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시즌 2 - Ep.5 나폴리 피자엔 위스키, '피스키’

“피자는 치즈 맛으로 먹는 게 아니야.”

음식

“타바스코와 할라피뇨는 피자 맛을 망쳐요.”

서래마을의 한 피자집 셰프가 설명했다. 폭탄만큼 강력한 발언. ‘핫소스’도 ‘고추피클’도 모두 오답이라면, 지금껏 먹어온 피자를 모두 부정당하는 셈이다. 아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먹어왔단 말인가.

문제의 발언을 한 피자집의 이름은 ‘볼라레’. 국내 몇 안 되는 ‘나폴리피자협회’ 공식 인증의 피제리아다. 이 집은 국내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도 정말 제대로 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요리사들이 사랑하는 맛집인 만큼, 이곳에서는 셰프들의 특별한 술자리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피자를 안주 삼아 위스키를 곁들여 먹는 ‘피스키’ 모임이다. 오늘은 볼라레의 정두원 셰프와 요리계의 큰형님 임기학 셰프 그리고 최자의 낚시 친구 정창욱 셰프가 모였다. 최자도 한입 거들 예정이다.

“여긴 1인 1피자야. 자르면 안 돼.”

“잘라 먹으면 나폴리 피자가 아니야.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잘라서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거든.”

한국에서는 보통 등분을 해서 잘라 먹지만, 이탈리아에서는 1인당 한 판씩 먹는다. 볼라레의 셰프도 ‘1인 1피자’를 시켜 포크와 나이프로 직접 썰어 먹을 것을 권했다. “오늘은 그냥 나폴리식으로 한번 썰어서 드셔봤으면 좋겠어요. 우선 마리나라 피자부터 드셔보세요.”

마리나라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마리나라를 강력 추천해. 피자를 치즈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돼.”
- 임기학 셰프

셰프의 추천은 마리나라. 마르게리타가 생기기 훨씬 전에 태어난 클래식한 나폴리 피자다. 나폴리 어부들이 허기진 배를 가볍게 채우기 위해 고안한 피자로, 간단한 레시피가 특징이다.

“잘 구운 도우 위에 좋은 토마토소스와 올리브오일이 어우러져 있어. 당연하겠지만 정말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같아. 먹으면 ‘아, 되게 좋다’ 그런 느낌 있잖아.”

마리나라의 재료는 정말 간단하다. 우선 피자지만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토마토소스와 마늘, 오레가노 등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피자를 만든다. 재료는 단출하지만 좋은 재료를 계산 없이 듬뿍 올리기에, 요란하지 않아도 충실한 맛을 낸다.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토마토를 손으로 직접 으깨서 소스를 만든대. 믹서로 갈면 씨까지 갈려. 결국 이것도 ‘손맛’이야.”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나폴리 피자는 페퍼론치노 오일을 곁들이는 게 어울려.”
- 정두원 셰프

“많은 분이 이탈리아 식당에서 타바스코와 할라피뇨를 달라고 요청하는데, 얘네들은 피자의 풍미를 너무 망치는 재료들이야.”라는 셰프의 설명에 이어, 최자도 나폴리 피자의 숨은 매력을 페퍼론치노 오일로 꼽았다.

“이 집은 페퍼론치노가 핵심이야. 페퍼론치노 오일이나 페퍼론치노를 뿌려 먹어봐. 피자 먹을 때 토핑 부분만 먹는 사람도, 가장자리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리고 일단 도우 자체가 맛있고.”

마르게리타 꼰 부팔라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1인 1 마리나라를 해치우고 다음 피자를 주문할 차례. 물소 치즈 피자라 불리는 마르게리타 꼰 부팔라다. 토마토소스와 버펄로 모차렐라, 바질 그리고 약간의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넣고 굽는다.

“마르게리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거 꼭 먹어봤음 좋겠어. 이 피자는 준비할 게 많아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성가시겠지만,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토마토소스로 할까요, 방울 토마토로 할까요?”

요리사들의 술자리에서 건진 고급 팁 하나. 이 집에서는 마르게리타 주문 시, 토마토소스가 아닌 방울토마토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방울 토마토를 일일이 손질하려면 소스 만드는 것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식감이 더 좋다. 으깨지 않아 씹히는 맛이 있다.

“치트키 하나 알아가는 느낌이야. 역시, 아는 사람들이랑 와야 해.”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APVN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주문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피자가 나왔다. 전자레인지에 냉동 피자를 돌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원래 나폴리 피자는 60초에서 90초 사이에 무조건 나와야 해. 그게 원칙이야.

정두원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나폴리 피자는 고온에서 90초 안에 구워낸다. 피자에 원칙이라니. ‘나폴리 피자 협회’의 공식 인증을 받은 집이라더니, 셰프와 나폴리 피자 사이에 약속이 많은 모양이다.

“나폴리 피자는 인증서가 있거든. 피자의 고향은 나폴리인데 너무 다양한 형태의 피자가 생겨나니까, 나폴리의 피자 장인들이 자기네 피자를 지키기 위해 협회를 결성한 거지. 세계 유일의 ‘피자 인증제’를 가진 피자야.”

나폴리 피자는 단일 요리로는 유일하게 인증제가 있는 음식이다.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와 시 당국이 함께 피자의 재료와 조리법을 엄격히 검증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APVN 마크가 붙은 집은 전통 그대로의 ‘성골 나폴리 피자’를 만드는 집이다. 로고 속의 장인처럼 피자삽을 들고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피자 메이커가 있는 맛집이라는 표식이다.

“세계 어딜 가도 저 간판이 있으면 거의 똑같은 맛의 피자를 먹을 수 있어.”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실제로 나폴리피자협회의 인증을 받은 집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대. 어떤 치즈를 쓰고 어떤 토마토를 쓰느냐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사용하는 재료의 비율이 거의 똑같거든. 토마토소스의 수분량과 제조법, 피자에 넣는 모차렐라 치즈의 비율까지 정해진 규정이 있어.”

이 가게도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정한 기준을 엄격하게 충족시키고 정통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았다. 아래의 여덟 가지 규정이다.

‘나폴리피자협회’ 인증 규정 8가지

1. 장작 화덕에서 구워야 한다. 전기 화덕은 금지.
2. 화덕의 온도는 485도 이상이어야 한다.
3. 둥그스름한 형태 유지, 지름이 35cm를 넘어서는 안 된다.
4. 피자 크러스트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
5. 반죽의 두께는 2cm 이하일 것.
6. 가운데 부분의 두께는 3mm 넘어서는 안 된다.
7. 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8. 토핑은 이탈리아 산지의 토마토와 치즈를 사용한다.

도우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도우만 계속해서 뜯어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도우가 맛있는 이유도 이 8가지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기 때문이다. 피자를 너무 오래 굽게 되면 수분이 증발해 딱딱하고 맛이 없어진다. 나폴리 피자는 485도 이상의 온도에서 단시간에 굽는다. 맛이 살아 있는 이유다.

“토핑의 맛이 더 살아나. 도우가 너무 좋아서.”

밀가루도 중요하다. 국내산 밀가루보다 훨씬 비싸지만, 굳이 나폴리에서 공수한 밀가루를 사용한다. 규정도 규정이지만, 나폴리에서 먹던 맛을 내려면, 같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정두원 셰프의 철학이다.

“저 화덕도 이탈리아에서 직접 배로 들여온 거야. 100년 넘은 화덕 제조사가 만들었는데, 타일과 다리 모두 맞춤 제작이래. 운송비만 화덕 가격의 배가 넘었대. 대단하지.”

“이런 노고를 손님들은 모를 수 있어.
하지만 만드는 사람은 정성이 만드는 미묘한 차이를 알아야 하고,
그걸 맛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해.”
- 임기학 셰프

‘피스키’

최자로드 시즌 2 - 피자 위스키 '피스키’ 서래마을 볼라레 나폴리 피자

“피스키는 피트 향이 있는 아일라 위스키랑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오늘 셰프들이 선택한 ‘피자 안주’는 위스키. 가끔 가게 문을 닫고 모여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어놓고 위스키를 마시는 게 이들의 낙이다. ‘피스키’는 어쩐지 생소한 조합이지만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 테다. ‘피자에는 맥주’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맛이다.

“처음은 달콤한데 끝에 가서는 다채로운 맛이 느껴져. 캐러멜 같은 맛도 느껴지고. ”

‘피스키’ 모임의 대장 격인 임기학 셰프가 ‘돼장’ 최자에게 한 수 가르친다. “나폴리 피자는 장작 화덕에서 굽잖아. 아무래도 화덕 바닥에 연기와 그을림이 있으니, 스모키 향이 저 속에 있는 거지. 그래서 석탄같은 피트를 태운 피트 향이 있는 위스키와 나폴리 피자가 되게 잘 어울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이탈리아의 맛을 내는 피자가 이곳에 있어.”

“여긴 정통 나폴리 피자의 그 맛을 한국에 그대로 재현한 식당이야. 물만 달라.”
- 정창욱 셰프

볼라레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0길 8

<최자로드> 시즌 1 다시 보기

<최자로드> 시즌 2 다시 보기

Ep.1 을지로 닭무침과 막국수
Ep.2 토리소바 라멘
Ep.3 한우 오마카세
Ep.4 맛의 범죄 도시, 대림동

#믿고먹는 #최자로드
<최자로드> 시즌 2는 <하입비스트>와 tvN ‘흥베이커리’가 함께합니다.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기사는 격주 화요일에 발행됩니다.

더 `
Editor
YEJENE HA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Contributor
JINHWAN MAENG

이전 글

비대칭의 매력, 사카이 2018 FW 1차 발매 제품군
패션

비대칭의 매력, 사카이 2018 FW 1차 발매 제품군

지름신을 부르는 카키색과 카무플라주.

일을 놀이로 만드는 '실사판' 엑스박스 터널 굴착 게임
전자

일을 놀이로 만드는 '실사판' 엑스박스 터널 굴착 게임

게임이 일이되고, 일이 게임이 된다.

캐피탈의 컨트리 라인 ‘CHIP SANKE’ 룩북
패션

캐피탈의 컨트리 라인 ‘CHIP SANKE’ 룩북

풍성한 예술적 데님.


10년만에 부활하는 SNK <사무라이 쇼다운>, 2019년 출시
엔터테인먼트

10년만에 부활하는 SNK <사무라이 쇼다운>, 2019년 출시

오리지널 ‘한조’도 다시 돌아온다.

이스트로그의 첫 스니커, PF 플라이어스 '리디스커버' 프로젝트
패션

이스트로그의 첫 스니커, PF 플라이어스 '리디스커버' 프로젝트

PF 플라이어스의 첫 국내 협업.

절정으로 치닫는 니키 미나즈와 카르디 비의 불화
엔터테인먼트

절정으로 치닫는 니키 미나즈와 카르디 비의 불화

칸예 웨스트, 드레이크, 에미넴의 최근 디스전 총정리.

More ▾
 
뉴스레터 구독 신청

하입비스트가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패션, 음악, 스니커
그리고 스트리트웨어의 첨단 소식을 실시간으로 만나보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하입비스트>가 제공하는 광고 수신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입비스트>는 여러분의 관심사와 최신 트렌드에 걸맞은 광고를 제공합니다. 광고차단기(애드블록)의 ‘화이트 리스트'에 <하입비스트>를 추가하면 사이트에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광고가 제공되는 점 참고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