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 디가 인터뷰 - 앨범 아트워크 디자이너 겸 VMC 대표

B.o.B,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우원재의 앨범 커버를 만든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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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어떤 음악을 귀로 접하기 전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앨범의 커버다. 멜로디와 비트를 접하기 전 우리의 인식 한켠에는 이미 음악의 얼굴과도 같은 앨범 커버가 자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청각을 시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작업을 거칠까? 우리는 무심코 뮤지션 그자체에 집중하지만, 앨범의 커버 뒤에서 묵묵히 그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식케이, 더콰이엇, 빈지노,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우원재와 같은 국내 뮤지션을 넘어 메이드인도쿄, 24 아워즈 등 해외 아티스트의 음반 디자인까지 책임지고 있는 로우 디가를 만났다. 그에게 앨범 아트워크라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비스메이저 대표로서 품은 언더그라운드 신에 대한 생각, 그리고 최근 작업한 아트워크의 숨은 이야기 등에 대해 물었다.

로우 디가는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2005년 로우 디가라는 이름의 래퍼로 활동했고, 2012년부터 앨범 아트워크 일에 전념하고 있어요. 2014년에 딥플로우, 우탄과 비스메이저 컴퍼니(이하 VMC)를 차렸고요.

이중 가장 본인을 대표하는 작업을 꼽는다면요?

물론 아트워크 디자인 일이죠. 제 성격이 나서기보다는 주로 서포트하는 쪽이라, 혼자 디자인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한동안 인터뷰를 피했다고 했는데, 지금 <하입비스트>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유명 뮤지션과 작업하고 나면, 그 앨범에 관해서만 인터뷰 제안이 들어와요. 그런 부분이 싫어서 한동안 고사했죠. 사실 일러스트레이터인 루드세프님과 꽤 친분이 있는데, <하입비스트>에 올라온 루드세프 인터뷰를 보고 용기를 냈어요.

로우 디가 인터뷰 - 비스메이저 대표 겸 앨범 아트워크 디자이너, 우원재, 메이드인도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B.o.B

VMC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중 하나죠. 그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언더그라운드라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피하고 있어요. 대중들은 그런 용어로 칭하는 게 편하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 후에 미디어와 힙합, 자본이 만나면서 그 타이틀은 많이 희석됐는데, 그래서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은 것 같아요. 요즘엔 메이저와 인디펜던트, 이 둘로 나누는 게 더 맞다고 봐요.

‘언더그라운드’라는 타이틀을 두고 많은 디스전이 있었어요. <내일의 숙취>에 나온 딥플로우는 “듣기 싫으면 듣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죠. 레이블의 대표로서 어떤 입장인가요?

우리 레이블은 웬만하면 팬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소명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대중의 성격이나 매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소명은 이제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중간에 비판도 많이 받았고, 저도 사람인지라 언짢고 서운한 부분이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좀 더 음악을 좀 더 공격적으로 전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음반을 냈다는 건가요?

네. 내부적으로도 자각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아티스트 수에 비해 앨범 발매가 적었어요. 좀 더 공격적으로 전개했다면 그 비판의 여론이 좀 누그러졌을 거라 봐요.

과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소명을 해오셨는데, 요즘 그런 활동들이 현저히 줄었어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요?

설득하고 소명하는 행위가 오히려 저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민감한 사안에 구태여 소리 내어 의견을 덧대는 행위가 그저 소비되고 마는 느낌. 어느 순간 ‘현타’가 왔고, 그래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됐어요.

당시 소셜 미디어에서는 역시 선비다라고 칭송받기도 했죠?

당시가 제가 제일 열심히 활동할 때였어요. 아쉬운 건, 그런 활동 때문에 저에게 선입견을 갖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이제는 그런 이슈에 덜 신경 쓰고, 제 개인 작업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제 작업물에 대한 정직한 피드백만 받고요.

외국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고, 이후 국내에 이름을 알렸죠. 보통 그 반대인데, 국내외를 넘나들며 바쁘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대학교에서 사운드아트를 전공했고, 한국 영상 제작 회사에서 2년간 일하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한동안 백수로 지내다 회사에서 배운 애프터 이펙트 툴로 앨범 아트워크 일을 시작해봤죠. 처음에는 포트폴리오가 없어 일을 따내기 힘들었어요. 어린 마음에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면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싶어 구글링과 트위터로 해외 뮤지션들 연락처를 찾아내, 제 습작을 마구 보냈죠. 그러다 운 좋게 B.o.B와 연이 닿았고, 그 계기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지금의 로우 디가를 있게 한, 인물 5명을 꼽자면 누군가요?

처음 일 시작할 때 도와준 B.o.B랑 슬럼 빌리지요. 지금도 참 고마워요. 그러다 메이드인도쿄랑 24 아워즈를 통해, 외국에서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죠. 그리고 마지막은 물론 딥플로우 형이죠.

메이드인도쿄의 앨범 <Eric Koston>의 플레이스테이션 <토니호크 프로 스케이터> 패러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는 직관적인 디자인을 좋아해요. 메이드인도쿄가 어릴 때 동생 24 아워즈와 매일 플레이스테이션 1으로 <토니호크 프로 스케이터>를 했대요. 과거 추억을 담은 헌정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해서, 마침 집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CD 타이틀을 앨범 커버에 그대로 되살렸어요.

최근 G 허보 x 사우스사이드의 <Swervo>도 에릭비앤라킴의 <Follow the Leader>의 커버를 떠오르게 하는데 같은 맥락인가요?

그 친구들이 시카고 기반인데, 드릴 음악을 해요. 엄청 어둡고 거친 힙합이죠. 뮤지션과 얘기하다 그런 거친 결을 조금은 클래식하게 표현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힙합 본연의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에릭비앤라킴이 떠올랐고요. 당시 그의 앨범 커버를 저의 방식대로 다시 해석했어요. 사실 의상이랑 색감은 좀 아쉬운데, 시카고 드릴 장르하는 친구들이 피와 관련된 걸 좋아해서 붉은 계열을 택했죠.

최근 1간의 작업물을 보면 힙합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익스페리멘탈 일렉트로닉, 펑크를 연상케하는 커버가 두드러져.

작업 외에는 보통 온종일 그날 새로 나온 음악을 모두 들어요. 언더그라운드와 인디펜던트의 개념이 희석된 것처럼, 음악도 장르에 있어 그 경계가 아주 모호해졌어요. 제 아트워크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고요. 가령 작업 초반에 주로 하던 B급 감성의 믹스테이프 아트워크를 이번에 다시 가져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Hood Star>를 만들었죠. 그리고 빈티지 레이브와 B급 감성이 요새 앨범 아트워크 디자인 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카테고리에요. 요새 포스트 말론이 하는 계열도 그렇고요. 그쪽의 문화를 습득해, 힙합에 최대한 녹이려고 해요

타 장르의 아티스트가 앨범 작업 제의를 한다면 응할 의사가 있나요? 

모두에게 열려있어요. 마음은 열려있는데 아무래도 힙합 위주의 포트폴리오라 성사되기 좀 힘들더라고요.

포스트 말론과 함께 일하게 뻔한 일화가 있다고 들었어요.

2014디지털 마드리드 큐레이터가 저와 브라이언 리베라, 트래비스 브라더를 불렀어요. 지금 포스트 말론 그래픽 일을 해주는 친구들이죠. 이후 돈다에서 갓 독립한 조 페레즈가 저희에게 인턴십 제안을 했어요. 그 둘은 갓 스무 살이었는데 저는 나이도 좀 있고, 인턴을 하게 되면 다른 작업을 못 해서 고사했어요. 당시만 해도 포스트 말론과 그 둘 다 무명이었는데 ‘White Iverson’ 하나로 큰 명성을 얻었죠.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함께 성장한 사례죠. 저도 그런 걸 꿈꾸는 데 아직 그런 기회가 없네요. 지금은 좀 후회해요

포스트 말론이나 칸예 웨스트, 모두 굿즈로 유명하죠. 굿즈를 출시할 계획은 없나요?

보통 앨범이랑 연계되서 나오는데, 아직 국내 앨범 시장에는 그런 기회가 없네요. 최근 염따가 굿즈를 팔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한정이고, 앨범 단위로는 잘 기획이 안되더라고요.

로우 디가 인터뷰 - 비스메이저 대표 겸 앨범 아트워크 디자이너, 우원재, 메이드인도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B.o.B

POLLARI – <LIL JESUS>

최근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있나요?

폴라리라고 릭 루빈이 키우고 있는 어린 아티스트에요. 공상과학이나 일렉트로닉 등, 실험적인 장르의 작업을 많이 하죠. 그 친구랑 이야기하는 게 즐겁고, 무엇보다 젊은 감성은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같아요.

젊은 감성이요?

제가 줄곧 해오던 것만 하면 오래 못했을 텐데, 어린 친구들 만나고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유명한 사람과 작업하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주로 재밌는 프로젝트를 찾아요. 일이 재밌어야 작업물도 좋고, 소비자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여성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전무 같아요. 함께 협업하고 싶은 여성 뮤지션을 뽑자면요?

국내건 해외건, 뮤지션 인구 대비 여성 아티스트가 별로 없어요. 수요가 그렇다보니 저에게도 기회가 많이 안온 거죠. 메간 디 스탈리온 음악을 좋게 듣고 있는데, 보통 좋은 아티스트에게는 이미 좋은 매니지먼트가 붙어있더라고요. 앞으로 더 좋은 기회들이 오겠죠?

이제는 음원 파일을 다운받지 않는 미디어 스트리밍 시대에요. 디지털 퍼블리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물론 디자이너로서는 물리적인 앨범을 내는 게 좋죠. 처음 일 시작했을 땐, 무조건 음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사실상 물리적 음반 시장은 국내건 해외건, 다 죽었죠.

앨범 아트워크의 중요성이 죽었다고 생각하나요?

음반이 죽었다 할지언정, 앨범 아트는 아직 건재하죠.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만 보더라도 앨범 커버가 맘에 안 들거나 성의 없게 느껴지면 바로 피드백이 오는걸요. 음반이 안나오는 건, 단지 흐름이 변해서겠죠.

상업적인 여파가 있나요?

당연하죠. 음반이 나오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인건비도 덩달아 높아지니까요. 다행스럽게 저는 그간 해오던 게 있어서 디지털만 해도 배고프지 않아요.

버질 아블로와 칸예 웨스트의 경우처럼 패션, 아트, 디자인 쪽으로 스펙트럼을 넓혀보는 건 어때요?  

패션, 아트 쪽에서 심심치 않게 제안이 와요. 그런데 아직 이 분야에서 정점을 못 찍어서 아직은 넘어가기 좀 이르다고 생각해요.

그 정점은 대체 어디인가요?

미국 음악 시장에서 아직 아트워크 작업을 완벽하게 매듭 짓지 못했어요.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작업도 해 봐야 제 아쉬움이 조금 덜해지고 다른 분야에 더 열린 마음을 가질 것 같아요. 항상 그 정점에 닿을 때쯤 무너지더라고요. 아직 100을 채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다른 제안이 와도 좀 조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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