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안 인터뷰 – 한국인 최초로 나이키 SB 덩크를 디자인하다

두바이에 대한 사랑을 담아낸 ‘하비비’ 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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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나이키 SB 덩크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 스케이트숍과의 개성적인 협업 SB 덩크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곧 출시를 앞둔 SB 덩크 로우 ‘하비비’ 모델은 협업 스케이트숍 ‘프레임’의 근거지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가득 담긴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기를 연상케 하는 컬러 조합과 더블 텅, 더블 스우시 그리고 다양한 소재의 조합 등 세세한 디테일은 스니커 팬들의 눈길을 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번에 나이키 SB와 협업 덩크 ‘하비비’ 모델을 내놓는 프레임 숍의 운영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인이 모이는 중동의 허브에서 새로운 유스 컬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피터 안, 안종욱에게 한국인 최초로 SB 덩크 모델을 디자인한 소감과 ‘하비비’ 모델의 디테일에 대한 설명 그리고 프레임 숍, 두바이의 유스 컬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안종욱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피터 안이에요. 두바이에서 ‘프레임’이라는 스케이트 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레임’ 숍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세요.

2017년에 만들어진 유스 컬처 기반의 공간입니다. 숍을 만들 때 정한 콘셉트가 ‘EAT’, ‘DRINK’, ‘SHOP’이에요. 즉, 먹고, 마시고, 제품도 소개하는 장소죠. 단지 물건을 판매는 매장이 아닌 문화를 공유하고 만들어 나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프레임은 일본 라멘을 좋아하는 미식가, 스페셜티 커피를 음미하는 커피 애호가, 스니커헤드, 일본 패션부터 스트리트웨어까지 여러 패션을 좋아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패셔니스타, 매장 근처 스케이트 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탄 후 매장에 들러 보드를 재정비하는 스케이터들, 모두가 함께 어울려서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 모든 것은 ‘Youth(젊음)’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죠.

어떻게 아랍에미리트에 스케이트보드 숍을 열게 됐나요?

두바이에는 2011년, 한국 회사의 주재원으로 처음 오게 됐어요. 2015년 제가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을 때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고, 저는 제가 태어날 아이에게 어떤 아버지가 될지, 우리 아이가 성장할 이곳에서 아버지로서 어떠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지 생각해봤어요.

외국인으로서 두바이에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교류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두바이 고유의 유스 컬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부터 스니커, 스케이트보드 등 스트리트 컬처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때 처음 나이키 에어 포스 1을 시작으로 스니커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한국에서는 에어 포스 1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마침 저는 운 좋게도 일본이나 미국에 사는 친척들을 통해서 한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신발들을 하나씩 모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는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이태원 매장에서 구매해서 타게 되었습니다.

이번 협업은 나이키 SB 덩크 모델로 이뤄지게 됐어요. 원래 덩크도 좋아했나요?

2002년 나이키 SB 가 론칭됐을 때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덩크를 구매하기 위해 캠핑을 하곤 했습니다. 당시에 나이키SB 에서는 다양한 스케이터, 스케이트 숍,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고, 그걸 보면서 저도 언젠가는 나이키 SB 와 협업해서 덩크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을 꿨죠.

나이키 SB 덩크 ‘하비비’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요?

2017년 매장을 오픈했을 때, 두바이에 다양한 스케이트 스폿과 스케이트 파크가 있는데도 제대로 된 스케이트 숍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두바이 로컬 스케이트 신을 만들어보고자 매장에 스케이트 섹션을 만들었습니다.

2018년 나이키에서 두바이에 나이키 SB 론칭을 제안했고, 2019년 1월에 처음 나이키 SB의 ‘클럽 58’ 매장 중 하나로 나이키와 일을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나이키 SB 클럽58 서밋에 참석하게 됐는데, 거기서 세계 40여 곳 클럽 58 매장들을 대상으로 협업 제품을 뽑는 ‘샤크 탱크’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어요.

처음 참석하는 행사여서 그런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다행히 오랫동안 머릿속에 여러 디자인들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신발을 디자인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머릿속 여러 디자인들 중에서 당시 제 인생과 ‘프레임’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하비비’ 덩크였습니다.

‘하비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두바이로 이주하기 전에는 저도 이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지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피부색, 언어, 종교적 신념 등이 뒤섞인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주는 요소는 ‘사랑’이란 걸 알게 됐죠. 문화에 대한 열정, 음식, 스케이트보드, 가족, 친구, 연인 등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로 ‘Habibi(내 사랑)’를 선택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두바이는 아내를 만나서 두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늘 상상해오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두바이를 떠올리면 곧바로 ‘하비비’라는 말이 떠오르죠.

코로나19로 인해 협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본사에 갈 수 없어서, 화상 미팅을 통해 제가 색상 및 재료를 요청하고, 미국 본사에서 나이키 공장을 통해 제작을 의뢰하면 다시 제가 샘플을 받아보고 샘플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몇 가지 자재는 소싱 및 제작에 필요한 시간 문제로 포기를 했고,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디자인으로 발매를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화상 미팅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좀 더 걸리기도 하고, 서로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과정이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 요소들을 설명해주세요. 중동의 문화적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고 들었어요.

전체적인 색상은 레드, 그린, 블랙, 그리고 화이트를 많이 사용하는 중동 지역의 국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나이키 SB 덩크 모델이지만 사막에서 신는 데저트 워커 느낌을 주고 싶어서 다양한 소재로 러프한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쿼터 패널 부분은 통기성이 있어서 사막의 더위를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진 중동의 전통 의상인 칸두라와 유전을 발견하기 전에 생계를 위해 어업에 의존했던 현지인들의 낚시 그물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더블 스우시와 더블 텅이 사용된 것도 특이해요.

더블 스우시는 블랙 컬러 가죽과 그린 컬러 코듀로이를 사용했는데,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컬러와 소재가 만나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과 문화가 모여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두바이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더블 텅은 화이트 컬러의 전통 복장을 입는 남성과 블랙 컬러의 전통 복장을 입는 여성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남녀 간의 평등과 사랑을 뜻합니다. 화이트 컬러의 텅은 탈착할 수 있어서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해요.

그리고 화이트 텅에 그려진 매는 용기, 블랙 텅에 그려진 진주는 우아함을 나타냅니다. 지역을 상징하는 두 가지 요소로 현지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어요.

슈레이스의 패턴은 아랍 전통 머리 장식에서 왔다고 들었어요.

슈레이스는 현지 남성이 사막의 열기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고 먼지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해온, 지금은 캐주얼한 장신구가 된 스카프 ‘샤마그’ 패턴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러프한 이미지의 데저트 부츠 슈레이스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마지막에 원하는 색상의 오가닉 코튼 원단을 찾을 수 있어서 지금과 같은 슈레이스가 만들어졌어요. 슈레이스의 끝부분은 샤마그를 머리에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검은색 끈 ‘아갈’에서 영감을 받아 블랙 컬러의 메탈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아웃솔은 역시 사막을 나타낸 건가요?

맞아요. 아웃솔은 중동의 사막을 표현하고자 샌드 컬러의 검 솔로 만들었고, 인솔의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패턴은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스케이트스폿인 메모리얼 파운틴에 대한 트리뷰트를 담은 거예요.

한국인 최초로 협업 나이키 SB 덩크 모델을 발매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프레임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클럽 58 매장들에 비해 새로운 숍이기 때문에, 나이키 SB에서 저희와 협업을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사실 크게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비비’ 덩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두바이 스케이트 신 전체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제가 디자인한 신발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보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진행 중인 스케이트 아카데미 및 인도어 스케이트 파크 등의 프로젝트들이 잘 진행되면 좋겠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현지에서 새롭게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스케이트 신을 육성하겠다는 목표가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협업이 제 목표에 더 큰 용기와 힘을 주네요.

다음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2019년에는 브레인데드와 협업 티셔츠와 재킷을 만들었고, 2020년에는 나이키 SB와 협업 덩크를 만들었는데, 내년에도 또 다른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와 중동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현지 스트리트 컬처와 스케이트 신을 만들어 나가고, 그것을 다시 해외에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은 중동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많은 문화를 보고 듣고 배웠어요. 이곳에서 마찬가지로 젊은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벤트나 아이템 등 여러 방식으로 그것을 위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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