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 인터뷰 - 독기를 빼고 'Dog'을 내다

김심야가 내놓는 ‘대중적’ 앨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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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심야는 과거 디샌더스와 함께한 믹스테입 <Moonshine>의 발표를 앞두고 “이런 게 대중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중음악의 이상향을 겨냥하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번에 첫 정규 앨범을 앞두고 만난 그는 “대중성도 많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대사의 간극에는 그가 그동안 겪은 커다란 가치관의 변화와 음악적인 변화가 함축돼 있다. 즉, 이번 앨범에서는 2016년 이래로 XXX의 김심야가 보여준 음악적 시도에서는 엿볼 수 없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XXX는 기존 한국 힙합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 했고, 실제로 독보적인 음악으로 많은 벽을 부수며 그 경계를 넓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심야는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고 5일 만에 앨범을 만들었다.

앨범을 완성하자마자 갑작스러운 사회복무요원 입소 통지를 받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김심야를 <하입비스트>가 만났다. 그가 활동을 멈춘 시기에 나올 첫 솔로 정규 앨범 <Dog>이 완성되기까지 그가 겪고 생각한 것들은 무엇일까? 근황부터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보자.

원래 인사를 따로 하진 않지만, 오늘은 그래도 인사 한번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하입비스트> 독자 여러분. 한동안 못 볼 텐데, 인터뷰를 하고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갑작스럽게 통지를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원래는 암벽 등반도 많이 가곤 했는데, 요즘에는 계속 작업한다고 많이 못 갔어요. 앨범 작업이 끝나고 얼마 안 돼서 바로 소집 통지를 받은 거라서 지금은 정신이 없네요.

솔로 앨범 작업은 언제쯤 시작했나요?

9월에 시작했어요. 지난달이죠.

얼마 안 됐군요. 작업은 어떤 것들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나요?

김심야 이름으로는 이번에 첫 앨범이 나오는 거니까, 뭔가 기존에 하던 ‘어려운’ 음악을 아예 안 하고 싶었어요. 제 나름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담았어요. 대중성도 많이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어요.

앨범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좀 더 대중성 있는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가요?

프로듀서 250 형과 작업실에서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250 형이 했던 말 중에 ‘더 이상 너는 어려운 음악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제는 더 이상 뭔가 증명하고 보여주는 건 안 해도 되지 않겠냐는 거죠. 저도 어느 정도 동의가 되더라고요.

예전에 XXX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에서 아무도 못하는 음악을 보여줄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 욕구 같은 게 이제 어느 정도 채워졌다고 봐도 되는 걸까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이번엔 정말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순수하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러면 앨범의 방향성을 먼저 정하고 송캠프를 시작한 건가요?

그건 아녜요. 저한테 이미 만들어두고 발표 계획만 안 잡힌 솔로 앨범이 2장 있거든요. 원래 그 둘 중에 하나를 원래 1집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그대로 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 5일 정도 송캠프를 열어서 부족한 부분을 마저 채워보자고 제안을 했죠. 근데 정작 그 캠프 안에서 새로운 앨범이 다 만들어져서, 이번 1집은 5일 동안 만들어진 곡들로만 내는 거예요.

그 정도면 엄청난 성과네요. 어떤 프로듀서들이 함께 했나요?

프로듀서진은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에요. DJ 소울스케이프 형과 시모 형, 250 형, 말립 형이 참여해줬어요. 프로듀서진 관련해서 저한테 좀 재미있는 포인트라면, 이번에 ‘Forgotten’을 만든 cjb95라는 친구와 이전에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한 ‘Always In A Bad Mood‘라는 노래를 프로듀스한 ccr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둘은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거든요. 이 친구들과 고등학교 때 섹터라는 크루를 같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제 이름으로 나오는 솔로 앨범에 실릴 곡을 같이 만들게 된 게 개인적으로는 좀 감동적이에요.

그러면 프로듀서들끼리 서로 친분이 있지는 않았겠네요?

맞아요. 근데 분위기는 엄청 좋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그 친구들과 크루를 시작할 때, 시모 앤 무드슐라의 엄청난 팬이어서 같이 모인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작업할 때 시모 형이 같이 있었잖아요. 제가 소개를 해주는 입장이 되니 뿌듯하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다들 서로 친한 건 아니었지만, 저야 다들 편했죠.(웃음)

이번 앨범의 좀 더 편안한 바이브도 연상이 되네요. 그런데 원래 내려던 앨범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 앨범도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송캠프 때 만들어진 음악들이 가장 편안한 바이브인 것 같고요. 이전에 만들어둔 음악들은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작업하던 것들이다 보니까 더 어려운 느낌이죠. (* 미리 만들어둔 두 앨범 중 하나가 입소 전 <Bundle1>이라는 제목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무료 공개됐다.)

그 사이에 이렇게 좀 더 편안한 느낌의 앨범으로 방향성이 변화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작년 한 해 동안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겉보기에는 ‘편해진’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편해졌다기보다는 ‘놨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놓고’ 나니까 어때요? 원래 뭔가 내려놓고 나면 사람이 달라지잖아요.

재밌기도 해요. 한국 힙합 시장에 대한 애정이랄까, 이 신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고 나니, 한국 힙합을 지금의 방향으로 오게 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미움이나 질투?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원래라면 그 사람들과 의견 충돌이 많았을 텐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아요.

이런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 너희가 이겼다” 이런 마음이에요. 음악 신을 이끌어가는 방향성이나 방식에 있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으니, ‘네가 옳았구나’라고는 못하겠지만 ‘네가 이겼구나’는 인정해버리게 되는 거죠.

내려놓았다는 게 김심야 개인의 마음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힙합 신 전체로 봤을 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남들이 뭐라 생각하건 제 입장에서는 제가 크건 작건 싸움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백기를 든 거죠. 제가 혹시나 이 앨범으로 정말 잘되더라도 제가 원하던 한국 힙합 음악 시장의 형태를 구축하지 못하면 제가 ‘이겼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내려놓기 위해서인지 절에도 다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절에 간 건 아니고요. 구룡사 바로 옆에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들이 같이 쓰는 아지트 같은 작업실이 하나 있어요. 한 친구의 화실인데 거기를 자주 가거든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구룡사에 갈 때도 있었던 거죠. 지금은 공사 중이에요. 절이라는 공간보다는 불교 자체에 많은 도움을 받긴 했어요. 작업실에도 작은 불상을 하나 두고 있고요.

아무래도 불교가 ‘마음을 놓는’ 과정에 영향을 많이 끼친 건가요?

그렇죠. 음악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놓는’ 과정에서 불교 철학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결국 이런 마음의 상태에 와야 이런 바이브의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거니까 넓게 보면 앨범도 영향을 받은 거네요.

또 그거랑 별개로 음악적으로도 시도한 것도 있었어요. 칸예 웨스트가 가스펠 음악을 샘플링해서 노래를 만들곤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불교 음악의 사운드를 샘플링해서 음악적으로 풀어보려고도 했는데 그건 실패했네요.

요즘 샘플링도 많이 하시나봐요?

제가 최근에 작업 방식을 바꿔볼까 했거든요. 그래서 샘플링을 좀 더 하드하게 해보려고 턴테이블과 믹서를 구해놓고 바이닐에서 음원 추출을 많이 했어요. 디깅하러도 많이 다녔죠. 모자이크 가서 5백 원, 천 원 하는 쪽 가서 계속 바이닐 찾아보고 그랬어요.

기존 작업물에서는 협업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엔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참여도 있을까요?

피처링으로는 먼저 라드 뮤지엄 형이 참여해줬어요. 그리고 시모 형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만큼 Y2K92도 있었고요. 그리고 다들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죠. CL 씨가 도와주셨어요.

CL은 예상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원래 투애니원 많이 들으셨나요?

투애니원이라고 하면 당연히 학창시절의 향수가 있죠. CL 씨 개인 작업물도 디플로와 같이 했던 ‘Dr. Pepper’라든지 해외 활동들을 멋있게 보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 마음도 내려놨고, 앨범 작업도 나름 순조로웠는데, 갑자기 평화롭지 못한 상황이 됐어요. 앨범이 나온 시점에 활발한 활동을 못하게 되는 게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불교 철학에 ‘사념’이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스님들이 몇날며칠을 걸려서 ‘만다라’를 아름답게 만든 뒤에 완성되는 순간 치워버리거든요. 그게 현세의 어떠한 것에도 개인적인 감정을 품지 않기 위한 수행이에요. 그 정교한 작업 동안 작품에 대한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완성되면 그걸 강제로 없애버리는 거죠.

저는 이번 앨범을 가능한 한 그런 태도로 대해보려고 해요. 사실 첫 솔로 앨범이고 너무 기대가 되는 앨범이거든요. 커리어 통틀어서 <KYOMI> 이후로 가장 발매가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안 쓸 수 있는 환경이면 좋을 것 같아요. 반응을 직접적으로 안 접하는 환경에 있는 게 음악 인생에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실제로 인터넷상의 피드백도 잘 안 보는 편인가요?

네, 댓글을 보는 건 정말 마약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힙합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유튜브 댓글이나 멜론 댓글 같은 걸 끊은 지 엄청 오래 됐어요. 그리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웬만하면 반응들을 찾아서 보고 싶진 않아요. 차라리 이제 거기에 덜 집중할 환경이 돼서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확실히 그걸 안 보는 게 ‘수행’ 모드로 가는 데는 도움이 되겠네요.

앨범이 좋든 안 좋든, 저는 이번 1집의 바이브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의 최소 7할은 댓글 안 본 거에서 온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덕분에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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