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벤지 비

루이 비통, 스투시, 셀린의 음악을 담당한 영국의 뮤지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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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Radio 1’의 호스트, 칸예 웨스트, 길스 피터슨의 프로듀서, 레이블 데비에이션(DEVIATION) 대표 등. 벤지 비는 하나의 수식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는 유럽 음악계의 대부이자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흥미롭게도 그의 이름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건 패션이다. 셀린을 시작으로, 새빌 로, 케이티 이어리 그리고 루이 비통까지, 그는 수많은 패션 런웨이의 음악을 담당해 왔다. 이밖에도 그는 슈프림, 스투시 등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의 파티를 담당해오며, 패션과 음악 사이를 이어 왔다.

매주 라디오 진행, 프로듀싱, 파티 호스팅으로 세계를 종행무진하고 있는 벤지 비가 아시아 투어 차 서울을 방문했다. 스투시와의 오랜 인연부터 루이 비통과의 협업, 음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까지, 그의 인생 일대의 순간들을 함께 되새겨 봤다.

영국 BBC Radio 1 호스트, 벤지 비 스트리트 스냅 및 인터뷰, 루이 비통, 스투시, 셀린, 칸예 웨스트, 버질 아블로, 슈프림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

5, 6년 전 처음 방문했고,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한국과의 인연은 깊다. 데비에이션 로고도 한국인 친구가 만들어줬다.

스투시의 서울 챕터 리뉴얼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스투시와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일로서 만난 지는 15년 정도 됐다. 개인적으로 스투시에 애정을 가진 건 12살 무렵이다. 당시에는 스투시가 흔치 않은 브랜드라, 누가 스투시 입은 것만 봐도 바로 친구처럼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비밀 집단이랄까. 이후 90년대 IST(International Stussy Tribe) 멤버 중 하나였던 DJ 골디를 보러 클럽에 간 적이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투시로 치장한 걸 보고, 너무 멋져서 여러 벌 살 뻔했다.

IST 일원으로 활동하는 건 어떤가?

IST는 문화다. 스투시라는 공통된 관심사 안에서 음악스케이트보드그래피티서핑 등 여러 분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 친구들은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편의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숀이 이끌던 스투시 시절에는 서울, 도쿄, 런던, 뉴욕 등, 어디든 직접 방문해야만 그곳의 문화를 비로소 체험할 수 있었다. 지금의 스투시가 전세계 곳곳에서 이런 문화의 장을 만들며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 뜻깊은 활동에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스투시를 음악으로 정의한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양질의 음악? 장소마다 다른데, 굳이 정의하자면 런던은 드럼 앤 베이스, 미국은 힙합인 것 같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은가?

패션을 좋아하기보다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스타일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깊은 맛을 찾아가는 것 같다. 십대 때는 좋아하는 것만 바라보며, 또 그걸 배워가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좋고 싫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은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BBC ‘Radio 1’의 호스트, 디제이, 브랜드 음악 감독  여러 일을 겸업하고 있다. 음악가로서 패션 산업을 어떻게 보는가? 

흥미롭다. 음악으로 따지면 패션 디자이너들은 음악 감독과 같다. 마틴 마르지엘라, 피비 필로 등, 모두 천재적인 아티스트다. 그들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패션이 클럽 문화에 기반을 둔다고, 오래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

패션과 음악은 역사를 함께한다. 기반을 두기보다는 패션은 음악에서 영향을 받는다펑크, 엑시드, 힙합 등 각 클럽 저마다 모두 옷 입은 스타일이 다를 것이다. 패션은 너무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중 하나가 클럽일 뿐이다.

최근 레이브 문화에 관한 여러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다. 음악 전문가들도 매년 레이브 문화의 부활을 언급한다. 레이브 문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영국 아웃도어 레이브 문화는 8, 90년대 잠깐 성행했다. 레이브 문화는 사실상 불법이다. 한편으로는 음악의 황금기였는데,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브,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 모두 장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연령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세대이건 또 다른 세대를 양성하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새로운 형태의 어떤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당신이 지휘한 루이 비통 2020 , 여름 컬렉션 런웨이 음악을 비롯해 과거 BBC 앙상블 공연을 보면 인스트루멘탈이 지배적이다. 실제로도 현악과 일렉트로닉 사이의 크로스오버를 좋아하나?

클럽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지만, 사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사랑한다. 런웨이의 음악은 문맥과 질감, 소리의 결이 중요하다. 장소와 타이밍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처음 파리 도핀 광장 한복판에서 루이 비통 컬렉션을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 진짜 카페, 진짜 나무, 진짜 광장. 정말 이례적인 컬렉션이었다. 아름답고 고전적인 6월의 파리. 거기에 딱 맞는 질감이 바로 현악이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불렀다.

오케스트라와의 디제잉은 어땠나?

처음에는 어려웠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이런 일에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사실 내가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했다. 하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런웨이였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작업했나?

막스 리히터부터 아서 베로카이, 아르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게토 코요태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하나의 셋으로 탄생했다. 적절한 드럼과 베이스를 연주할 리듬 세션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현대음악부터 클래식까지, 모두 범접하고 있는 헤리티지 앙상블을 초청했다. 우선 머릿 속으로 모든 음악을 정렬해 DJ 셋을 만들고, 오케스트라로 하여금 연주하도록 했다. 메인 테마 곡으로는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는데, 이보다 더 행복하게 들리는 음악이 또 있었을까. 행사 당일의 날씨, 분위기, 음악, 옷 모두 다 완벽했다. 내가 여태껏 해온 것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루이 비통의 2019 봄, 여름 런웨이 당시 칸예 웨스트의 ‘Ghost Town’이 나와 놀라기도 했다.

사실 ‘Ghost Town’이 출시되고 일주일 후, 라디오에서 리믹스 버전을 연주했다. 레퍼런스가 있어서 바로 런웨이 음악에도 넣었다. 그날 런웨이가 끝나고 칸예 웨스트, 버질 아블로 등 모두가 부둥켜안고 울었다. 또 몇몇 관객들은 런웨이 장에 난입했다. 세상에 그런 런웨이는 태어나 처음 봤다. 굉장히 특별한 날이었다.

루이 비통과 비교했을 때 셀린에서의 경력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은 원래 세상 밖으로 티가 잘 안 난다. 나는 원래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사람이다. 루이 비통, 버질 아블로는 반대로 큰 목소리를 낼 줄 안다. 나랑은 좀 다르지만 존중한다.

패션 산업 속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패션 신은 어떻게 전망하나?

잘 모르겠다. 내 직업은 음악이다. 패션에 관해서는 분석하기 보다, 그저 좋아하는 옷을 사 입는 것으로 만족한다.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는 무엇인가?

스투시, 슈프림, 파타, 어웨이크 NY, 매튜 윌리엄스, OAMC, 아워 레가시, ORSLOW, 드리스 반 노튼 정도다. 하하. 하지만 진짜 내 영웅은 타카하시 준이다. 럭셔리 패션과 스트리트컬처를 연결하는데, 그만한 인물이 없다. 10년 전에는 라프 시몬스도 굉장히 좋아했다.

2020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데비에이션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13년이 됐다. 데이에이션이 주최한 파티 속 음악을 모은 음반 <Deviation Classics>를 내고, 또 역사를 담은 책 한 권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협업 굿즈도 나온다. 물론 루이 비통과도 계속 일하고 프로듀서 일도 많이 할꺼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좀 쉬고 싶다. 20년간 디제잉을 했고, 2002년부터 매주 라디오 호스트를 맡아왔다. 이틀 전 비행기 안에서 일생동안 비행기표에 투자한 돈이 얼마일까 상상했다. 그만큼 내 삶을 거리 위에서 주로 보냈다. 한 달 만이라도 런던이나 로스앤젤레스, 어디든 정착해 삶을 즐기고 싶다.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은 없는가?

정규 앨범은 아직 맞추지 못한 퍼즐이다. 나는 경력을 주로 남을 위해 프로듀싱하는 데 썼다. 내 앨범, 나도 내고 싶다. 지금은 뭔가 인생을 되돌아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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