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조 인터뷰 - 욕심 많은 21세기형 방랑자

모델, 디제이 그리고 프로듀서까지, 차원이 다른 ‘사기 캐릭터’의 등장.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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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디제이, 프로듀서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21세기형 ‘사기 캐릭터’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바로 에조. 드레드 헤어와 긴 속눈썹을 가진 에조는 미국과 인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최근 한국에 돌아와 국방의 의무도 마쳤다. 그의 다국적 배경 때문일까. 록, 힙합 그리고 전자음악이 한데 섞인 에조의 데뷔 앨범 <Mind Web Wanderer>는 한국 음악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말을 내뱉는 한편, “망고를 좋아한다”라며 가벼운 속내를 내비치도 하는 에조는 어떤 인물일까. 프리즘처럼 다양한 빛깔을 가진 에조의 세계관으로 당신을 인도한다.

 

“EJ(Z)O: Ecstacy Zigjagger from the Orient”

에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래퍼, 디제이, 프로듀서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에조라고 한다.

에조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에조는 ‘엑스터시 지그재거 프롬 디 오리엔트(Estacy Zigjagger from the Orient)’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는 ‘취해서 비틀거리는 동양인’을 뜻한다. 사실 친구가 처음 장난스럽게 지어준 이름인데, 뜻보다는 어감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됐다.

드레드 헤어부터 더 뮤지엄 비지터의 옷까지, ‘히피’ 그 자체 같다.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이나 브랜드가 있다면?

따로 없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만 브랜드에 연연해서 옷을 입지 않는다. 다만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지금 착용한 반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고, 목걸이는 여자친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줬다.

지금 신고 있는 ‘나이키 덩크 하이’도 눈에 띈다. 커스텀인가?

캘리그래피 작가 겸 타투이스트인 ‘싸이콜랩스(Psycollapse)’라는 친구가 내 이름과 ‘브루클린’을 각각 스니커에 새겼다. 그 대가로 노래를 만들어 선물한 기억이 난다.

 

“가장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은
밴드 로바이페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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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원래 음악을 좋아했다. 슬럼 빌리지, 맙 딥, 바하마 디아 등의 흑인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인도에서 중학교를 다녔을 때, 교내 밴드부를 접하고 처음 연주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다룰 줄 아는 악기는 없었지만 기타를 사가지고 오면 베이시스트로 들여주겠다는 말에 덜컥 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밴드부의 베이시스트로 들어가게 되면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지냈고, 브루클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서 한국으로 오게 됐나?

사실 한국에 정착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다가 2012년 돈도 벌 겸 한국에 놀러 왔는데, 그렇게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중간에 군대 문제가 생기면서 완전히 한국에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복무 중에 A&R 매니저인 승준이 형도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으니까.

헨즈, 모데시, 얀시클럽 등 다양한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했다. 또, 리복 등 여러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도 했다. 모델, 디제이, 프로듀서가 아닌, 뮤지션으로 새롭게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솔로 뮤지션으로 새롭게 시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앨범도 그저 ‘에조’라는 인물을 표현하고 기록하는데 쓰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모델, 디제이, 프로듀서 그리고 뮤지션 중, 에조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도구는?

한 가지로 국한되기보다는, 그저 ‘표현하는 사람’으로 대표되고 싶다. 모델, 디제이, 프로듀서는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일 뿐이며, 나는 그 도구들로 에조라는 하나의 인물을 그리고 싶다. 그렇게 다양한 흔적들을 차근차근 남기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싶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바로 샤워.”

에조 인터뷰 - 욕심 많은 21세기형 방랑자 mind web wanderer

새 앨범 <Mind Web Wanderer>를 한 단어로 소개한다면?

‘샤워’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에서는 나만의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편안하고 안락한 욕실에서 샤워할 때 거미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맥락 없는, 무한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샤워 중 떠오른 즉흥적인 생각과 감정을 이번 앨범에 많이 담았다.

앨범 수록곡 ‘Salt, Light & Pepper’와 ‘Awaiting’은 같은 가사가 곡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달까. 혹시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뜬금없는 것에 사로잡혀 멍 때리는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곡들은 마치 버스 안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멍 때리며 보게 되는 스크린 광고 같다. 반복되는 형태의 트랙들을 통해, 무의식 안에 깊이 깔린 생각의 심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앨범의 첫 뮤직비디오로 공개한 ‘City of Deformumn’는 기존 음악의 구조를 벗어나는 전개 방식과 몽롱한 분위기 인상적이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뮤직비디오는 닉 나이트가 이끄는 미디어 플랫폼 <쇼 스튜디오>의 구윤지 아트 디렉터가 맡았다. 그녀의 작업물이 앨범의 분위기도 잘 맞는 것 같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음악은 2015년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가>에 영감을 받았다. 그 앨범의 수록곡인 김반장의 ‘한 사랑가’라는 노래를 듣고 나도 이렇게 죽이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어졌다.

 

“컴퓨터, 로직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폰 이어폰만 있으면 된다.”

에조 인터뷰 - 욕심 많은 21세기형 방랑자 mind web wanderer

힙합, 재즈, 록 그리고 전자 음악. 이번 앨범은 여러 장르가 뒤엉킨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득하다. 작업하는 방식이 궁금한데.

생각보다 작업 방식은 간단하다. 컴퓨터, 로직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폰 이어폰만 있으면 된다. <Mind Web Wanderer>도 같은 방식으로 군 복무 중 작업한 곡들이 모여 만들어진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피처링 없이, 온전히 에조의 목소리로만 앨범을 채웠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가?

예지? 사실 너무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다.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한 작가의 전시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든지 다양한 시도를 다른 아티스트들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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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브루클린으로 돌아간다거나 다른 도시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다른 나라 어디든지 간에, 과일이 많이 열리는 따뜻한 나라에 정착하고 싶다. 망고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앨범 타이틀부터 다국적인 배경까지, 자유로운 ‘방랑자’라는 수식은 에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살았던 곳 중에서 제일 좋아했던 스폿을 하나씩 꼽는다면?

미국에서는 늦은 밤의 브루클린 대교, 인도에서는 구르가온의 갤러리아 오픈 마켓, 그리고 한국에서는 홍대의 생기 스튜디오. 특히, 생기 스튜디오는 잠시나마 내가 과소평가했던 한국 음악신의 고정관념을 깬 준 곳이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한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이 다 모인 곳인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일 년 뒤의 자신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억압과 통제하에 갇혀있는 사회가 아닌, 나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길 소망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내 명의의 차도 하나 생겼으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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