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프로필: 코스트 퍼 킬로
버려진 옷들에, 이름을 지어주다.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과 소비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무려 연간 8만 톤이 넘는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한해에도 수백 개의 브랜드가 탄생하는 요즘, 그토록 쉽게 생산되고 소비된 옷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최근 여러 패션 브랜드는 절제되지 않은 생산 및 소비 과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멍은 헤롯 백화점 쇼윈도우에 의류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은 윈도 디스플레이를, 발렌시아가는 폐의류를 충전재로 소파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소비 과정의 문제점을 꼬집은 브랜드가 있다. 바로 코스트 퍼 킬로다. 이들은 버려진 옷들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소비의 시대 속 브랜드가 가져야 할 책임감을 브랜드를 통해 제안한다. 코스트 퍼 킬로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책임이 과연 무엇인 지, 소비자는 어떻게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지 심도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립자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Who’, 브랜드 핵심 가치 ‘What’, 설립 시점 및 전개 기간 ‘When’, 기반 지역 ‘Where’, 인기 요인 ‘How’, 그리고 지금 이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 ‘Why’.
“중량당 가격”
Who
헨즈와 모데시 대표 구민현, 슬립워커 출신의 디자이너 듀오 이현석과 이인우, 그리고 카시나 대표 이은혁이 구민현의 제안에 따라 모여 만든 브랜드가 코스트 퍼 킬로(Cost per Kilo)다. 제품 디자인은 이현석과 이인우가 담당하고 있다.
What
코스트 퍼 킬로는 이름 그대로, 중량당 가격을 뜻한다. 과거 브랜드를 운영하며 옷을 만들고, 판매하고, 또 소비한 이들에게 쉽게 버려지는 옷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코스트 퍼 킬로는 한때 좋아했지만 질렸거나,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또는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의류는 너무 쉽게 소비된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옷을 버려본 경험이 있을 텐데, 요즘은 소비 주기가 더욱 빨라졌고, 이런 순환 과정이 슬프게 느껴졌다. 코스트 퍼 킬로는 버려지는 옷과 물건이 어디로 가는 지 상상했고, 결국엔 ‘중량당 가격’이라는 은유적인 이름을 떠올려 브랜드를 시작했다. 브랜드 로고인 포대 자루 역시, 버려진 의류를 뜻한다.
When
2018년 여름부터, 약 1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3월 15일에 론칭했다.
Where
신사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프린트와 후가공을 제외한 모든 제작 과정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웝트숍, 하이츠 스토어, 그리고 곧 케이스스터디에서도 코스트 퍼 킬로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는 12월, 한남동에 작업실 겸 쇼룸을 론칭할 예정이다.
“오래도록 애정할 옷을 만드는 것이 생산자의 책임이다.”
How
코스트 퍼 킬로의 슬로건은 두 가지다. 버려진 옷에서 다시 그 매력을 찾아내고, 또 쉽게 버려지지 않도록 애정을 다해 옷을 만드는 것이다. 코스트 퍼 킬로는 버려진 옷을 되살리기 위해 옷을 의도적으로 노화시킨다. 갈라지고 바스러진 프린트, 헤진 재봉 등 낡아서 생긴 요소를 디자인으로 차용하고, 멋으로 승화시켜 옷의 가치를 되살린다. 또 역설적으로 빈티지 천 위에 반짝이는 큐빅을 올리기도 한다. 이는 버려진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과거의 가치를 다시 포장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다.
코스트 퍼 킬로는 옷이 쉽게 질리지 않도록 디테일에 집중한다. 지난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컬렉션은 얼핏 보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레이어링 된 포켓, 반대로 나와 있는 재봉선, 마감처리가 되지 않는 재봉 등 세심하게 다듬은 구석이 곳곳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이드 투 오더 제작으로 유명했던, 국내 남성 패션계에서 이미 마니아 팬층을 보유한 슬립워커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인 만큼 제품력에 대한 의심은 거둬도 좋다.
Why
코스트 퍼 킬로를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닌 사회적 움직임으로 보면 어떨까. 이들은 옷을 단일적인 생산과 소비의 관점이 아닌, 전체적 흐름에서 바라본다. 누구보다 옷을 사랑한 코스트 퍼 킬로는 쓰레기처럼 배출되는 옷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고 컬렉션을 전개한다. 디자인을 넘어 옷의 순환 과정까지, 소비의 시대 속 코스트 퍼 킬로는 패션의 참가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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