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파리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15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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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도전보다 절제에 가깝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른 것을 참아냈을 때, 가치는 비로소 용기라는 말로 빛난다. 2020년 봄, 여름 컬렉션에 선 하우스 및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최고의 답을 선택했고, 또한 제시했다.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를 한 데 모아 하우스의 유산 위에 널 뛰듯 풀었으며, 라프 시몬스는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메세지와 상상력의 세부를 디자인에 적용했다. 셀린의 에디 슬리먼과 언더커버의 다카하시 준은 자신의 장기에 대해 증명하는 런웨이를 각각 선보였다. 2020 봄, 여름 파리 컬렉션을 ‘성장’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이유다. 모두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외했다.

용기와 성장이라는 가치 아래, <하입비스트>가 선정한 2020 파리 봄, 여름 최고의 컬렉션은 다음과 같다.

2020 봄, 여름 런던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5

2020 봄, 여름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 베스트 컬렉션 5

 

헤론 프레스턴

워크웨어에 대한 헤론 프레스턴의 사랑은 2020 봄, 여름 컬렉션에도 이어졌다. 주머니 가득한 재킷부터 얇은 원단으로 제작된 셔츠까지, 헤론 프레스턴은 본 컬렉션을 통해 워크웨어 기반의 테일러드 아이템들을 한 층 더 견고하게 포장했다. 지난 4월 선보인 커스텀 나이키 에어 맥스 ‘720 / 95’ 및 고어텍스 협업 부츠로 마무리한 이번 컬렉션은, 워크웨어 마니아라면 꼭 한 번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좋겠다.

 

보디

CFDA, LVMH 등이 주목한 뉴욕 기반의 브랜드 보디가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정성껏, 섬세하게 풀어낸 보디의 수공예 사랑은 단숨에 눈길을 끌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전의 보디가 빈티지한 감성을 진하고 깊이있게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를 풀어냈다. 보디는 2020 봄, 여름 시즌, 1900년대 초기 베일리 서커스를 주제로 삼았다. 서커스는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구석이 있어 다루기 어려운 주제지만, 보디는 서커스단을 상징하는 색과 패턴을 섬세하지만 기발하게 활용했다. 또 빅토리아 시대의 퀼트, 오래된 곡물 자루, 프렌치 침대 시트 등 브랜드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빈티지 원단 역시 눈길을 끌었다. 디테일과 퀄리티에 강한 브랜드인 만큼 모델이 걷는 속도를 아주 느리게 설정한 것 역시 칭찬하고 싶다.

 

핍스

쟁쟁한 브랜드가 줄을 잇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컬렉션을 각인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잔상이 오래남은 컬렉션 중 하나는 바로 핍스다. 드리스 반 노튼과 마크 제이콥스를 거친 스펜서 핍스는 친환경적인 제작 방식으로 옷을 짓는 신진 디자이너. 천연 소재로 옷감을 염색하거나, 유기농 면 혹은 나일론을 재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에 감각이 곤두선 사람이라면 아마 이번 시즌 컬렉션에 지갑을 열지 않을까 싶다. 핍스는 카우보이 룩에 지금의 트렌드를 완벽하게 버무려 빈티지한 멋과 동시에 세련된 인상의 웨스턴 룩을 완성했다. 카우보이 룩에 방점을 찍어줄 모자부터 밀레 협업 트레일화까지, 핍스가 선보인 아이템을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진다.

 

라프 시몬스

고수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또한 고수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은 천 리 밖에서도 빛난다. 라프 시몬스 2020 봄, 여름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가을과 겨울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고전주의 컬렉션을 선보인 라프 시몬스는 2020 봄, 여름 돌연 미래적 스포티즘으로 돌아왔다. 마구잡이로 칠해진 색색의 페인트와 곳곳에 새겨진 각종 텍스트 메세지. 세부는 전혀 다른 시대에 다다랐지만 그 실루엣 만큼은 누가 봐도 라프 시몬스의 것. 올해로 런웨이 24년 차, 라프 시몬스는 2020년 봄, 여름 컬렉션을 통해 런웨이의 세계에도 고수가 있음을 증명했다.

 

JW 앤더슨

파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에서 펼쳐진 JW 앤더슨의 2020 봄, 여름 컬렉션. 조나단 앤더슨은  블루, 핑크, 그린, 옐로우 등 다양한 컬러웨이를 사용하며 계절감을 드러냈으며, 절개 스웨터와 독특한 실루엣의 트렌치코트로 이목을 끌었다. 함께 공개된 캡 모양의 가방부터 금, 은 장식 토트백 그리고 니트 소재의 커다란 헤어밴드 등의 액세서리도 주목할 만하다. 조나단 앤더슨은 “옛날부터 쓰인 전통적인 기술이지만 모던한 느낌을 선사하는 모자이크 등의 D.I.Y 니트 공법을 좋아한다.”라고 컬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오프 화이트

현장에는 초대장을 통해 예고한 주제 “PLASTIC”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WWD>와의 인터뷰를 통해 꽃꽂이가 취미라고 밝힌 버질 아블로는 희고 풍성한 꽃을 런웨이 전체에 심었다. 그는 컬렉션 주제에 대해 “단어 “플라스틱”을 은유적으로 사용했다. 현 시대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도 전혀 다른 문맥으로 사용될 때가 있으니까. 단어의 쓰임을 가르는 기준은 ‘순간’이다. 플라스틱은 사람이 만든 소재 중 하나로, 다른 환경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나는 매 시즌 만드는 초대장에 이같은 은유를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그의 말은 흰 꽃 사이로 등장한 컬렉션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빛의 퀼트 재킷, 아메바 모양의 아플리케 모티브, 플라스틱 소재의 레인 코트, 그러데이션 효과와 워싱 작업을 통해 완성한 색감. 아블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환기하고 또한 퓨추라와의 협업을 통해 이를 예술로 승화했다.

 

와이 프로젝트

흐트러지고 헝클어진 아이템으로 가득했던 와이 프로젝트 2020 봄, 여름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랜 마틴스는 의도적으로 세부를 헝클고, 좌우 대칭을 무시하는 특유의 디자인 방식을 이번에도 고수했다. 착시 효과 단추가 달린 셔츠, 어깨 선이 흘러내린 오버사이즈 재킷 등은 그의 과감하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파편이다.

 

언더커버

날렵한 재킷, 기다란 셔츠, 고딕풍의 흑백 일러스트, 그리고 런웨이를 가득 채운 블랙 컬러. 오래전 다카하시 준의 언더커버가 다시 돌아왔다. 사이버 펑크, 스탠리 큐브릭 등 다카하시 준이 지난 몇 년 간의 여러 모험과 실험을 거쳐 다다른 곳은 고딕과 호러. 이는 약 15년 전인, 언더커버 초창기의 무드로, 2020 봄, 여름 컬렉션의 과장 섞인 명명은 ‘언더커버 클래식’ 쯤이 될 수 있겠다. 뱀파이어 그래픽 패턴과 함께 언더커버는 컬렉션의 프린트로 사진가 신디 셔먼의 작품을 새겼다. 스트리트웨어의 종말에 대한 선언일까? 다카하시 준은 본 컬렉션의 처음과 끝을 모두 구두로만 완성했다.

 

루이비통

파리 패션위크의 헤드라이너 중 하나, 루이 비통. 이 쇼에서도 버질 아블로의 지극한 꽃사랑은 여전했다. 아블로는 “나는 다양성의 은유적 표현으로 꽃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라며 “꽃은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하나같이 아름답다. 그리고 모든 꽃은 다 똑같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컬렉션은 그의 말마따나 각기 다른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모든 남성들이 똑같은 체형과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듯, 다양한 실루엣과 배색을 선보였다. 온몸으로 봄을 말하고 있는 듯한 여러 파스텔 컬러는 물론, 꽃 모양의 니트, 어머니의 주름치마를 연상케 하는 코트와 슈트 등으로 새로운 남성성을 제시하는가 하면, 연과 가방에 꽂은 꽃 장식으로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년 봄과 여름에는 한층 더 화사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남성들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베트멍

베트멍이라서, 그리고 지극히 베트멍스러워서 무릎을 탁 친 쇼. 감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베트멍은 이번 시즌 파리의 한 맥도날드 매장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경비원과 맥도날드 직원 유니폼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여러 룩은 모두, 그대로 입고 싶을 정도로 실루엣과 밸런스가 훌륭했다. 콘돔 초대장과 맥도날드 컵에 담긴 탄산음료,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베어든 매장 테이블 사이를 종횡무진한 베트멍의 새 컬렉션. 베트멍의 독창적 감각은 여전히 건재하며, ‘베트명은 베트멍’이라는 감탄은 이번 시즌에도 터져나왔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젠더리스’의 아이콘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이번 2020 봄, 여름 컬렉션은 그 모호한 성별 속에서 브랜드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같은 길이, 같은 모습의 헤어 스타일, 성별을 파괴한 스커트와 레깅스에 더한 폴리우레탄 코트, 우븐 블레이저 등이 그 예. 모든 아이템에는 레이 가와쿠보의 해체주의 성향이 담겼다. 또한 블랙과 화이트의 두 가지로 구성된 나이키 협업 에어 맥스 95는 공개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사카이

따스한 ‘어스 컬러’로 칠해진 사카이의 2020 봄, 여름 컬렉션. 아베 치토세는 마드라스, 지브라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각종 무늬와 패턴을 컬렉션에 펼침과 동시에 MA-1 재킷, 카고 팬츠 등 해체주의적 실루엣의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이목을 끈, 또 다른 아이템은 바로 스니커. 나이키 협업의 새로운 ‘LD 와플’은 세련된 블랙 컬러는 물론, 물결치는 형태의 두툼한 아웃솔과 가죽, 나일론 등의 각종 소재로 완성하며 또 한번의 사카이 열풍을 예고했다.

 

셀린

셀린의 새 컬렉션에는 생 로랑 에디 슬리먼의 색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스키니 핏 슈트, 워시드 데님, 시퀸 장식 재킷 등 생 로랑에서 슬리먼이 고수하던 ‘로큰롤 룩’과 ‘글램룩’ 스타일의 아이템들이 그 증거다. 하지만 전 시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일까? 슬리먼은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과 대비되는  캐주얼웨어 등을 선보이며 컬렉션을 더 다채롭게 구성했다.

 

톰 브라운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수석 무용수인 제임스 B의 공연으로 시작된 톰 브라운의 2020 봄, 여름 컬렉션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톰 브라운은 스포츠웨어와 마리 앙투아네트 시대의 드레스 등 대조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배치하는 식으로 젠더의 경계 뿐만이 아닌 문화와 시대의 경계까지 부수고자 했다. 풋볼 헬멧과 짧은 주름 스커트의 조화와 함께 3D 모양의 치마와 농구공 모양의 백을 함께 연출하며 신선한 실루엣을 쏟아냈다. 특히, 파스텔 계열의 컬러로 컬렉션을 칠하면서 남성 속의 여성성을 최대치로 끌어내며 젠더의 벽을 다시 한 번 깨부쉈다.

 

1017 알릭스 9sm

날렵한 인상의 슈트, 폭이 점점 좁아지는 테이퍼드 팬츠, 세련된 느낌의 맥코트, 레이어드 된 트렌치코트 등 1017 알릭스 9SM의 2020 봄, 여름 컬렉션은 매튜 윌리엄스 특유의 미래적인 디자인에 매끈하고 여성적인 이미지가 결합됐다. 한편, 토트백, 웨이스트백, 백팩 등에는 특유의 롤러코스터 버클이 더해지며 브랜드 특유의 테크웨어 감성이 강조됐다. 눈여겨볼 만한 또다른 아이템은 나이키와의 협업 스니커. 화이트 컬러 어퍼에 선명한 리플렉티브 로고가 새겨진 협업 스니커는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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