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겨냥한 12월의 추천 전시 9선
언제까지 작품을 ‘보기만’ 할 것인가.
최근 미술관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관람객을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작가와 작품을 관람객과 연결하는 움직임을 넘어 최근에는 연출 방식과 관람 방법까지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이르렀다. 지시문을 건네며 관람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VR과 AR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까지, 그 모습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전시를 보는 행위는 ‘관람’의 차원이 아닌 ‘경험’의 범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경험으로서, 아래의 전시들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1” Eclipse>
작가는 일식과 월식의 ‘이클립스(eclipse)’를 주제로, 두 세계가 만났다 헤어지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의 교차점, 개인의 상상과 실재가 포개어지는 순간, 일상 곳곳에서 교차하는 장면들. 전시는 모두 충돌하거나 상충하는 것이 아닌, 어떤 현상이나 사건 그리고 감정들이 포개어지는 찰나를 표현했다.
작가: 유재연
일정: 2019년 12월 18일까지
장소: 도잉아트 |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325길 9
정보: dohingart.com
<시작하자마자끝나기시작>
작가 정서영은 삶과 죽음의 순환 안에서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을 상기시키는 영상과 설치 작업을 펼쳐왔다. 육체의 유한함과 시간성은 그의 작품에서 상자로, 때로는 안팎이 뒤집힌 양말 혹은 공간으로, 구속복을 입은 퍼포머의 움직임이나 텍스트로 구현돼왔다. 이번 전시의 주 영상 작품인 ‘슬립스트림’은 마치 차체가 인간의 몸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동차 안에서 유리로 바라보는 풍경과 내비게이션의 평범하지 않은 안내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관통하며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의 삶을 바라보게끔 한다.
작가: 장서영
일정: 2019년 12월 21일까지
장소: 두산아트센터 | 서울 종로구 종로 33길 15
정보: www.doosanartcenter.com
<YOU, Live! – 12개의 문고리>
<YOU, Live!>는 박윤영 작가가 쓴 새로운 시나리오 ‘12개의 문고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극-전시 플랫폼이다. 작가는 체르노빌, 후쿠시마서 발생한 대규모 원전 사고, 영국의 리비아 침공 등 동시대 특정 사건들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이미지와 텍스트를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섞어 그것을 다시 재구성했다. ‘You’로 시작하는 2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관람객을 전시의 주인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며, 스크립트, 사운드, 비디오, 드로잉, 조각, 아카이브의 유기적 장치는 당시의 상황에 개입,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작가: 박윤영
일정: 2020년 1월 12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정보: ilmin.org
<애니메이션의 확장>
한-덴마크 수교 60주년 및 상호 문화의 해를 기념하여 주한덴마크대사관과 더애니메이션워크숍이 함께 기획한 전시 <애니메이션의 확장>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7인(팀)의 실험적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펼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사는 디지털 환경 속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유연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그 개념을 확장하는데 그 의의를 둔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애니메이터와 최첨단 기술을 구사하는 테크니션이 긴밀한 협력으로 이룬 작품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작가: 트리네 보우센, 안 리슬리가드, 소피아 이오아누 제르딩, 마크 쏘랜더, 우나영, 마티나 스카르펠리, 우리 & 미셀 크라노트
일정: 2020년 1월 17일까지
장소: KF갤러리 | 서울 중구 을지로 5길 26
정보: www.kf.or.kr
<탱크>
전시 제목과 동명의 신작 영상 <탱크 Deep in the Forking Tanks>에서 작가는 잠수부들을 만나 깊은 물 속으로 내려간다. 그는 물 속으로 내려가기 전에 부유 탱크에 들어가 시뮬레이션 잠수를 경험한다. 감각 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라고도 알려진 이 탱크는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을 모두 차단할 수 있다. 작가는 영상을 촬영한 후, GPS, VR, 페이스 스와프, 게임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현실적인 상황에 어딘가 비현실적인 경험을 획득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이런 방식으로 관람객이 의식하고 있는 가상의 감각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 경계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기이한 상황을 제시한다.
작가: 김희천
일정: 2020년 1월 19일까지
장소: 아트선재센터 | 서울 종로구 율곡로 3길 87
정보: artsonje.art
<색과 함께하는 재미난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인 알부스 갤러리에서 판화작가 윤주희의 첫 개인전을 선보인다.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판화가로 소개하는 윤주희는 전통적인 인쇄술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사용해 작업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 오래되어 희미하지만,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는 옛 이야기들을 작가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 <UP DOWN INSIDE OUT>과 <SUPPOSING>을 소개하며,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수상한 원화를 포함, <뉴욕 타임즈>, <뉴요커> 등과 함께 작업한 정기 간행물도 전시될 예정이다.
작가: 윤주희
일정: 2019년 12월 12일 ~ 2020년 2월 9일
장소: 알부스 갤러리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8길 26
정보: albusgallery.com
<게리 힐: 찰나의 흔적>
수원시립미술관은 비디오 아트의 시작기인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인간을 규정하는 언어와 인간을 나타내는 신체 그리고 인간이 속해있는 어떤 공간의 형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리 힐의 전시를 개최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소리는 시간에 따라 소멸과 탄생을 반복한다. 어떤 이미지와 언어가 흩어지는 찰나에 다른 이미지와 언어가 만들어지며 그 뒤를 잇는 것이다. 즉 ‘찰나’에 소멸된 이미지와 언어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떤 ‘장소’, 예를 들어, 무덤에서 머물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작가: 게리 힐
일정: 2020년 3월 8일까지
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 수원 팔달구 정조로 833
정보: suma.suwon.go.kr
<뮤지엄 오브 컬러>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최되는 <뮤지엄 오브 컬러>는 색을 주제로 한 팝업 뮤지엄이다. 이곳에서 색은 공간 그 자체이자 아름다운 작품으로 해석된다. 하늘, 바다와 숲과 같은 자연부터 궁전과 빌딩 같은 인공물까지. <뮤지엄 오브 컬러>는 방에서 방을, 컬러와 컬러 사이를 오갈 때마다 다채롭게 변화하는 새로운 세상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 윤새롬, 린 더글라스, 아트놈, 예너 토룬
일정: 2020년 3월 15일까지
장소: 에스팩토리 | 서울 성동구 연무장 15길 11
정보: www.museumofcolors.kr
<가능한 최선의 세계>
소설가 정지돈과 국내 젊은 작가 10인(팀)의 단체전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색다른 관람 방법을 제안한다. 입장과 동시에 관람객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색안경과 지시문을 전달받게 된다. 레드프린트와 블루프린트, 그리고 예외의 공간으로 설정된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작가들의 스토리를 직접 수집하고 이야기들을 재배치하며 자신만의 ‘가능한 최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블루프린트에 남을 것인가? 어떤 법칙도 없으며 일관성이 부재하는 레드프린트로 떠날 것인가?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없으며, 다시는 반대 세계로도 닿을 수 없다.
작가: 곰 디자인, 권아람, 김희천, 박광수, 박아람, 유영진, 이은새, 정지돈, 정희민, 최윤, 최하늘
일정: 2019년 12월 10일 ~ 2020년 4월 5일
장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 서울 강남구 언주로 133길 11
정보: platform-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