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오혁, 후지와라 히로시, 일 스튜디오의 사진전 'O! LEICA, OFF THE ROAD'

네 명의 인물이 길 위에서 마주한 사물과 순간.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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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오혁, 후지와라 히로시, 일 스튜디오가 11월 13일 삼청동 국제갤러리에 모였다. 과연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광경을 또 목격하게 될 일이 있을까. 한편 각기 다른 분야에서 아이콘으로 기록되는 네 명을, 과연 한 자리에 모이도록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내건 라이카의 전시, <O! LEICA, OFF THE ROAD>는 그 대답으로 기능한다. 바로 사진의 힘. 박찬욱, 오혁, 후지와라 히로시, 일 스튜디오의 네 명은 저마다의 라이카를 들고 길을 나섰고, 그 여정의 찰나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O! LEICA, OFF THE ROAD>는 그 결과를 한 데 엮은 전시다.

총 2층의 공간에 전시된 약 50여 점의 사진. 같은 주제를, 다른 카메라로, 다른 순간과 공간에서 포착한 결과는 각 인물이 지닌 상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신에게 사진은 무엇일까? 왜 그것을 카메라에 담았나? 그것은 또 무엇이라 부르고 싶나? 그리고 왜 찍나? 박찬욱, 오혁, 후지와라 히로시, 일 스튜디오에게 사진과 세계 그리고 순간에 대해 물었다.

박찬욱

‘OFF THE ROAD’ 외 이번 전시의 개인적인 이름을 따로 붙여본다면요?

사실 제가 제안했던 주제는 ‘OFF THE ROAD’가 아닌 ‘ON THE ROAD’였어요. 그런데 잭 케루악의 소설 등에서 이미 소비된 이름이라 주제를 좀 비틀게 됐죠. 물론 지금도 좋지만 굳이 제 사진들만을 위해 따로 이름을 붙인다면 ‘ON THE ROAD’도 될 수 있겠네요. 글자 그대로 제가 걸어다니면서 목격한 것들을 담은 사진이다보니 적절한 제목일 것 같아요.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요?

세상의 어느 구석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질이, 우연히 지나가던 나라는 사람과, 절묘하게 좋은 빛 아래에서 만나 어떤 하나의 불꽃을 만드는 순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사물의 사진을 통해 당당한 주인공처럼 크고 아름답게 인쇄되고, 결국 이렇게 숭고한 공간에 전시되며 어떤 격이 확 올라가는 그런 과정 또한 전시를 설명하는 주제라고 봅니다.

사진집을 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어떤 사진을 찍고 있고 또 찍을 예정인가요?

오늘 찍은 길 위에서 만난 것들에 대한 사진들과 박물관 그리고 사찰과 성당 같은 종교적인 공간의 사진을 찍고 있어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배우들이요. 총 네 가지 카테고리로 계획하고 있어요.

영상과 다른 사진이 가장 큰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진은 정지된 하나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영화보다 관객의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진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오혁

본인의 사진만을 위한 전시의 이름을 따로 붙인다면요?

다르지 않아요. 큰 기획과 같이이것도 ‘OFF THE ROAD’라 부르고 싶어요. 

어떤 주제로 찍게 된 사진인가요?

주제랄 건 없었고요. 그저 좋은 기회가 주어져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아요. 그냥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라이카의 여러 카메라를 고를 기회가 있었는데 가볍게 기록을 하자는 생각에서 일부러 가장 저렴한 디지털 카메라를 골랐어요.

필름과 디지털 중 오혁은 어떤 사진을 더 선호하나요? 이유가 있다면요?

사진은 아직까지 취미일 뿐이기 때문에 촬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디지털이 더 편하기는 해요. 하지만 선호하는 건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아날로그가 주는 분명한 텍스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글자글하고 따뜻한?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나 잘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 그런 감각이 부럽기도 하고요.

사진을 찍을 때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뭘까요?

순간인 것 같아요. 그 순간을 최대한 잘 담아내는 것.

그렇다면 전시된 사진은 그 순간이 잘 담긴 건가요? 어떤 상황에서 포착된 순간이었나요?

찍은지 얼마 안 된 사진인데, 베를린에서 보컬 녹음을 끝내고 다음날 사진을 찍으러 나갔어요. 좋아하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 공원에 누워 해 지는 걸 바라보면서 하늘만 찍었어요. 해가 지는 그 순간의 색과 분위기, 최대한 있는 그대로 그 당시의 이미지를 담고자 했어요.

후지와라 히로시

이번 전시의 사진들에서는 유독 검정색이 두드러져요. 검정색을 주로 담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한 의미랄 건 없어요. 그냥 찍다보니 검정색이 많았던 것 같고, 전시를 주최하는 라이카에서 검정 위주로 고른 모양이에요.

전시의 이름을 붙이자면요?

어려운 질문인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찍은 사진들은 아니었어요. 그냥 지금 이름 그대로 쓰고 싶어요.

스트리트신의 중요한 이름이자, 후지와라 히로시의 개인적인 역사로서 사진이란 어떤 매체인가요?

모든 사람들의 사진이 가진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일종의 일기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직관적이고 간편하고, 모두가 그렇듯 기억하고 싶은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도구죠.

일 스튜디오

미술 감독이자, 큐레이터, 출판사, 디자이너로서 사진은 어떤 도구인가요?

너무 많은 의미의 도구 같아요. 지금 전시처럼 나의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영감을 담는 도구로 쓰이기도 하죠. 예를 들면 저는 요즘 기록이나 감정 표현의 도구로 어떤 단어나 문장을 쓰지 않아요. 대신 사진으로 기록하고 표현하죠. 매우 중요한 변화인 것 같아요.

다른 예술과 달리, 사진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순간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죠. 결국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는 매체예요. 그래서 이번 전시의 사진 몇몇을 일부러 흐릿하게 초점을 날린 것들로 골랐어요. 추상적이지만 결국 이것 또한 현실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본 전시에서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나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전시에 선보였던 1970 ~ 1990년대의 건물 사진과 일부러 흐릿하게 찍은 초상화 시리즈를 포개어 놓고 싶었어요. 극단적으로 현실을 반영한 건물의 사진과 사진으로 쓴 추상. 이 두 주제가 서로 대화하듯 현실을 말하는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제법 잘 포개졌다고 생각해요.

 

‘O! LEICA, OFF THE ROAD’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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