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인터뷰 - "나는 그냥 나예요"

‘해외에서 더 유명한 디제이’라는 수식에 대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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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피치포크>,<디제이맥>, <i-D> 등이 극찬한 프로듀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디제이이자 래퍼. ‘K House’라는 장르의 선구자. 모두 박혜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이다. 하지만 박혜진은 자신을 규정하는 틀에 별 관심이 없다. 서울을 떠난 지 일곱 달. 그녀는 “내 삶속에서 무엇이든 바랄 수 있어”라는 자신의 가사 그대로, 그저 영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그저 해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런던을 거점으로, 파리, 브뤼셀, 이비자, 모로코 등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 거의 매주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혜진을, 그녀의 집앞에서 산책하듯 만났다.

‘행복하냐고 묻지를 마’라고 했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네요. 지금 행복한가요?

벨기에, 영국, 프랑스… 요즘 매주 온 유럽을 왔다 갔다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그래서 행복해요. 진짜.

인터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말보다는 다른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가요?

인터뷰를 아예 안한 건 아니었어요. 종종 인터뷰를 했었는데, 문답으로 된 인터뷰가 없더라고요. 물론 말보다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한 건 맞고요.

어쩌다 영국에서 활동하게 됐나요?

작년 11월, 한국에서 ‘IF U WANT IT”을 릴리즈하고,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호주 멜버른으로 먼저 갔죠. 거기서 3개월을 지내다가 지금의 매니지먼트를 만나서 결국 런던에 오게 됐어요.

다 계획이 있었던 건가요? 

저는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냥 막연하게 앨범을 내고, 해외에 나가서 활동을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투어를 다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해외에서 활동한지 이제 7개월 밖에 안됐어요. 

한국이 아닌 해외 활동을 결심한 이유는 뭐예요? 

당시 제딴에는 한국, 서울이라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섬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매주 유럽을 전전하며 주말마다 공연을 하고 있죠.  

제일 기분 좋은 거는 이렇게 다양한 각 나라에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이 진짜로 있다는 거예요. 그걸 볼때마다 너무 놀라워요. 말도 안 통하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줄 수 있구나, 이게 제일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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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IT’, ‘CALL ME’ 등 거의 모든 노래 가사에 ‘나’ 혹은 ‘내가’가 등장해요. 하지만 우리말에는 보통 주어가 생략되죠. 의도적인 ‘나’의 강조인 건가요?

아뇨. 그런 의도는 없었어요. 사실 생각조차 못했던 부분이에요. 가사를 쓸 때, ‘나’를 2인칭으로 두고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놓고는 하는데 그래서 유독 주어가 자주 등장하나 봐요. 나 자신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에서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국과 호주, 그리고 영국을 오가면서 그 ‘나’는 어떻게 달라지던가요?

성장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는 어떤 문제가 닥치면 위태로울 만큼 흔들렸는데, 지금은 좀 의연해졌어요. 아무래도 타지에서 혼자 지내다보니까, 그렇게 바뀔 수밖에 없었겠죠. 영국에 있는 지금은 나를 넘어서, 인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 변화가 작업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하고 싶은 얘기니까. 노래를 하던, 곡을 쓰던, 랩을 하던 무의식 중에 반영됐다고 봐요.

박혜진의 퍼포먼스를 보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에 유행하던 ‘밀레니엄’이란 단어가 떠올라요. 당시의 이미지를 참고하나요?

94년 생이라, 당시 한국 나이로는 7살, 8살이었을텐데 물론 기억은 안나죠. 이미지는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렸을 때,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즐겨 들었다고도 했죠.

친구 따라 같이 들었어요. 화나, 키비 같은 당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좋아했어요.

하우스를 시작하면서 처음 영향을 준 아티스트나 음악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디스클로저나 무라 마사, 제이미 XX 등을 좋아했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무얼 참고하나요?

누군가로, 하나도 정의하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예상치 못한 음악을 주로 듣는 것 같아요. 장르도 하우스 외에 팝, 힙합, 한국 옛날 가요도 찾아 듣고요. 최근에는 신중현과 엽전들 1집에 있는 ‘햇님’이라는 노래도 들었어요. 그냥 유명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이 어디에 있건, 모든 음악이 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사운드클라우드’에 진짜 이름 하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듣고서도 ‘아 X발, 잘하네’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레지던트어드바이저> 등은 박혜진씨의 음악을 ‘K House’라고 표현했어요. 

사실 서울을 떠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너 어디서 왔어?’예요. 하지만 저는 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의 배경이 나를 틀에 가두는 느낌이 싫어요.

그런 규정이 박혜진의 음악 혹은 정서를 바꾸기도 하나요?

사실 상관 안했죠. 왜냐하면 나는 계속 음악을 할 거고, 계속해서 내 음악을 들려주면 그 인식 또한 변할 거라 생각하니까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짱이잖아요.

가사 그대로 같아요. “너가 뭐라고 하던 난 그냥 할거야”, “너가 지금 뭘 듣고 있는지 아니?”

아시아, 한국에서 온 여자가 아닌, 나는 그냥 나예요. 박혜진이거든요. 

'IF U WANT IT'의 박혜진 인터뷰, 한국보다 영국에서 더 유명한 DJ

박혜진의 음악을 미니멀 하우스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텐데, 심플한 가사 역시 장르를 고려한 걸까요? 가사에도 파장이 있다면, 박혜진의 가사는 폭이 좁은 느낌이에요.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고요.

역시 의도한 건 아니고요. 전 비트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쓰는 편인데, 아무래도 비트 자체가 단조로우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머리속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지금 제가 풀여야 할 숙제이기도 해요. 가사에서 더 자유로워 지고 싶어요. 

마이클 발트라의 첫 앨범에 보컬로 참여했어요. 그는 박혜진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이 표현은 기억이 나요. “넌 내가 올해 본 사람 중에 제일 쿨해”. 

한국어 가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전 정말로 한국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해요. 이보다 더 섬세하고, 감성적인 언어가 또 있을까? 모르겠어요. 물론 제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요. 영어로 가사를 쓰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요만큼밖에 표현이 안돼요.

예를 들어 어떤 말이 그렇죠?

영어 공부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홀연히’ 같은 말은 정말 대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홀연히?’ 이건 ‘Suddenly’ 같은 단어와 완전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이 박혜진의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해요?

외롭고, 자신이 혼자라고 느껴지는 사람들?

그렇다면 박혜진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물어볼 기회를 준다면요?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디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그게 제일 궁금해요.

‘나’ 외에 가사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사실 저는 표현이 되게 서툰 사람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만들거나 녹음을 할 때, 지나간 기억 중에 표현이 서툴던 순간의 경험을 되살려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고는 해요. 그걸 다시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마음이었어’.

박혜진을 정의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면요?

핑크, 옐로우, 레드. 그냥 제가 좋아하는 색이에요. 

지금 입은 건 파란색인데요?

사실 보라색에 가까워요. 

박혜진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예요? 

뉴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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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EUNGHO JANG
Photographer
SAM PY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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