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인터뷰 - 한국인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한 E.U.의 이규범은 누구인가?

칸예 웨스트, 지드래곤을 친구로 둔 진짜 ‘스트리트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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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이규범. 그가 고국인 한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건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조력자로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칸예 웨스트가 입은 티셔츠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시작해 언디피티드의 크리에티브 디렉터, 진관희와 함께 만든 브랜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E.U.)까지, 이규범은 이미 KB라는 이름으로 수년 전부터 세계의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입지를 굳혀온 인물이다.

한국 스트리트 신의 대부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그가 나이키와 협업한 최초의 한국인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지난 발렌타인 데이, 이규범은 자신의 브랜드 E.U. 를 통해 나이키와 협업한 새빨간 색의 에어 포스 1 캔버스 하이를 처음 선보였고, 로스엔젤레스에서의 팝업을 거친 E.U. x 나이키 협업 컬렉션은 이제 곧 한국에 도착한다. 진출이 정해지기도 전, 이규범을 직접 만나 한국인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 컬렉션을 펼치게 된 소감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 모델이 왜 에어 포스 1, 그것도 캔버스 하이였는지를 재차 물었다. 그는 1990년대 한국 힙합과 서태지에 그 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나이키와 협업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 E.U.의 KB LEE 이규범 인터뷰, 진관희 에디슨 첸

아직 KB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할 수 있을까요?

어렸을 때,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저 때문에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어요. 거기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칸예 웨스트의 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잠깐 맡았었죠. 그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이었어요. 이후 칸예는 제법 유명해졌는데, 어느날 그가 제가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티비에 나온 거예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업으로 삼게 된 것 같아요. 이후, 엑스라지, 스투시에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했고, 언디피티드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었어요. 그곳을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일을 시작했죠.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 CEO 등 너무나 많은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여러 브랜드의 컨설팅을 도맡고 있고, 동시에 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하고 있죠. 또한 갤러리의 큐레이터로도 활동하면서, 에스팀 모델 에이전시의 미국 지사장을 역임하고 있어요. 매거진 <보그 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팅도 했었네요.

이중 가장 본인을 대표하는 건 뭘까요?

결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컨설턴트인 것 같아요. 브랜드와 브랜드를 연결하거나, 어떤 브랜드가 다른 곳에 소개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보면 돼요. 이건 마케팅 일과 같더라고요. 결국 제가 하는 일이란 게 다 마케팅의 영역 같아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최근에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바이레도의 한국 론칭에도 관여했었고, 피스마이너스 원 제작을 돕기도 했어요. 최근 카우스가 잠실에 왔을 때도 제가 마케팅을 맡기도 했었네요.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이랄 게 있을까요?

카테고리의 중복은 안된다는 나만의 원칙이 있어요. 같은 분야의 브랜드 일은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제 기준에 못 미치는 구린 일은 절대 안해요.

지금의 이규범을 지금에 있게 한 인물, 다섯 명을 꼽는다면?

우선 처음 패션이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한 칸예 웨스트 그리고 제가 근무했던 언디피티드의 창립자 제임스 본드와 에디 크루즈, 피스마이너스원의 지드래곤, 마지막으로 E.U.를 함께 꾸리고 있는 클롯의 진관희(에디슨 첸)를 꼽을 수 있겠네요. 그들 덕분에 더 많은 프로젝트를 맡으며 성장할 수 있었고, 또한 그들은 일찍이 저의 재능을 믿어줬어요.

한국인 최초 나이키와 협업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 E.U.의 KB LEE 이규범 인터뷰, 진관희 에디슨 첸

그리고 결국 E.U.를 만들었죠. 계기가 궁금해요.

로스 엔젤레스에 있을 때, 진관희랑 자주 어울려 다녔어요. 어쩌다보니 둘 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시기가 겹쳤어요. 맨날 만나서 이별에 대한 푸념만 서로 늘어놨었죠. 그의 장기 중 하나가 바로 ‘드라이 유머’ 즉 상황의 시니컬한 묘사인데,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요즘 심경이라며 “새 여자를 만날 물리적인 준비는 됐지만, 감정적인 준비는 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재밌고 공감이 돼서, 그 감정을 ‘E.U.’라고 칭하고, 프로젝트로 만들자고 했죠.

무너져 내리는 하트 로고 역시 그 감정을 표현한 건가요?

맞아요. 말했듯이 마음으로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그러니까 완전히 깨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무너지는 감정 상태를 로고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직접 만들까 생각도 했지만, 당시 픽사 스튜디오에서 에니메이션 디렉터로 일하던 친구에게 의뢰했어요. 프로젝트로 함께하자고 부탁했는데 선뜻 만들어주더라고요.

장난삼아 시작한 E.U. 프로젝트가 어떻게 의류 브랜드에 이르게 됐을까요?

우선 티셔츠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꼴레뜨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곧바로 하트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파란색으로 만들자고 협업을 제의했고, 이후 베드윈, 유나이티드 애로우와도 협업을 진행했어요. 대부분 친구들이었는데, 그들이 많이 도와준 셈이죠. 그리고 에어 포스 1이 나왔고요.

나이키와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와 진관희 모두 나이키와의 인연이 깊어요. 진관희는 자신의 브랜드 클롯을 대표해 나이키와 전속 계약 프로젝트를 맺고 있고, 저 역시 스투시와 언디피티드에서 일하며 나이키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어요. E.U.가 더 뻗어나가려면, 나이키와 스니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한국인 최초 나이키와 협업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 E.U.의 KB LEE 이규범 인터뷰, 진관희 에디슨 첸

한국인 최초 나이키와 협업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 E.U.의 KB LEE 이규범 인터뷰, 진관희 에디슨 첸

수많은 모델 중 왜 하필 에어 포스 1, 그것도 캔버스 하이톱을 골랐나요?

때마침 영화 <터미네이터 2>를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 나이키 반달 하이가 등장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예뻐보였어요. 그리고 저는 학창시절을 1990년대 한국에서 보낸 세대이기도 한데,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에어 포스 1의 위상은 진짜 대단했어요. 특히 에어 포스 1 캔버스 하이 모델은 진짜 구하기 힘든, ‘레어’ 모델이었죠. 그래서 고르게 된 것 같아요. 디자인을 나이키에 보냈고, 곧 수락했어요.

결국 1990년대 한국에 대한 정서가 담긴 거네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에 대한 기억과 함께, 1990년대 말 에어 포스 1에 붙여진 ‘하늘완창’, ‘고추장’, ‘로보캅’, ‘마요네즈’ 같은 별명들이 떠올랐어요. 당시의 향수가 묻은 거죠. 또한 제가 생각하는 에어 포스 1은 하나의 문화에 국한되지 않은, 온갖 문화가 담긴 스니커라고 생각해요.

그때처럼, E.U. 에어 포스 1에도 별명을 하나 붙인다면요?

글쎄요. 빨간 캔버스니 ‘빨캔’? 그보다 모델의 역사가 중요할 것 같아요. 당시에 솔을 두고 ‘창’이라고 별명을 붙였으니, 그리고 이별의 감정을 담은 브랜드니 ‘이별창’ 어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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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신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선물도 했나요?

한국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요. 이현도 형이랑은 친하니 하나 선물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농구 선수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에어 포스 1은 코트에서 못 신게 돼있더라고요. 사실 러셀 웨스트브룩르브론 제임스에게 한 켤레씩 보냈는데, 이사를 갔거나 치수가 안 맞아 결국 모두 신지 못했어요. 그보다 그냥 여러 사람들이 다양하게 신었으면 해요. 특히 여자분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처음 공개된 건 2월 쯤이었는데, 발렌타인 데이 특수를 겨냥한 건가요?

사실 의도가 다분했는데, 발매 스케줄이 밀려 화이트데이 즈음이 되버렸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미국에는 화이트데이가 없어서 난감했죠.

한국인 최초 나이키와 협업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 E.U.의 KB LEE 이규범 인터뷰, 진관희 에디슨 첸

나이키와 협업한 최초의 한국인이에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감격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앞서요. 해외 여러 큰 브랜드 및 기업들과 일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볼때, 한국은 로컬 브랜드에 대한 지원이 아직 부족해요. 오히려 외국에서는 인정받는데 한국에서는 소외받는 경우가 많죠. 이번을 계기로 한국의 브랜드들이 외국의 큰 기업 혹은 브랜드와 함께 더 많은 협업을 펼쳤으면 해요. E.U.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브랜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기도 하죠.

그게 E.U.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이름 그대로 ‘물리적으로는 (어떻게든)만날 수 있겠지만 정서적으로는 거리가 먼’, ‘한국인이 만들었지만, 한국 것이 아닌’ 브랜드.

브랜드가 생각보다 커져서, 결국 한국에 진출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은 제약이 좀 많아요. 마땅한 소매처를 구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아직 컬렉션의 구성이 다양하지 않아요. 그래도 한국에 더 많이 선보이려고 해요. 우선 오는 4월 12일부터 30일까지, 두타 큐레이팅 스토어 DT275에서 진행되는 E.U. x 나이키 팝업 스토어를 통해 한국에 첫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패션 신의 기반이 아직은 허약한 한국에서, 브랜드를 북돋워 주는 대부의 역할로 남으면 어떨까요? 후지와라 히로시처럼요. 

사실 지금도 여러 로컬 브랜드와 교류하고 또 그들을 곳곳에 이어주는 중이에요. 한국 패션 커뮤니티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어요.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나요?

웬만한 한국 브랜드랑은 두루 다 잘 알고 지내요. LMC, 디스이즈네버뎃, 미스치프 등 요즘에는 자기 색깔이 확고한 브랜드도 너무 많고, 다들 잘하고 있고, 또 뭘 잘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의 친구들도 한국 브랜드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LVMH 프라이즈에 제가 강력 추천한 강혁도 좋아하는 디자이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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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이 이렇게까지 유행하게 될 줄 알았나요?

꼴레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라는 친구가 있는데, 오래전에 그와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어느정도 예감했던 거죠. 하지만 스트리트 패션이 이정도로 주류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요.

브랜드를 다루는 전문가의 견해로서, 이 트렌드는 얼마나 지속될 거라 보나요?

오래 갈 것 같긴 해요.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트렌드의 초점이 기저에 깔린 문화가 아닌 제품에 맞춰졌다는 점이에요. 패션의 근간을 이루는 힙합이나 펑크 같은 문화는 사실 결국 삶의 파편에서 비롯된 것인데, 지금의 양상은 너무 특정 아이템에만 집중돼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트리트 패션이란 매일의 삶이 결국 스타일로 완성되는 거예요.

E.U.는 앞으로 볼륨이 더 커지게 되나요?

우선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6월 쯤 파리에서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몇몇 브랜드와의 협업을 계획중이에요. 나이키와의 새로운 협업도 구상중이고요. 아직 확실한 건 없어요.

새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이색적인 소재와 디자인의 결합이요. 이를테면 일본의 사치코 패브릭으로 M65 밀리터리 재킷을 만드는 식이에요. 요즘 텍스타일에 심취해 있는데, 소재에 집중한 컬렉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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