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어째서 넷플릭스로 가고 있을까?

한국 드라마의 강제 세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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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TV 시청자가 감소하고 넷플릭스, 왓챠 등 OTT 가입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현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넷플릭스다. 2020년 1분기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무려 1천5백만 명 이상 증가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결제 금액 추정치는 올 3월 기준 3백62억 원이었다. 2018년 3월과 비교해 2년 새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보통 1명이 결제하면 여러 명이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적 이용자 수는 6백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및 넷플릭스 사용자 증가로 인한 국내 콘텐츠 소비자들의 시청 습관의 변화도 눈에 띈다. MBC 드라마 <봄밤>는 본방송 이후 몇 시간 후 넷플릭스에 최신 방송분이 올라오기 때문에 본방송을 사수하기보다는 넷플릭스 시청을 선호하는 경향이 컸고, KBS <동백꽃 필 무렵>, tvN <비밀의 숲>의 경우 아예 종방을 기다렸다가 ‘몰아보기’ 시청을 하는 인구도 많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로는 <킹덤>,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이태원 클라쓰>, <더 킹 : 영원한 군주>, <쌍갑포차>,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이 있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제작 투자를 받은 콘텐츠 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이다. 이중 <사랑의 불시착>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이 다수의 아시아 국가에서 넷플릭스 전체 최상위권의 인기를 누렸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킹덤>은 시즌 1과 시즌 2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처럼 많은 드라마들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제작되고, 또 성공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로는 무엇보다 투자처로서 넷플릭스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는 제작 이전 단계, 중간 단계, 그리고 제작 완료 이후 투자로 구별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국내에서는 KBS 드라마로, 해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유통된다. tvN의 <미스터 션샤인>과 JTBC의 <스카이캐슬>처럼 방영권 라이선스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올 4월, KTB투자증권은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어느 정도 금액을 투자할지를 모의 계산해 발표했다. 향후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는 동시에 현재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중 85%가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면 2025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는 약 2백4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중 한국 드라마의 비율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비는 2025년 약 1조2천억 원이 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에 따라 가정하면, 2025년에는 약 7천7백억 원이 한국 드라마 제작 산업에 투입된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지역에서 확실한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은 만큼,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또는 동시 방영 드라마의 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드라마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제작사가 방송사에 드라마를 판매해 획득하는 방영권 매출이 전체 제작비의 60~70%를 차지했다. 나머지 30~40%는 국내 VOD 판매, 간접 광고나 협찬 등의 추가 수익원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넷플릭스 동시 방영 시, 제작사가 방송사에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제작비는 45~60%로 낮아지는 한편, 넷플릭스에서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방영권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방송사 판매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VOD나 PPL 등 추가적인 매출을 통해 실질적 수익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이 진행될 경우 작품 주제의 범위와 자유도가 크게 높아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연출자는 MBC 드라마 PD였던 김진민 감독이다. 작품은 각본과 연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만약 그가 지상파 방송국에 있었다면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날것의 학원물을 연출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등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제작사와 달리, 어쩌면 넷플릭스와 경쟁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한국의 방송사들은 어째서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처럼 넷플릭스와의 공동 제작을 선택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방송사의 수익 상황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콘텐츠 소비 형태는 이미 다변화되었고, 광고 시장은 모바일로 이동 중이다. 2011년 지상파 방송 3사 합산 광고 매출은 1조 7천억 원 이상이었지만, 2018년에는 1조 원 아래로 떨어졌고 유료방송 채널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tvN과 JTBC 광고 매출은 선전을 하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비가 가파르게 증가해 광고 매출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은 2015년부터 감소하였고, 종편과 케이블계 채널들의 드라마 편성도 2019년 정체기에 들어섰다.

제작, 편성과 유통을 수직 통합한 미디어 기업들은 자사 OTT를 살려야 하면서도 자회사인 제작사를 통해 넷플릭스에 콘텐츠 판권을 허락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가 올해 초 JTBC, 스튜디오드래곤, CJ ENM과 맺은 다년 계약은 이와 같은 맥락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지만,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적재산권인 IP 권리를 나눠 갖는 공동 제작을 꺼려하기 때문에 실제 넷플릭스 콘텐츠는 외주 제작 형태가 많다. 이에 따라 한국발 콘텐츠가 한국에서 방영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만 자체 콘텐츠로 서비스되는 케이스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넷플릭스 투자 콘텐츠로 인해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세트, 미술, 의상. 해외 로케이션, 고성능 카메라 사용, CG 등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소요될 것이다. 최근 방영된 국내 대작 드라마 중 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동시 방영 및 시즌제 방영 조건의 제작물들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와 종속적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와 경쟁할 다른 글로벌 OTT와의 협력을 계속해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령대별 콘텐츠의 다변화를 위해 디즈니 플러스의 제작 투자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와 한국 드라마의 만남은 글로벌 OTT 시장과 국내 방송사의 상황 그리고 제작사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린 결과였다. 물론 일부 우려가 뒤따르고 향후 전략에 대한 모색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지만, 거대 글로벌 OTT의 연계 덕분에 한국발 콘텐츠의 글로벌화 그리고 새로운 시장 형태에 맞춘 콘텐츠 다양화는 크게 진척됐다.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한국 드라마의 만남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글로벌 OTT 시장 속에서 한국 콘텐츠가 보여줄 확장성의 시작에 불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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