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뉴슨과 후지와라 히로시 - 두 장인의 조우

‘클래스’가 남다른 둘의 공통점, 그리고 다가오는 협업들.

미술 
4,916 Hypes

마크 뉴슨은 현대 산업 디자인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애플, 루이비통, 나이키랩, 페라리, 라이카 등과 협업하며 패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각종 가구, 전자기기 그리고 제트기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디자인 영역이 없을 정도다. 뉴슨의 다가오는 가고시안 갤러리 뉴욕전에 앞서 <하입비스트>가 그의 새 작업물과 프로젝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단순한 인터뷰 대신 뉴슨 못지않은 또 한 명의 장인을 섭외했다. “Great minds think alike”라는 문구가 있듯, 크리에이터의 생각은 크리에이터가 가장 잘 이해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가 일본에서 큰 영감을 얻은 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후지와라 히로시를 뉴슨의 대화 상대로 꼽았다.

애플 페이스타임을 통해 대화를 나눈 후지와라와 뉴슨의 조우는 짧지만 강렬했다. 아래 인터뷰에서 뉴슨은 가고시안 전시를 비롯해 새 루이비통 협업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후지와라 히로시, 마크 뉴슨의 공통점과 이들의 남다른 취미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만간 둘의 협업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마크 뉴슨 가고시안 갤러리 뉴욕전 인터뷰 - 히로시 후지와라와의 대화 2019

후지와라: 새 전시를 축하한다.

뉴슨: 고마워.

후지와라: 이번 전시에서의 마크 뉴슨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중 어느 쪽에 가깝나?

뉴슨: 좋은 질문이다. 딱히 그 두 사이를 구분짓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고르자면 대부분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아티스트다운 작업물을 선보이고자 했다.

후지와라: 요즘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뉴슨: 맞다. 예술, 패션, 건축 모두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추세다.

후지와라: 바로 당신같은 아티스트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무너뜨린 게 아닐까? 1980년대부터 쭉. 그런데 당신의 출발점은 그래픽 디자인이었나 가구 디자인이었나?

뉴슨: 주얼리 디자인이었다.

후지와라: 정말인가?

뉴슨: 첫 직업은 은 세공인이었다. 여러 주얼리를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일본에 올때마다 여러 분야의 장인을 주로 만나고는 한다. 1989년부터 91년까지는 당시 도쿄에서 일했던 여자친구 때문에 거의 시부야에 살다시피 했다. 규슈, 훗카이도, 오키나와, 교토, 아오모리에 있는 온천은 싹 다 돌아다녔다. 인생에 다신 없을 굉장한 순간들이다. 어쨌든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에 열광한다. 그냥 종이 위에 무언가를 그리거나 하는 것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들 때가 더 좋다.

마크 뉴슨 가고시안 갤러리 뉴욕전 인터뷰 - 히로시 후지와라와의 대화 2019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에 열광한다.”

후지와라: 가고시안 전시의 배경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다.

뉴슨: 전시의 주요 작품은 베이징과 체코에서 제작한 가구들이다. 모두 새로 만든 것들인데, 특별히 수백년도 더 된 공방에서 중국 고대의 에나멜 기술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 경험은 매우 흥미로웠다. 체코에서는 대형 유리 작품을 만들었다. 처음에 이야기 나눈, 디자인적인 기능과 예술적인 장식이 결합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호케 사부로라는 일본의 11 세대 무형문화재 도검 장인과 ‘아이쿠치’라는 검도 제작했다. 현재 도쿄의 아만 호텔에 그 원형이 있다. 4, 5년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여섯 자루의 검이 그 결과물로 남았다. 검 한 자루를 만드는 데 무려 스무 가지의 세공이 들어가기 때문에 1년에 한두 자루밖에 만들지 못한다. 일본에 쓰나미가 닥친 후 많은 장인들의 공방이 손실됐는데, 일본 정부가 장인들을 지원하는 협업 프로그램을 장려했다. 나와 호케 사부로가 만나게 된 계기다. 검이 별 쓸모 없는 21세기, 도검 장인들의 고객은 수도원이나 신사 뿐이라 그들은 늘 생활고에 시달린다. 큰 돈을 주고 검을 사는 일반인은 많이 없으니까. 가고시안에서 이 도검 장인들의 검을 직접 판매할 예정이고 그 수익을 그들에게 다시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작업물을 새로운 관객에게 보여줄 기회다.

마크 뉴슨 가고시안 갤러리 뉴욕전 인터뷰 - 히로시 후지와라와의 대화 2019

후지와라: 외국인이 일본의 장인 정신을 이토록 좋아한다는 게 참 흥미롭다. 거꾸로 일본 사람들이 미국의 공군 재킷이나 데님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 같달까.

뉴슨: 정말 그렇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이런 장인들과 작업하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당신도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와 협업하지 않았나? 그 역시 대단하고.

후지와라: 당신도 ‘마크 뉴슨’만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참 많은 걸 해내는 거 같다. 내가 하는 건 디자인이라기 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에 가깝다. 그러니까, 거의 매주 스노우보드를 탄다는 이유로 버튼협업한다던지.

뉴슨: 매주 스노우보드를 탄다고? 언제 같이 한 번 가야겠다. 나도 왕년에는 미친 스노우보더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보딩을 제일 좋아한다.

후지와라: 나만의 특별한 장소가 있다. 다음달에 꼭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뉴슨: 어릴때부터 매년 캐다나에서 스노우보드를 탔는데, 아이들이 생긴 이후 한 10년은 못 타본 것 같다.

후지와라: 나 역시 매년 알라스카에 보드를 타러 갔었지만, 여러모로 일본이 더 나은거 같다.

뉴슨: 루이비통 얘기로 돌아가자. 최근 루이비통과 런던에서 다시 미팅을 가졌다.

후지와라: 루이비통과 또 협업하나?

뉴슨: 내년에 새 컬렉션을 론칭할 예정이다. 새로운 소프트 러기지 시리즈다. 저번 협업과는 달리 밝은 색감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당신에게도 하나 선물하겠다.

후지와라: 기대된다. 나 역시 LVMH의 또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미안하지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내년 중순 쯤 가방 등 많은 것을 출시할 예정이다.

뉴슨: 지금 내 런던 사무실에는 애플과의 작업을 위한 작은 방도 있다. 꼭 무슨 보안실 같은 분위기다(웃음).

후지와라: 나도 애플을 좋아한다. 특히 애플 본사 광장에 있는 나무들을 매우 사랑한다.

뉴슨: 애플 외의 다른 제품들은 다 쓰레기 같다.

후지와라: 우리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뉴슨: 난 자동차에 열광한다. 특히 클래식카.

후지와라: 갖고 있는 건 없지만, 나 역시 클래식카를 좋아한다. 그보다 그냥 운전 자체를 좋아한다. 드라이브를 너무 좋아해서 늘 SUV를 끌고 산에 오른다.

뉴슨: 페라리는 어떤가?

후지와라: 페라리는 늘 샀다가 다시 팔았던 것 같다(웃음).

뉴슨: 1955년에 만들어진 페라리를 하나 갖고 있다. 참, 지금 페라리와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후지와라: 내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G 63 AMG다. 거의 평생을 같은 차만 탔다. 지금 몰고 있는 게 아마 10번째 메르세데스-벤츠 G 63 AMG일 거다. 승차감이 아주 부드러운데, 눈 덮힌 산을 올라가는데도 끄떡이 없어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뉴슨: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에 비하면 어떤가? 지금 주로 타는 차다.

후지와라: 레인지 로버도 좋다. 작년에 주로 탔는데, 곧 벤틀리로 바꿨다. 지금은 벤틀리도 팔았고, 새 롤스로이스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곧 출고될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에는 그걸 타고 산에 놀러갔으면 한다.

뉴슨: 언젠가는 우리 둘이 함께 작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후지와라: 올해는 꼭 뭐라도 같이 했으면 한다.

뉴슨: 아마 다가오는 겨울쯤?

후지와라: 좋은 브랜드까지 함께한다면, 분명 굉장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곧 산에 올라가 이 제주에 대해 논의해보자.

뉴슨: 온천에서!

 

마크 뉴슨의 가고시안 전시는 1월 17일부터 2월 20일까지 아래 주소에서 방문할 수 있다.

가고시안 갤러리 뉴욕
W 21st Street, NY 10011

더 보기

이전 글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x 이스트팩, 산업적인 매력의 가방 4종
패션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x 이스트팩, 산업적인 매력의 가방 4종

디자인과 기능 모두 만족스럽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x 컨버스 골프 르 플레르 '3M' 공식 정보
신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x 컨버스 골프 르 플레르 '3M' 공식 정보

같은 색상 맞아?

카우스 x 킴 존스 디올 BFF 인형, 판매가는?
패션

카우스 x 킴 존스 디올 BFF 인형, 판매가는?

#DIORXKAWS.

2019 FW 런던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6
패션 

2019 FW 런던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6

키코 코스타디노브의 다음 아식스 협업은 어떤 모습?

50년 만의 부활, 오메가의 전설적인 무브먼트 '칼리버 321'
패션

50년 만의 부활, 오메가의 전설적인 무브먼트 '칼리버 321'

최초로 달에 다녀온 무브먼트.


<하입비스트>가 오프 화이트 x 컨버스 척 70 '화이트'를 드립니다
신발 

<하입비스트>가 오프 화이트 x 컨버스 척 70 '화이트'를 드립니다

줄 설 필요없이 안방에서 공짜로.

톰 브라운 2019 리조트 '폴 리비어의 질주' 컬렉션
패션

톰 브라운 2019 리조트 '폴 리비어의 질주' 컬렉션

미국 혁명가의 강인함.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 새로운 청키 스니커 ‘ODSY-1000’ 공개
신발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 새로운 청키 스니커 ‘ODSY-1000’ 공개

다리에 근육 엄청 생기겠네.

나이키 에어 피어 오브 갓 1 ‘라이트 본’ 래플 좌표 총정리
신발

나이키 에어 피어 오브 갓 1 ‘라이트 본’ 래플 좌표 총정리

발매일이 앞당겨졌다.

핑크퐁 '아기상어', 국내 동요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
음악

핑크퐁 '아기상어', 국내 동요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

게다가 32위?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