인에서 블락비가 공연한 적 있는데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과연 내가 팀이 아닌 솔로로도 그때와 같은 열기와 환호를 받을 수 있을지, 또 어떤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데, 바빠서 축구 경기 관람까지는 힘들겠지?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9/28
영국 런던

<쇼미더머니 6> 당시 국내에서 다소 생소하던 영국 장르인 그라임을 시도했었다. 소화하는 음악 스펙트럼이 넓은데, 요즘 새로이 눈여겨보고 있는 장르가 있나?

최신 트렌드를 먼저 디깅하는 좋아했는데 요즘은 다르다. 오히려 옛날 음악을 들으면 신선하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살아 있지 않던 때의 음악을 듣는 감회가 남다르더라. 최근에는 한국의 90년대 초반 음악을 많이 듣는다. 김광석, 조덕배, 조하문, 장필순 같은.

그러게. 남들보다 새로운 노래를 많이 알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사실 작년까지도 그랬지만 음악을 너무 학습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매일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좋아요’ 한 사람, 사람이 ’좋아요’ 한 아티스트를 ’디깅’했었지. 그렇게 라이브러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는데, 이미 세상에 좋은 음악이 너무 많이 나와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 지코의 플레이 리스트는?

넷플릭스 영드 <빌어먹을 세상 따위> 나오는 음악이 미쳤더라. OST 수록곡 중에 엄청 괜찮은 곡이 많다. 장난 아니다.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9/30
독일 베를린

베를린 하면 힙스터들의 도시가 아닌가. ‘힙스터’ ‘힙하다’ 외에 멋짐을 정의할 수 있는 지코만의 언어가 있다면?

“찢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가령 다수의 래퍼가 참여한 트랙에서 누가 특별히 좀 잘했다고 하면 “누가 찢었네” 하고.

10/3
폴란드 바르샤바

2015년 블락비의 첫 유럽 투어 당시 방문했던 4개 도시 중 하나다. 블락비가 아이돌이라면, 지코는 힙합 장르에 좀 더 가까운 음악을 한다. 세계 시장에서 아이돌 음악과 한국 힙합을 받아들일 때의 반응에 어떤 차이점이 있나?

아직은 그런 체감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체험해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하다. 블락비로 갔을 때와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고, 솔로인 지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10/6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더치페이의 유래인 ‘Dutch Treat’는 원래 네덜란드의 ‘한턱 쏘는 문화’를 뜻한다고 한다. 지코가 한턱 내고 싶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톰 미쉬(Tom Misch). 한 번이라도 얘기하고 싶다. ‘음악을 너무 잘해요, 당신은’ 이라고.

만약 정말 협업할 수 있다면,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가.

그분이 만든 트랙 위에 랩 메이킹을 하고 싶다. 나만을 위한 새로운 트랙이면 좋겠지.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10/7
러시아 모스크바

지난 월드컵 개최지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계/인간계’라는 재밌는 비유가 있는데, 인간계 정상 팔카오와 신계 호날두 중 어떤 타입을 좋아하나?

기왕이면 높은 게 좋지 않을까.

각각의 매력이 다르니 꼭 신계가 인간계보다 좋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뮤지션 지코는 어느 쪽이고 싶나.

지코라는 자아로는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멋있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만약 신보다 높은 게 있다면 거기까지 달려갈 수 있을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은 우지호일 때 충분히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션의 성장이 인간계에서 신계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최근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단독 콘서트가 가장 큰 기점이었다. 처음 해보는 거고, 세트 리스트도 많고, 랩과 노래, 춤 등 다양한 섹션을 소화해야 했으니까. 내가 이걸 과연 2시간 10분 동안 다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목도 안 쉬고 멀쩡하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뭐.

근데 또 걱정을 안 했으면 그렇게 못 했을 거다. 늘 어떤 한계점에 자신을 몰아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 극복하고 그 상황을 즐기게 되더라고. 운동이랑 비슷하다. 웨이트할 때 정말 못 하겠다 싶은 극한의 순간에 하는 1-2회의 동작으로 근육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ZICO 인터뷰 - 지코 첫 번째 단독 솔로 월드투어 유럽 지아코 우지호 콘서트

아이유와 작업한 ‘SoulMate’나 ‘너는 나 나는 너’에서 감성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었다. ‘낙서’로 활동하던 언더 시절 믹스테이프와 비교하면 괴리감이 꽤 크다. 차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지코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색깔인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건 좀 다른 것 같다. 나는 늘 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게 만드려는 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한번 잘하는 걸 하고 싶다. 랩 가사로 빼곡히 채운 곡을 낸다거나.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그런 시도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지금껏 계속 도전을 해왔으니까 이번에는 내 홈 그라운드에서 좀 편하게 경기를 하고 싶다.

좋아하지만 어쩐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장르가 있다면? 정말 마음에 들지만 소화하기 힘든 옷처럼.

R&B. 악기 수가 적으면 목소리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장르인데, 사실 내가 포지션상 보컬은 아니니까. 내 친구들은 다들 노래를 잘 불러서, 그런 부분이 부럽다. 표현할 수 있는 감정선들이 많아지는 거라서. 그저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만드는 음악을 내가 다 표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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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Yejene Ha
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 / Hypebeast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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