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가 밝힌 루이비통 협업 모노그램 탄생 비화
디자인의 영감이 된 그림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그의 루이비통 협업 모노그램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그의 <갸테이2>에 전시된 ‘What Did the LV Project Mean to ME?’에 대해 설명하며 한 이야기다.
‘멀티컬러 모노그램’은 당시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감독이었던 마크 제이콥스가 2002년 여름에 무라카미에게 먼저 제안해 성사된 컬래버레이션이다. 무라카미는 파리 루이비통 재단에서의 개인전 준비 과정에서 디렉터 에르베 샹데스와의 불찰이 있었고,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 팀원의 반 이상이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제이콥스의 이메일을 받은 무라카미는 남은 여성 스태프에게 루이비통 협업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고,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승낙을 결심했다고 한다.
다시 파리로 간 무라카미와 제이콥스의 미팅 시간은 고작 15분. 루이비통의 아카이브과 공장, 박물관을 투어한 후 무라카미는 곧장 일본으로 돌아가서 남은 여름 내내 디자인에 몰두했다. 같은 시간 휴가를 즐기고 있던 제이콥스가 까르띠에 재단에 전시 중이던 ‘탄탄보 푸킹’을 보고 판다곰이 귀엽다고 하자, 무라카미는 모노그램에 캐릭터의 색감과 눈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무라카미는 이 모노그램이 단순한 상업적 제품을 통해 소비되기 보다는 예술 작품으로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9월 패션위크에 공개된 상품의 무늬를 페인팅으로 제작해 전시했다.
약 12년간의 파트너십 이후 2015년에 단종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루이비통 협업 시리즈는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의 멘즈 디렉터가 되면서 다시 조명됐다. 무라카미의 ‘멀티컬러 모노그램’은 아블로가 예술에 눈이 뜨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무라카미는 그의 모노그램 작품들이 사후 가장 높은 가치를 자랑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