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 & 피티 워모 95 베스트 컬렉션 7

무엇보다 좋은 소재가 두드러졌다.

패션 
128 Hypes

스트리트 스타일로 대변되는 기능성웨어의 기세가 한 풀 꺾인 걸까? 2019 가을, 겨울 밀라노 패션위크피티 워모 95에는 고전적인 테일러링을 앞세운 디자인이 두드러졌다. 뒷골목 힙스터에서 돌연 1950년대 낭만주의 여행자로 돌변한 펜디와 바이크 유랑객에서 피카소식 입체파로 전향한 미소니. 밀라노의 터줏대감 프라다는 잘 재단된 슈트를 런웨이에 앞세우며 그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경향은 피티 워모에서도 이어졌으니 아스트리드 안데르센을 내세운 휠라 피요르드의 첫 컬렉션 역시 정갈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를 강조하며 기존 브랜드의 젊은 유산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제는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모두가 돌연 철이 들어버린 밀라노와 피렌체의 2019년 가을, 겨울이었다.

피티 워모 95 스트리트 스타일 보기
2019 가을, 겨울 런던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보기

 

와이 프로젝트

피티 워모 95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빙된 와이 프로젝트. 이들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때 건설된 화려하고 근엄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그랜드 클로이스터를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의 배경으로 선정했다. 조명 대신 방문자가 직접 횃불을 사용해 어둠 속을 누비며 모델들을 찾아다녀야 했던 프레젠테이션은 묘하게 인터랙티브하면서도 특유의 로우파이 감성을 유지했다. 고전적인 소재나 무늬의 제품을 과장된 실루엣, 과감한 드레이핑으로 변형해 클래식함과 모더니즘을 섞은 와이 프로젝트의 컬렉션과 딱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휠라 피오르드

덴마크의 분방한 디자이너 아스트리드 안데르센과 스포츠 유산의 브랜드 휠라의 만남은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노르딕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태어난 휠라 피오르의 2019 가을, 겨울은 아스트리드 안데르센과 휠라라는 기존의 이름에서 찾아볼 수 없던  ‘고딕’의 이미지로 선을 이뤘다. 컬렉션을 아우르는 무채색의 색감과 잘 재단된 재킷과 팬츠, 우아한 실루엣의 캐시미어 니트웨어 그리고 로코코 양식의 런웨이 무대까지. 아스트리드 안데르센은 휠라 피오르드의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을 통해 전에 없던,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변혁을 제시했다.

 

프라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에 공포 영화에서 받은 영감을 불어넣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로키 호러 픽처 쇼>에 이르는 고전의 날것 같은 이미지가 런웨이 위에서 화려하게 환생했다. 공포 영화 속에 드러난 광기를 재해석한 올리브 드랍 필드 셔츠, 봄버 재킷, 카고팬츠 등이 그 면면이다. 광기와 공포에 대한 프라다의 집중은 인류를 이해하려는 관심. 인간의 벌거벗은 나약함에 주목하며 인간 본성을 섬세하게 탐구했다.

 

유나이티드 스탠다드

이탈리아의 유나이티드 스탠다드가 2019 가을, 겨울 패션위크에서 첫 런웨이 쇼를 개최했다. 작년부터 버질 아블로와 협업해온 유나이티드 스탠다드는 이번 시즌에도 그와 컬래버레이션 티셔츠 두 종을 선보였다. ‘자동차 공장에서의 레이브 파티’를 테마로 삼아 디자인한 ‘팩토리 프로그레소’ 컬렉션은 메탈헤드 감성의 스트리트웨어. 화염 그래픽, 복고풍 BMX 제품, 카고 주머니, 노출된 박음질, 타이벡 소재에서 유나이티드 스탠다드만의 반항적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텍스트 디자인, 체스트 리그, 그리고 긴 벨트 등의 액세서리는 이들이 유행에 충실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앞으로 버질 아블로와 또 어떤 합작을 선보일지도 기대되는 유나이티드 스탠다드다.

 

펜디

전통과 새로운 것이 뒤섞일 때, 결과물의 성패를 좌우하는 포인트는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펜디의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은 유서 깊은 브랜드의 역사와 현대적인 트렌드의 이상적인 접점을 보여주었다. 펜디의 전통과 현대 스포츠웨어의 더할 나위 없는 혼합을 이루어낸 것. 라인업은 트림 슈트와 오버사이즈 퓨퍼 코트의 이종 교배를 위시하여, 트렌치코트, 해링턴 재킷, 하프 앤 하프 재킷, 가디건과 모피 제품 등. 펜디의 특기를 살려 컬렉션 곳곳을 가죽과 시어링 디테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쇼의 백미였던 펜디 x 포터 협업은 남성 가방 트렌드의 새로운 이정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 하우스의 유산과 조우해, 늘 있어왔으나 생소한 무엇으로 둔갑했다.

 

미쏘니

색 조합에 장기가 있는 미쏘니는 미술계에서 얻은 영감, 다양한 예술기법, 무드, 해석과 몸소 호흡한 결과를 내놓았다.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턱시도 재킷, 캐시미어와 모헤어로 만든 부드러운 니트, 룸니트 소재의 롱 블레이저와 트라우저, 리버서블 카방 코트, 기술적인 직조와 색 활용을 보여주는 체크 패턴과 그러데이션 의류. 그중에서도 현대 예술가 안톤 알바레즈의 다양한 색상과 재료를 사용한 독특한 케이블 니트를 통해 미쏘니의 유산과 세계관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이 주는 힘과 다채로운 소재가 주는 부드러움의 조화를 통해 브랜드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컬렉션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유다른 장인정신을 가진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새 컬렉션에는 독보적 퀄리티 그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전하고자 한 메시지의 핵심은 개방적인 생각과 다양성의 인정.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여러 인종과 사회 각계 각층이 오고 가는 밀라노의 중앙역에서 쇼를 개최했고, 한국인 모델 이민석을 필두로 한층 부드럽고 젊어진 브랜드의 새 비전을 선보였다. “전 세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원단 제작 단계부터 이곳에서 개최한 쇼까지,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책임감을 창의적 과정을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세대를 아우르고, 전 세계 모든 고객을 위한 테일러링을 향한 브랜드의 비전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원단에도 변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융합’과 ‘가공’을 키워드로 삼아 자사 원단 사업부에서 보유한 울, 캐시미어, 나일론 등을 특수 가공해 재활용했다. 브랜드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대에 발맞춘 변화를 감행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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