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좋아하는 vs. 혐오하는 남자 스니커는?
“내 남자가 신었으면 vs. 절대 신지 않았으면”
남자와 여자의 관점은 늘 같은 듯 다르다. 그렇다면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니커는 과연 다를까? 스니커 좀 좋아한다는 여섯 명의 여자들에게 물었다. “내 남자가 신었으면 하는 스니커와 절대 신지 않았으면 하는 스니커는 무엇인가요?”
오새롬, 편집숍 뮤제 드 스컬프 대표
BEST – 반스 x 볼트 ‘슬립온’
대단하거나 특징이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분방함이 느껴진달까? 반스 x 볼트 라인 스니커에 대한 이야기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지 않더라도, 두 브랜드에 대한 히스토리를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반스 x 볼트를 신었다면 그 자체로 남달라 보인다. 뭘 좀 아는 남자 같아, 이따금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반스 x 볼트 라인의 모든 스니커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슬립온’이 제일이다.
WORST – 발렌티노 ‘록스터드 스니커’
날렵한 실루엣의 가죽 스니커는 어떤 옷과 매치해도 촌스럽기 마련이다. 부와 스타일을 과시하는 느낌. 날렵한 가죽 실루엣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발렌티노는 여기에 스터드까지 박아버렸다. 남자 스니커의 디자인의 요소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조합. 이 스니커는 스테파노 필라티, 루이스 부리라도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
박나래, 아트모스 서울 판매 사원
BEST - 나이키 ‘에어 줌 스피리돈’
최근 유명인들의 착용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모델. 일본 아트모스에서 일할 당시 처음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90년대 모델의 복각 버전인 ‘에어 줌 스피리돈’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일명 어글리 스니커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나이키다운 모델이 아닐까. 집착 수준으로 좋아한 나머지, 이 ‘에어 줌 스피리돈’을 신은 남성 고객만 보면 눈이 돌아가고는 했다.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고, 지나치게 유행에 편승하지도 않는, 멋진 스니커라고 생각한다.
WORST – 나이키 x 오프화이트 ‘에어 조던 1’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 프리미엄을 자랑하는 협업 스니커 시리즈. 스니커 관련 종사자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스니커 시리즈라는 건 안다. 디자인 자체로도 흠 잡을 데 없이 멋지다. 하지만, 내 남자가 신는다면? 말리고 싶다. 주황색 케이블 타이, ‘AIR’ 레터링, 덧붙여진 스우시 로고 등 떼어 놓고 보면 멋진 요소들이 하나로 묶이면서 좀 지나친 인상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어떤 스타일도 잡아먹을 듯 과한 스니커의 존재감. 두고 보면 너무나 예쁘지만 신었을 때 어쩐지 그 매력이 반감되는 스니커의 이유로, 나이키 x 오프화이트 ‘더텐’ 시리즈의 ‘에어 조던 1’을 워스트로 선정했다.
SOLE, 뮤지션
BEST – 반스 ‘올드스쿨’
요즘은 뭐든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좋다. 투박하거나 클래식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스니커는 반스 ‘올드스쿨’이 딱 좋은 예다. 티셔츠, 청바지 차림에 커다란 반스 ‘올드스쿨’을 신고 있는 남자라면 저절로 눈이 따라갈 것 같다. 투박한데, 과하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멋이 있고, 나름의 역사가 담긴 신발, 반스 ‘올드스쿨’이 딱이다.
WORST – 발렌시아가 ‘트리플 S’
남자의 워스트 스니커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발이다. 이 어마무지한 신발, 발렌시아가 ‘트리플 S’는 크기, 가격 등의 모든 면에서 ‘투 머치’다. 어떤 옷을 입어도 신발만 둥둥 떠 다니는 듯 우뚝한 존재감. 이걸 신고 있는 남자를 보면 자기 몸집만한 신발의 삐에로나 미키마우스가 대번 떠오른다. 평생의 이상형이라도, 이 신발을 신었다면 단번에 매력이 싹 사라질 것 같다. ’멋’ 없다.
SAAY, 뮤지션
BEST - 컨버스 ‘척 테일러 올스타 1970s’
아무리 비싼 명품을 걸쳐도 어느 한 군데에서 ‘에러’가 난다면 스타일 전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컨버스 ‘척 테일러 올스타 1970s’ 어떤 옷에 신어도 나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시말해, 균형감각이 좋은 스니커. 또한 컨버스 특유의 자유로운 인상은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듯 하다. 클래식은 죽지 않는다.
베트멍과 리복, 좋아하는 브랜드의 협업 모델이지만 글쎄, 이 날렵한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있는 지 모르겠다.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스타일 센스가 요구될 것 같다. 진짜 멋진 체형을 가진, 모델급의 남자가 신더라도 삭 러너 특유의 단순한 외관 때문에 되려 키가 작아 보이거나 밋밋해 보일 수 있겠다. 너무 싫은 스니커는 아니지만, 가급적 추천에서는 제외하고 싶다.
최예원, 대학생
BEST – 반스 ‘어센틱’
고가의 명품 브랜드 스니커나, ‘드롭’을 기다려 겨우 구할 수 있는 한정판 스니커를 신은 남자를 보면 좀 작정한 느낌이 들어 별로다. 남자의 멋은 무심한 데에서 나와야 제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직’의 정수인 캔버스화를 즐겨 신는 남자를 좋아한다. 캔버스화의 상징, 반스 ‘어센틱’이야말로 진짜 무심한 남자의 신발답다. 반스 클래식의 모든 모델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충실한 ‘어센틱’을 제일 좋아한다. 반지르르한 새것보다 적당히 낡아야 더 예쁘다.
WORST – 발렌시아가 ‘스피드 트레이너’
작고 날렵한 남자에게는 그럭저럭 어울리지만, 내 덩치의 두 배 만한 남자가 이걸 신고 있으면 그만 발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다. 트렌드를 위해 실루엣까지 포기한 남자에게 멋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몇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신발을 구하기 위해 온갖 인터넷 ‘매물’에 메세지를 보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그보다 명품 브랜드 스니커를 신는 남자가 과연 멋있을 수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이윤정, <하입비스트> 매니징 에디터
BEST - 스파워트 ‘마라톤 트레일 로우’
지난 몇 년간 꼼데가르송과 꾸준히 협업해온 스파워트지만, 그것 때문에 최고로 꼽은 건 아니다. 내게 스파워트의 마라톤화는 뉴발란스 ‘990’, 메종 마르지엘라의 독일군 트레이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스니커다. 편안하고 일상적인 신발이지만,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브랜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에 과감히 투자할 줄 아는 남자라면, 보는 즉시 그의 감각을 신뢰하게 될 것 같다.
WORST – 릭 오웬스 ’시시포스 지오바스켓’
릭 오웬스의 ‘시시포스 지오바스켓’은 어글리 스니커의 트렌드를 한참 앞섰지만, 지금까지도 좋아하기는 힘든 실루엣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혀의 크기에 비해 의외로 소심한 투스솔은 답답한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큰 이 신발의 단점은 절대 평범한 옷과 함께 신을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