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킷레인 인터뷰 - 모국으로 돌아온 다섯 이방인

“한국에서 힙합하는 내내 ‘검머외’ 소리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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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메킷레인은 미국에서 자란 다섯 래퍼가 만든 힙합 레이블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로 4년이 지났지만 메킷레인은 미국 출신이라는 수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이 힙합의 본고장이어서가 아닌, 이들 스스로가 모국이라 부르는 땅에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느낀 것들을 음악에 담아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 힙합 레이블은 한국에서 또 본적이 없다. <하입비스트>가 모국으로 돌아온 다섯 이방인, 메킷레인을 만나고 왔다.

이제 한국에서 루피, 나플라는 힙합 팬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아는 이름이 됐어요. <쇼미더머니> 이후 메킷레인 전체에 생긴 변화가 있나요?

블루: <쇼미더머니> 안 나가봐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일단 회사에 사람이 늘었어요. 그걸 보고, 우리가 이제 돈을 버는구나’하고 느꼈어요.

나플라: 가장 큰 차이라면 사무실이 생겼다는 점이죠. <쇼미더머니> 나가기 전까지는 스튜디오랑 회사 식구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어요. 하지만 사무실이 생기면서 서로에게 방해될 일도 적어졌고, 그만큼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환경은 확실히 좋아졌죠. 심적인 차이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루피: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사업적인 측면에서 저희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어요. 그저 음악만 만들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음악을 돈으로 만드는 건 또 다른 영역의 일이더라고요. <쇼미더머니> 이후 많은 일이 벌어지면서 처음으로 비즈니스에도 눈을 뜨게 됐어요. <쇼미더머니>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계속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된 거죠. 감사한 일이에요.

나플라, 블루, 웨스트는 원래 동네 친구라고 들었어요. 친구들끼리 재미삼아 하던 음악이 이제는 직업이 됐는데, 그러면서 바뀐 점은 없나요?

블루: 가장 달라진 건 돈이죠. 미국에서는 일을 하면서 음악을 했어요. 이제는 일로서 음악을 하고요. 예전에는 그냥 제 마음에만 들면 음악을 냈어요. 이 노래가 히트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못해요. 물론 저희가 정말로 원하던 모습이죠. 그런데도 가끔씩은 혼란스러워요. 내가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 래퍼는 맞는지 싶거든요. 음악하는데 자격은 없으니까.

나플라: 저는 똑같아요. 미국에 있을 때도 지금처럼 똑같이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했고, 똑같이 그 불안감 때문에 열심히 했어요. LA 햄버거 집에서 친구들이랑 4시간 동안 앉아서나 랩네임 뭐 하지” 고민할 때도 저는 나름대로 진지했어요. 지금은 그 고민의 이유가 달라졌을 뿐이죠. 예전에는 음악만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사업적인 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생겼으니까. 그런데 뭐, 달라지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삶의 질도 달라졌고요.

이따금 미국이 그립지는 않나요?

블루: 그립죠. 하지만 그때처럼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 쪼개 가면서 음악 하고 싶지는 않아요. 멤버들끼리 한국에 들어오면서 다짐했던 게 딱 하나 있어요. ‘우리 다시는 아르바이트 하지 말자.’

나플라: 맞아요. 다시는 아르바이트하기 싫어서 열심히 했던 것도 있어요. <쇼미더머니> 찍을 때도 그랬지만, 늘 더 이 악물고 음악을 했어요. 물론 향수도 느끼죠. 그런데 막상 미국 가면 기분이 이상해요. LA에 가면 내가 LA 사람 같지 않다고 느끼는데, 한국에 있어도 내가 한국 사람 같지 않다고 느껴요. 어딜 가도 이방인이 된 기분이랄까.

제이 콜이 말했던 ‘MIDDLE CHILD’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블루: 돌이켜보면 우린 늘 1.5세대였던 것 같아요. 교포 1세대도 2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지인도 아닌. 가끔 미국에 돌아가면 모든 풍경이 익숙해요. LA에 있는 동안은 ‘내가 한국에서 랩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까먹고 지내거든요. 그러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내가 애초에 미국에서 살긴 했었나’ 싶어요. 미국에서는 저희는 늘 이민자였는데, 정작 모국에 왔더니 다시 교포가 된 거예요. 좀 슬픈데?(웃음)

오왼: 저는 힙합하는 내내검머외소리를 들었어요. 같은 나라 사람들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소외감이 정말 크더라고요. 어디도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짜증이 났어요. 그 화를 분출하고 해소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런 일련의 사건이 벌어졌나 봐요(웃음).

나플라: 그래서 오왼이 저희랑 잘 맞았나봐요.

미국에서 음악을 하는 것과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블루: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것 같아요.

루피: 한국에서는 음악을 머리로 하는 것 같아요. 더 이성적이게 된다고 해야 하나? 미국에서는 뭐든지 심각하게 생각 안 했어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놀다가노래 만들까?”해서 만들면 그게 곡이 되는 거예요. 반면 한국에서는 걱정부터 앞서는 거죠. 지금 이 가사를 넣으면 ‘19이 걸릴 테고, 이런 가사는 민감하게 반응이 올 것 같은데 굳이 넣어야 할까 하는 것들. 다른 멤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요.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것도 같아요.

오왼: 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기야 하겠느냐만, 한국에서는 어떤 이슈가 하나 터지면 모두가 그 이야기만 해요. 누구나 일상 속에서 똑같이 겪는 일들인데, 한번 기사화가 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론화가 되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나는 거죠. 그것 때문에라도 마음 편하게 음악을 못하겠어요. 왜 다들 타인에게는 더 엄중하게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어요. 가끔은 스스로 래퍼가 아니라 실험실의 쥐가 된 기분이 들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루피, 나플라가 듀오인줄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루플라’의 돈독함에 질투를 느낀 적은 없나요?

블루: 루피형은 저 안 유명하다고 같이 듀오 안해줘요(웃음)!

오왼: 질투 한 적은 없어요. 대신 그동안 제가 다른 멤버들을 더 돈돈하게 챙기려고 노력해요. “엄마, 아빠(루피, 나플라)가 열심히 돈 벌어오고 있으니까 우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 장남으로서 엄마 아빠 실망시켜 드리면 안 된다.” 그런?

루피: 우리 멤버들은 각자가 뭘 하고 있고, 그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질투하기보다는 좋게 생각해줬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웃음).

‘루플라’ 외에 다른 듀오나 트리오 활동 계획도 있나요?

오왼: 있어요. ‘블루바도즈’라고(웃음).

블루:블루피’도 있어요(웃음).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멤버들에게 피처링 부탁도 잘 안 해요. 멤버들 각자가 워낙 혼자 음악 작업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 고집도 센 편이라. 물론 ‘듀오는 절대 안 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아니지만, 누가 됐던 다른 누군가랑 앨범을 같이 만들 생각은 아직 엄두도 못내요.

평소에 멤버들끼리 놀러도 같이 다니는 편인가요?

영 웨스트: 다른 힙합 레이블에 비하면 확실히 같이 지내는 편인 것 같아요. 다들 한국에 친구가 별로 없어서(웃음). 그래서인지 밥을 먹던, 술을 마시던, 영화를 보던 주로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다녀요. 작업할 때만 빼고.

새 멤버를 영입할 계획이 있나요?

루피: 이제서야 조금씩 생각해보고 있어요. <쇼미더머니> 전까지만 해도 영입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거든요. 이제는 슬슬 고개를 돌려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미국물’ 먹어야 된다는 고집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15, 16살 어린 친구를 영입해서 키워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그전에 메킷레인이 힙합 신 안에 확고히 자리를 잡는 게 더 중요하겠죠.

그럼 영입 조건도 있을까요? 이를테면메킷레인이 바라는 인재상같은?

나플라: 메킷레인에서는 자기가 자기의 음악 해야 돼요. 회사가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음악까지 대신해서 만들어줄 수는 없으니까.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음악과 확실한 색깔이 있는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네요.

오왼: 이건 메타포지만 KBL 선수 말고 NBA 선수였으면 좋겠어요.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라온 환경과 공유하는 정서의 문제에요. 물론 음악도 잘해야겠지만.

메킷레인은 한국에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정점을 찍은 느낌이에요. <쇼미더머니> 우승도 해봤고요. 그런 메킷레인이 앞으로의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숙제가 있다면 뭘까요?

오왼: 지구 정복이요.

블루: 아직 메킷레인이 회사인 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아요. 팬들 중에도 ‘메킷레인 크루’ 정도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 음악은 멤버 각자가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이제는 메킷레인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근사한 포장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메킷레인 Vol. 2’가 나올 때가 된 거죠. 

루피: 저는 우리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직도 유튜브에 메킷레인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 많지 않거든요. 물론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회자되고 더 유명해지기만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린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목표니까, 그 일을 더 잘해내고 싶어요.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과도 경쟁을 하고 싶고요. 여러모로 관심사를 빼앗기는 중에도 메킷레인 만의 자리를 굳건히 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나플라: 저도 루피 형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나플라나 메킷레인, 둘 다 아직 정점을 찍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죠. <쇼미더머니>는 제가 겪어야하는 수많은 단계 중 하나였고, 감사하게도 그걸 잘 이뤄낸 것뿐이에요. 그 이상으로 의미 부여는 안해요. 이 바닥은 조금만 멈춰있으며 금세 잊히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게, 부지런히 음악 하려고요. 잘 벌어야 되니까(웃음).

메킷레인 인터뷰 - 모국으로 돌아온 다섯 이방인의 얼굴, 힙합 레이블, 루피, 나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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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yeonuk Joo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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