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세프 인터뷰 - 세상을 향한 첫걸음

“잔인한 영화나 사진은 무서워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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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평소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탓일까, 작가 루드세프에 대한 자료는 드물다. 때문에 작품 속 단서로 외모나 취향을 가늠할 뿐이다. 하지만 직접 만난 루드세프는 그 예상과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활동 기간 대비, 적은 수의 작품은 게으름의 산물이 아닌 작품에 쏟는 에너지와 시간이라 설명하는 루드세프. 그는 차분하지만, 강렬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작품과 전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친 후, 다시 그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에는 그의 내면이 그의 작품과 제법 닮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루드세프(RUDCEF)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손재영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장면, 그리고 감정 중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공유한다. 디지털 페인팅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내 그림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루드세프(RUDCEF), 필명이 독특하다. 

한국 특유의 집단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건방지다’라는 지적을 종종 받곤 했다. 그래서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 ‘RUDE’에서 앞 글자를 따왔다. ‘CEF’는 ‘UNICEF’에서 가져왔는데, 계속 그림을 그려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을 때, 그림으로 어떤 식으로든 좋은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어린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사촌 동생의 영향인 것 같다. 미술은 전공이 아닌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주로 다루는 주제와 소재는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한 주제 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감정을 그리는 편이다. 때문에 표현 방식에 있어, 스트리트 컬처와 패션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그리고 싶은 장면이 떠오르면 우선 관련 사진과 비디오, 색상 조합 등을 닥치는 대로 수집한다.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나간다.

외부 활동이 거의 드물다. 이번 전시를 진행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전시 경험이 많지 않을뿐더러, 5년 전 열렸던 ‘바치가이’는 이벤트 성격의 전시였기 때문에, 아직 ‘작가’나 ‘아티스트’라는 호칭보다는 아직 ‘그림을 좋아하고 공부하는 학생’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에 대한 부담이나 압력이 없었다. 대인기피증을 포함한 크고 작은 정신적 질환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두려웠던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첫 전시는 김해솔(자이언티)의 권유가 동력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자의로 결정했다는 부분에서 나름의 의의를 지닌다. 여전히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하지만, 이를 통해 분명히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DRIVE>는 어떤 전시인가.

오랜 장롱면허 기간을 깨고, 최근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도로에 진입할 때 느껴지는 공포감이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흔히 ‘드라이브’라고 하면 운전을 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기분 전환’이나 ‘가벼운 일상 탈출’ 등의 뉘앙스가 떠오르는데, 이런 부분이 이번 전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주제와 타이틀을 이렇게 선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 작품에 비해 밀도나 높고, 완성도가 탄탄한 신작은 물론, 페인팅 작품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첫 페인팅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VISAGE>는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과의 교감을 통해 완성되는 작품이다. 그림에 드러나지 않은 얼굴(Visage)의 관람객의 상상과 경험에 의존한다. 첫 페인팅 작업인 만큼 이제 첫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로 그려졌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도 내 모습을 상징한다. 수작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고, 덕분에 수많은 화가분들께 압도적인 존경심을, 어도비(Adobe)에게는 큰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애매한 에디션 넘버가 눈길을 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소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숫자 중 하나인 37을 골랐다. 사실 에디션 넘버에 대한 일반적인 혹은 다른 작가님들의 기준을 잘 모르기도 해서 좋아하는 숫자를 골랐던 것 같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로 초상화를 작업한다. 유독 얼굴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첫 번째로는 어린 시절부터 피부가 좋지 않은 데다 얼굴의 선이 굵어 ‘부담스럽다’거나 ‘혐오스럽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자연스럽게 외모, 특히 얼굴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두 번째로는 사람의 얼굴, 즉 양쪽 눈과 귀 그리고 코, 입, 머리카락, 그리고 윤곽선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만드는 조화가 마치 하나의 종합예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배우, 음악 장소, 각본 등으로 이루어진 영화 같달까. 그리고 얼굴이라는 주제는 표정과 화장 등으로 여러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모두 온전하지 않다. 어딘가가 파괴되어 있거나 소멸되어 있다.

관점을 바꿔서, 온전하지 않다기 보다는 내부를 보여준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외면에 비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그림에 해부학적 장치를 사용했다. 또한, 미추의 구분이 없는 내부(뼈나 장기 등)를 작품에 드러냄으로써 선입견이나 왜곡 없이 자신을 그림 속 등장인물에 대입하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잔인한 영화나 사진은 무서워하는 편이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사실 처음에는 분명 일본이나 미국 출신 작가라고 예상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잠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사실 좀 놀랍다. 그만큼 그림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나 형들이 가져온 19금 일본 만화나 잡지, 학창시절 관람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슬램덩크>, ZARD 등. 나와 비슷한 또래가 사랑하던 여러 콘텐츠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동경이 자연스레 작업에 반영된 것 같다. 아마 내가 일본이나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한국의 문화에 매료되지 않았을까? 그에 비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문화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HEROES>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팀 세일의 그림은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루드세프의 작품에서는 D*face, 론 잉글리시, 스즈키 에이진 등의 아티스트가 떠오른다. 특히 영향을 받는 작가가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 일단 자괴감에 빠진다. 그걸 떨쳐내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그래서 굳이 찾아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잘 모른다. 실제로 나는 그림보다는 사진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스즈키 에이진의 경우 평소 좋아하던 야마시타 타츠로의 커버 아트를 보고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자괴감이 아닌 경외감을 느겼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최근 본 작품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은?

데이티드 호크니의 회화 작품들과 키스 해링의 그림에 담긴 삶과 철학.

그렇다면 최근 겪은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지금은 스웨덴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에이셉 라키가 한국에 내한했을 당시, 나를 기억해주고 연락이 닿아서 재회했던 순간. 5년 전 뉴욕에서 느꼈던 단상, 마음가짐 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 'DRIVE'의 작가 루드세프 인터뷰,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일러스트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에브리데이 몬데이와의 인연도 궁금하다.

처음에 이곳은 내게 ‘작업에 용이한 카페’ 중 하나였다. 위층에는 갤러리, 아래층에는 카페가 있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는 최적의 작업 공간이었다. 잦은 왕래로 친분이 생기기도 했고, 덕분에 몇 차례 전시 제안을 해주셨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매번 고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내 마음가짐이 달랐고, 여러 가지로 애착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루드세프가 제안하는 전시 관람 포인트는?

나의 작품은 ‘혼자만 느끼기 아깝다’ 싶은 감정이나 상황들을 표현한 것이므로 모든 그림에 자신을 대입해 봐주셨으면 한다. 세상은 매우 자극적이고 순간적인 것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꼭 내 그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감상할 때 자세를 바로 잡고,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감수성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에 대한, 진지한 관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조금 더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도 좋은가.

그것은 전시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이 전시가 어떤 형태로든 내게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전시 기간 중 토크 형식의 작은 이벤트도 생각하고 있다.

*루드세프 작가의 개인전 <DRIVE>는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에서 9월 8일까지 진행된다.

에브리데이 몬데이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8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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