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LA 베니스 비치에서 직접 만난 토니 알바와의 인터뷰.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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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서핑을 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We surf and we skate every day. We get to do whatever we want).”

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토니 알바 인터뷰 짐 무어 제프 호 에릭 드레슨
200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얻은 영화 <독타운의 제왕들>의 한 대목이다. 영화는 토니 알바, 스테이시 퍼랠타, 제이 아담스 등 훗날 ‘Z-보이즈(Z-Boys)’로 불린 전설적인 스케이트보더 팀 ‘제퍼 스케이트보드(Zephyr Skateboard)’를 중심으로 스케이트보드의 전성기와 핵심적 역사를 다룬다.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스케이트보드는 당시 청춘들에게 일상이자 전부였다. 매일 서핑을 하는 그들은 파도가 좋지 않은 날 서프보드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아스팔트 위를 거침없이 달렸다. 부드러운 동시에 억센 물의 질감 대신 거칠고 빠른 속도를 즐긴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자세 역시 서핑과 비슷했다. 무릎과 상체를 구부려 낮은 자세로 도로와 저수지를 가로질렀다. 

이러한 열정은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가라앉았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부활시켰다. 내구성과 마찰력이 좋은 우레탄 소재의 휠이 개발되면서, 스케이트보드 업계는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맞게 스케이트보드 데크도 바뀌었다. 폭은 더 넓어지고, 탄성이 좋은 소재로 제작되기도 했다. 덕분에 스케이트보더들은 전보다 스케이트보드를 쉽게 제어했고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1975년, 1960년대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스케이트보드 대회 ‘델 마 내셔널즈(Del Mar Nationals)’가 개최됐다. 앞서 언급한 Z-보이즈는 정해진 룰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스케이트보딩 스타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체조 경기를 연상케 하는 묘기 대신, 빠른 속도로 내달리거나 거칠게 곡선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신선한 충격을, 또 누군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Z-보이즈는 이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의 BTS와 같은 인기와 신드롬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케이트보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케이트보더를 위한 첫 번째 신발, 에라

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토니 알바 인터뷰 짐 무어 제프 호 에릭 드레슨

“나는 단순히 수영장 벽을 타고 그 벽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신발을 원하죠.” 당대 최고의 스케이트보더로 손꼽힌 토니 알바가 반스를 설립한 폴 반 도렐의 가족을 만나 한 말이다. 폴의 아들인 스티브 반 도렐은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신발 제작에 나섰다. 그것이 스케이트보더를 위해 제작한 첫 번째 신발, ‘에라(Era)’다.

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토니 알바 인터뷰 짐 무어 제프 호 에릭 드레슨

“에라의 디자인에는 단순한 멋과 역사가 담겼다. 1970년대 당시, 제프 호와 스킵 잉블롬은 더 큰 비전을 갖고 12명의 스케이트보더로 제퍼 스케이트보드 팀을 꾸렸다. 우리는 모두 팀 티셔츠와 리바이스의 청바지, 그리고 반스의 신발을 유니폼처럼 입었다. 우리가 이렇게 입게 된 데에는 제프 호가 10대인 시절, 듀크 카하나모쿠로 인한 반스와의 관계가 있다. 반스는 내 인생은 물론 역사의 일부분이다.” – 짐 뮤어(Jim Muir), 스케이트보더

“에라는 정말 편안하다. 신축성도 있다. 반스의 상징적인 와플 패턴의 아웃솔은 그립감이 좋아 미끄러지지 않는다. 나는 그립테이프 없이도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데, 그때 반스 신발을 신는다. 아웃솔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이다.” – 제프 호(Jeff Ho), 제퍼 프로덕션 설립자

“에라가 좋은 이유는 검 러버 소재의 와플 솔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내 신발을 들여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는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좋아하는 프로 스케이트보더가 나와 같은 반스의 신발을 신은 것을 볼 때면 같은 ‘도구’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스의 신발은 발에 잘 어울리고 이유 없이 쿨하다. 당신도 반스를 신으면 마치 스케이트보더가 된 듯한 느낌이 들 거다.” – 에릭 드레슨, 스케이트보더

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토니 알바 인터뷰 짐 무어 제프 호 에릭 드레슨

스케이트보더가 사랑하는 어센틱과 에라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에라에는 발목을 안정적으로 감싸는 도톰한 패딩 칼라가 있다. 이는 편안한 스케이트보딩을 위한 장치다. 어센틱보다 길고 날렵한 앞코에는 단단한 덕 캔버스 소재를 쓰고, 약간의 쿠션감을 더한 인솔과 아치 서포트도 더했다. 에라의 프로토타입인 ‘#95’ 제작에 큰 역할을 한 토니 알바와 스테이시 퍼렐타에게 기능만큼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스타일이었다. 이에 반스는 최초로 두 가지 컬러를 배색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알바가 가장 사랑하는 모델이자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블루와 레드 배색의 에라 오리지널 모델은 이렇게 탄생됐다.

토니 알바 인터뷰 – 에라의 의미와 제작 과정

지난 8 9, 미국 LA 베니스 비치에서블랙 레인보우즈(Black Rainbows)’가 열렸다. 블랙 레인보우즈는 월라이드(Wallrides) 기술로 벽에 남은 자취를 무지개에 비유한 표현으로, 반스의 상징적인에라(Era)’ 모델을 기념하는 동시에 스케이트보드와 연관이 있는 문화와 창의적 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전설적인 스케이트보더 토니 알바에게 직접 물었다. 에라에 대한 생각과 의미, 그리고 제작 과정. 

반스 ‘블랙 레인보우즈’ - ‘에라’의 탄생과 스케이트보더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 토니 알바 인터뷰 짐 무어 제프 호 에릭 드레슨

에라가 탄생하기 전, 당신을 비롯한 당대 스케이터보더들은 어떤 신발을 신고 스케이트보드를 탔나? 또 그 신발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나?

부족한 건 없었다. 우리는 반스가 만든 어센틱을 신고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검 러버 솔이 장착된 어센틱은 LA 서부의 서퍼와 스케이트보더가 신는 신발이었다. 정말 매일 그것만 신었다. 우리는 항상 데크를 위해 제작된 신발을 신었고, 이는 반스가 가장 잘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반스의 신발에는 와플 패턴의 아웃솔이 있지 않나. 어센틱이 기능적으로 떨어져 에라를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센틱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검 러버 솔이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며, 색 옵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에라 제작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할 것 같다. 과정은 어땠나?

스테이시 페랄타와 나는 스케이트보드 신발에 필요한 부분과 관련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반스는 몇 가지 디테일을 더해 스케이트보더를 위해 디자인한 첫 번째 신발을 만들어냈다. 또 두 가지 색을 배색하는 방법으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당신의 피드백 혹은 아이디어가 있나?

딱히 없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스타일과 편안한 착용감에 집중했다. 단 하나 원한 것은 검 러버 솔. 그것뿐이었다. 반스가 최신 기술력에 기반해 만든 반 엔겔런 라인도 검 러버 솔을 더한 것인데, 정말 끝내줬다. 내가 신발에 기대하는 것은 검 러버 솔과 와플 패턴, 단 두 가지뿐이다.

에라의 탄생에 있어, LA 서부 지역이 특별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반스는 우리의 유니폼 중 일부다. 우리는 리바이스 청바지에 제퍼 스케이트보드 팀 티셔츠, 그리고 반스를 신었다. 특히 네이비 블루 컬러를 주로 신었다. 아마도 독타운 그 자체와 제퍼 스케이트보드 팀이 반스만 고집한 것이 영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스케이트보드 분야도 여러 변화와 발전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스의 에라가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타일 때문이다. 말 그대로 스타일이 전부니까. 에라는 디자인과 기능, 그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는 게 없다.

에라가 이러한 탄생 배경이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은 것 같다.

당연하지! 에라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신발이다. 많은 이들이 LA 출신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나. 특히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 세대가 그렇다. 국적, 인종과 관계없이 열광하고 갈구하는 것이 캘리포니아 스타일이다. 넉넉하고 헤진 티셔츠와 청바지, 여기에 반스를 매치함으로써 LA 느낌을 살리는 것. 굉장히 쿨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출시된 에라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때에 따라 다른데, 블루와 레드를 배색한 모델을 가장 좋아한다. 반스에서 에라를 처음으로 선보인 당시, 스케이트보더를 위해 만든 첫 번째 신발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했는데,  그 최초의 모델이 바로 블루와 레드를 배색한 모델이다. 젊은 시절 이를 신은 나의 모습을 여러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을 거다. X나 많이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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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on Miller/Hypeb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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