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기 전에 챙겨야 할 쿠엔틴 타란티노 필모그래피
비디오 렌탈숍 점원에서 세계적인 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요약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수식이 있다. 바로 순서다. 과거 타란티노 감독은 “10 번째 장편영화를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물론 ‘10’이라는 제한된 숫자가 그의 영화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수지의 개들>부터 아홉번째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까지, 대신 그는 장르를 불문한 온갖 영화를 자신의 방식대로 짜깁기하며 ‘타란티노’라는 장르를 구축해왔다. 핏빛과 아드레날린으로 가득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필모그래피를 확인해보자.
<저수지의 개들>, 1992년
쿠엔틴 타란티노가 5년간의 비디오 가게 점원 생활을 청산하고 만든 첫 번째 영화 <저수지의 개들>. 놀랍게도 개봉한 그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 상을 수상했다. 익히 알려져 있듯 타란티노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닥치는 대로 온갖 장르의 영화를 섭렵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다던 홍콩 느와르 영화의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참고로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는 ‘미스터 브라운(위 사진 속 왼쪽에서 두 번째)’역으로 출연했다.
<펄프 픽션>, 1994년
쿠엔티 타란티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 예산은 7백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미국에서만 1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뒀으며 칸영화제에서는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미국에서는 <펄프픽션>을 차용한 ‘밈’이 인기다. 그중 가장 유명한 존 트라볼타와 사무엘 L. 잭슨이 나란히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총 대신 바나나를 든 모습으로 패러디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감독의 절친이자 페르소나인 사무엘 L. 잭슨이 처음으로 출연한 타란티노의 영화다.
<재키 브라운>, 1997년
<재키 브라운>은 타란티노의 작품 중에는 덜 유명한 편에 속한다. 주인공 ‘오델 로비’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은 이때부터 자신의 시그니처 대사인 ‘Motherfucker’를 입에 달고 다녔는데, <재키 브라운>은 사무엘 L. 잭슨이 출연한 영화 중 ‘Motherfucker’를 가장 많이 내뱉은 작품이다.
<킬 빌>, 2003년/2004년
<킬 빌>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3억 달러에 달한다. 원래 타란티노는 <킬 빌>을 시리즈가 아닌 단편 영화로 개봉하고 싶었지만, 러닝 타임이 너무 길다는 제작사의 의견에 따라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했다. <킬 빌>은 타란티노가 열광하는 B급 감성의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로 빚어진 작품으로, 장면마다 숨겨둔 오리지널 작품의 배경과 음악에 대해 설명하려면 논문 한 편 분량도 부족하다. 참고로 영화 평론가 정성일에 따르면 <킬 빌> 1부의 ‘죽음의 88인회’ 격투신에는 영화 사상 가장 많은 핏빛 페인트가 쓰였다.
<데쓰 프루프>, 2007년
<재키 브라운>과 더불어 가장 유명하지 않은 타란티노의 작품. 제목 <데쓰 프루프>는 탑승자가 ‘절대 죽지 않는’ 안전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주인공 마이크가 라디오 DJ 줄리아와 그녀의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며 벌어지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데쓰 프루프>한국판 포스터에는 ‘<킬 빌> 쿠엔틴 타란티노의 브레이크 없는 쾌감액션!’이라고 쓰였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상의 히틀러 암살 작전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타란티노가 특정 역사적 배경과 인물을 각본에 활용한 것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배우 크리스토퍼 왈츠다. 나치 친위대의 한스 란다 대령 역할을 맡은 그는 말 그대로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며 그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첫 번째 타란티노 영화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 2013년.
타란티노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1996년 개봉한 원작 <장고>의 제목과 사운드 트랙을 사용했지만, 각본은 완전히 새로 쓰였다. 직접 각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타란티노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이 영화에서는 원작 <장고>의 주인공과 새로운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주인공이 함께 등장하는데, 제이미 폭스가 “D.J.A.N.G.O. The D is silent”라는 대사로 자신을 소개할 때, 옆에 앉아 있던 백인 신사가 바로 원작 <장고>의 프랭크 네로다.
<헤이트풀 8>, 2015년.
타란티노의 여덟 번째 작품이자, 두번째 웨스턴 영화. <재키 브라운> 이후 약 20년 만에 사무엘 잭슨이 주연으로 등장했다. 영화는 제목처럼, 증오와 비밀 가득한 여덟 명이 한 오두막 아래서 결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음악 감독 엔리오 모리코네는 <헤이트풀 8>으로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서 카메오가 아닌 내레이터로 출연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년.
역대 타란티노 영화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과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출연했던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란히 주인공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마고 로비, 알 파치노, 타코타 패닝과 함께 타란티노의 오랜 뮤즈, 마이클 매드슨과 팀 로스도 몽땅 출연했다. 1969년 할리우드를 뒤집어놓았던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며,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는 타란티노의 역대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약 4천1백8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